5. 연예/문화

“공장서 찍어낸 인형”…BTS 성공으로 본 K팝의 명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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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평론가·미디어 “방탄소년단은 천편일률적 K팝과 달라”
가요계 “고정관념은 넘을 과제” VS “자발성 강화하며 발전” 
그룹 방탄소년단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룹 방탄소년단
2011년 SM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들이 프랑스 파리에서 합동 공연 ‘SM타운’을 열었을 때다.

유럽에서 끓어오른 K팝의 잠재된 인기를 확인한 순간이었지만, 당시 현지 유력 일간지 르몽드는 “음악을 수출품으로 만든 제작사의 기획으로 길러진 소년과 소녀들”이라고 꼬집었다.

기획사가 오디션을 통해 뽑은 연습생을 수년에 걸쳐 노래와 춤, 연기, 언어 등을 트레이닝하고 팀을 조합해 내놓는 한국의 독특한 프로듀싱 시스템에 대한 삐딱한 시선이었다.

기획사 주도로 만들어진 ‘상품’이란 선입견은 K팝 그룹들이 해외에서 대거 활약하는 동안 반작용처럼 따라붙었고 지금도 넘어야 할 과제인 듯 보인다.

해외 미디어와 음악 전문가들이 빌보드 정상에 오른 그룹 방탄소년단의 성공 요인으로 기존 K팝 가수들과 다른 음악성을 꼽으며 ‘K팝은 그간 공장에서 찍어낸 것 같았다’고 지적했기 때문이다.

가요사 첫 빌보드 1위 방탄소년단 [빌보드 홈페이지 캡처=연합뉴스]

가요사 첫 빌보드 1위 방탄소년단 

◇ “천편일률적” 비판에 “반성할 대목”

미국 빌보드의 실비오 피에로룽 차트 총괄 부사장은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그동안 많은 평론가는 K팝의 소모적이고 비슷한 음악 스타일과 캐릭터를 비난했다. 심지어 공장에서 찍어내는 인형에 불과하다고까지 했다”며 방탄소년단은 K팝 가수들과 확연히 다른 음악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K팝 칼럼니스트 제프 벤저민도 미국 CNN과의 대담에서 “K팝은 그동안 공장에서 찍어낸 것 같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방탄소년단은 직접 자신들의 노래를 만들면서 K팝 시장에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대중음악 전문지 롤링스톤 역시 “방탄소년단이 모범적인 이미지를 유지하면서도 비판적인 노래를 만들었다”고 소개하며 “덕분에 천편일률적인 ‘K팝 기계’를 비판하던 평론가들과 팬들에게 신선한 인상을 준다”고 분석했다.

아이돌 음악으로 대변된 K팝에 대한 고정관념은 2007년 소녀시대와 원더걸스의 성공 이후 아이돌 그룹들이 봇물 터지듯 등장하면서 생겨났다. 이들 2세대 K팝 그룹들이 유튜브와 SNS 등 뉴미디어 발전에 힘입어 아시아권을 중심으로 해외에서 큰 인기를 누리자 비판적인 시각도 따라왔다.

해외 활약팀 중에는 빅뱅처럼 앨범을 직접 프로듀싱하는 ‘자체 제작돌’부터 댄스 음악에 국한하지 않고 힙합, R&B 등을 선보이며 개성 있는 비주얼로 승부한 그룹들도 있었다. 그러나 다수 K팝 그룹들이 기획사의 리드로 히트곡 메이커인 몇 명의 프로듀서에게 의존하면서 대동소이한 음악을 선보이고, 검증된 뮤직비디오 감독과 스타일리스트, 안무가에게로 몰려들며 유행 법칙을 따랐다. 지금도 가요계에는 스쿨룩을 입은 한 걸그룹이 성공하자 우후죽순 ‘소녀돌’ 시장이 형성됐다.

이렇다 보니 K팝 그룹들이 해외 시장을 누비는 가운데서도 서구 팝 시장을 강타하며 글로벌 센세이션을 일으킨 가수는 2012년 ‘강남스타일’의 싸이였다.

가요 전문가와 기획사들도 해외의 도식적인 고정관념에서 자유롭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일견 수긍했다.

대중음악평론가 임진모 씨는 “과거 서구 대중음악을 주도한 록 문화가 섬긴 것은 멤버들이 뭉치고 콘텐츠를 만들고 연습하는 과정의 자발성이었다”며 “반면 K팝은 기획사가 있고 엄청난 투자에 의해 인원을 선발해 팀을 데뷔시킨다. 서구 문화 속 사람들이 볼 때는 가수의 성공 욕망과 기획사의 상업성이 만난 것이니 작위성이 있는 ‘팩토리 팝’이라고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음반 홍보사 관계자도 “가요 순위 프로그램을 보면 마치 같은 기획사가 만든 듯 비슷한 팀이 많아 15분 이상 보기 어렵다”며 “찍어낸 듯한 음악, 비슷한 춤과 패션 등 변별력이 없다는 지적은 반성할 대목이다. 트렌드에 민감해 누가 히트하면 우르르 따라가는 경향은 우리가 넘어야 할 과제다. 그런 점에서 음악적인 메시지의 차별화가 있는 방탄소년단의 성공은 K팝이 나아가야 할 길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강조했다.

그룹 빅뱅 [YG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룹 빅뱅

◇ “편견 깨고자 창작의 폭 넓히며 발전” 반론도

그러나 가요계 일각에선 반론도 만만치 않다.

서구에서도 ‘아이돌은 만들어지지만, 아티스트는 스스로 만들어간다’는 이분법적인 사고가 깔려있어 해외 평론가나 미디어들이 K팝의 인기를 진지하게 조명하지 않았을 뿐, K팝은 지난 10여 년간 아이돌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노력으로 점진적인 발전을 이뤘다는 것이다.

한 인기 아이돌 그룹의 소속사 대표는 “K팝 문화는 팀워크를 중요시하고 팬덤과의 관계를 발전적으로 정립하면서 1세대 때부터 발생한 문제점을 극복하며 지금에 이르렀다”며 “특히 가수들은 인기 이면의 편견을 극복하고자 직접 음악과 춤을 만들며 창작의 폭을 넓혀갔다. 아이돌의 속성과 한계를 조금씩 허물면서 점진적인 발전을 이뤘다”고 반박했다.

그룹별 격차는 있지만 한창 성장세인 갓세븐, 몬스타엑스, 세븐틴 등 다수가 음악적인 면의 참여도를 대폭 늘렸다. 기획사들이 팀을 구성할 때도 비주얼에만 치우치지 않고 보컬, 랩, 작곡, 안무 등 K팝 특유의 ‘토털 아트 패키지’가 가능하도록 실력에 무게 중심을 뒀다.

한 음악 방송 PD는 “이미 우린 빅뱅의 지드래곤과 방탄소년단의 RM과 슈가 등 뛰어난 ‘작곡돌’을 목격했다”며 “모두가 그렇다고 할 순 없지만, 예전과 달라진 점은 많은 아이돌 가수들이 자신들의 음악을 직접 만들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방탄소년단 역시 기획사에 발탁돼 팀을 이뤘고, 한국어로 된 음악에 맞춰 군무를 추는 K팝의 틀에서 출발했다. 이들의 소속사 방시혁 대표도 지난해 12월 기자회견에서 “K팝 고유의 가치는 비주얼적으로 아름답고 음악이 총체적 패키지로 기능하고 무대에서 퍼포먼스가 멋있는 음악”이라며 “여기에 자신들의 이야기를 녹여 진정성을 지키려는 방탄소년단만의 가치를 더했다”고 설명했다.

힙합과 R&B 등 흑인 음악을 베이스로 한 방탄소년단은 비주류를 껴안는 진지한 화두를 던졌고, 기성세대와 사회를 향한 비판을 자신들의 이야기로 갈음했다. 인문학적인 정서까지 내포한 이러한 메시지들은 청춘의 공감과 해방감을 불러왔고 글로벌 팬덤 ‘아미’가 형성되는 토대가 됐다.

임진모 평론가는 “방탄소년단은 힙합으로 출발하면서 장르 특유의 자율성을 바탕으로 음악적인 자기 지분을 가져갔다”며 “다른 K팝 그룹들과 출발은 같았지만, 작곡 능력을 갖춘 멤버들의 후천적인 자발성이 빛을 발했다. K팝이 역사를 쌓으면서 후천적 자발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고, 그 대표적인 그룹이 방탄소년단”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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