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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시체스 이어 스톡홀름 영화제에서도 ‘악녀’에 극찬 쏟아져
“스웨덴서 내년 초 ‘악녀’ 공식 개봉”…’영화 한류’ 확산 기대감
“대학 안 나와 영화제 통해 실력을 인정받는 방법밖에 없다 생각”

 

영화 ‘악녀’의 정병길 감독은 11일 차기 작품 계획에 대해 “미국 할리우드의 드림웍스와 넷플릭스 등으로부터 몇 가지 제안을 받았다”면서 미국 측 시나리오로 영화를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자신이 구상한 시나리오로 진출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화 ‘악녀’로 지난 5월 프랑스 칸, 지난 10월 스페인 시체스영화제에 이어 스웨덴 스톡홀름 국제영화제에 초청을 받은 정 감독은 이날 스톡홀름에서 연합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영화 '악녀'의 정병길 감독 "차기작, 미 할리우드서 여러 제안 받아"

제28회 스톡홀름 국제 영화제에 초청받은 영화 ‘악녀’의 정병길 감독///

또 정 감독은 스웨덴 측에서 ‘악녀’를 내년 초 정식 개봉하기로 결정하고 자신의 재방문을 초청했다며 이번 스톡홀름 영화제에 악녀를 비롯해 한국 영화 5편이 초청된 것이 북유럽에 ‘영화 한류’를 확산하는 계기가 될 것을 기대했다.

정 감독은 자신의 작품을 들고 해외 영화제를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데 대해선 “영화밖에 제대로 할 줄 아는 게 없는데 대학을 안 나와서 영화제를 통해 실력을 인정받는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영화 ‘악녀’를 제작 배경과 관련, 그는 투자배급사측으로부터 “‘감독으로서 하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해보라’는 꿈같은 제안을 받아 시작됐다”며 “그동안 한국 영화계에서는 여자 액션 영화에는 투자하는 사람도 없어 (영화를 만드는 게) 거의 불가능한 현실이었는데 제작배급사가 전폭적으로 믿어줘서 영화를 만들 수 있었다”고 전했다.

다음은 정 감독과 가진 일문일답.

영화 '악녀'

–영화 ‘악녀’가 지난 5월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 지난 10월 스페인 시체스 국제영화제에 이어 스톡홀름 국제영화제에도 초청받았다. 외국에서 개최되는 영화제를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이유는 뭔가.

▲나는 웹툰 작가를 하다가 영화감독이 됐다. 영화밖에 제대로 할 줄 아는 게 없다. 그런데 대학을 안 나와서 영화제를 통해서 실력을 인정받는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외국에서는 한국 영화를 어떻게 평가한다고 생각하나.

▲미국 할리우드 관계자나 유럽 영화 관계자들을 만나면 ‘한국은 어떻게 영화를 그렇게 잘 만드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한국 영화의 퀄리티가 높다고 평가했다. 특히 유럽에선 볼 수 없는 영화를 하니까 더 신기해하고 관심을 두는 것 같다.

영화 '악녀'의 한 장면

–‘악녀’는 국내에서도 120만 명 정도 관객을 동원하면서 나름 성공했지만, 외국에서 더 평가해주는 것 같은데…

▲유럽 사람들이 한국 영화를 많이 좋아하는 것 같다. 얼마 전에 ‘악녀’로 시체스 영화제에 갔더니 ‘악녀’가 아니라 지난 2012년 만든 ‘내가 살인범이다’를 소개하고 있더라. 그래서 배급사에 연락해서 ‘내가 살인범이다’가 출품작인지, ‘악녀’가 출품된 것인지 확인하기도 했다.

나도 잘 몰랐는데 유럽에서 ‘내가 살인범이다’라는 영화를 많이 봤더라. 스페인에서는 기자들이 뽑은 ‘우수 영화 1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전작(내가 살인범이다)을 많이 봐서 ‘악녀’에도 관심이 많은 것 같다.

영화 ‘악녀’의 플롯(구성)이 영화 ‘니키타’와 흡사한 점도 관객들이 영화를 쉽게 받아들이도록 하는 것 같다. ‘악녀’가 칸에서 상영된 것도 니키타의 후광이 아닌가 싶다.

–어제(10일) 있었던 관객과의 대화에서도 영화 ‘니키타’ 얘기를 많이 했는데…

▲어렸을 때 화가가 되고 싶었다. 그런데 10살 때 영화 니키타를 보고 영화감독이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알게 됐고 영화감독이 되기로 결심했다. 그 정도로 니키타를 좋아했다. 그래서 내 생각대로, 내 느낌대로 니키타를 오마주하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사실 도입 부분이 비슷하다고 느꼈을 것이다.

–‘악녀’는 어떻게 만들어지게 됐나.

스웨덴 관객과 직접 만난 정병길 감독

영화 ‘악녀’의 정병길 감독이 10일 밤 스톡홀름의 한 영화관에서 스웨덴 관객들과 대화의 시간을 갖고 있다.///

▲투자배급사 ‘뉴(NEW)’의 대표와 술을 마시다가 ‘감독으로서 하고 싶은 것을 맘대로 해보라’는 꿈같은 제안을 받았다. 그래서 예전에 썼던 시나리오를 보여주니 ‘한 번 해보자’고 했다. 배우도 같이하고 싶은 배우와 영화를 찍으라고 배려해줬다. 상업영화를 독립영화처럼 할 수 있도록 해준 것이다. ‘악녀’의 경우 사실상 불가능한 프로젝트가 현실화된 경우다. 그동안 한국 영화계에서는 여자 액션 영화에는 투자하는 사람도 없어 거의 불가능한 현실이었는데 ‘뉴’의 대표가 전폭적으로 믿어줘서 영화를 만들 수 있었다.

2012년에 ‘나는 살인범이다’라는 영화로 나름 성공했지만 사실 나는 투자사가 모든 권한을 맡길 수 있는 감독은 아니었다.

스웨덴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영화 '악녀'

10일 밤 스톡홀름의 한 영화관에서 열린 영화 ‘악녀’ 상영회를 마친 뒤 관객들이 정병길 감독과 대화의 시간을 갖고 있다. ///

–영화 제작비는 얼마나 들었나.

▲70억 원 정도 들었다. 액션 영화 만들기에 많은 예산은 아니지만 적은 예산도 아니다.

–70억 원을 투자하면서 배급사에서 요구한 것이 전혀 없었나.

▲투자배급사 ‘뉴’의 전략은 영화를 만들면 칸 영화제에 무조건 출품하자는 것이었다. 제작을 시작할 때 칸 영화제에 내기엔 시간이 너무 부족해서 촬영시간을 타이트하게 운영했다. 겨우 가편집 해서 칸 영화제에 제출했다가 칸 영화제 주최 측의 요청으로 1주일 정도 다시 다듬어서 냈고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동안 한국 영화계에서 여자 배우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액션을 찍은 사례가 많지 않았는데.

▲우연의 일치인지 모르지만, 미국 할리우드에서도 여자 액션 영화를 많이 제작하지 않았는데 ‘매드 맥스’, ‘원더우먼’ 등이 흥행에 성공하면서 그동안 주목을 못 받던 여성 액션 영화 시나리오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고 들었다. 한국에서도 이젠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가 흥행에 성공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있다고 한다.

–‘관객과의 대화’에서 차기작이 한국 영화가 될 수도 있고, 일본 영화가 될 수도 있고, 미국 할리우드 영화가 될 수도 있다고 했는데.

▲할리우드의 드림웍스와 넷플릭스 등으로부터 몇 가지 제안을 받았다. 공교롭게도 대부분 여자 액션 영화다.

–차기 작품은 언제쯤 결정하나.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 미국 측에서 몇 개 시나리오 제안을 받았는데, 내가 구상한 시나리오를 갖고 진출하는 것도 모색하고 있다. 특히 엊그제 받은 시나리오가 마음에 들고, (섭외해 놓은) 배우도 좋고, 투자도 확정됐다고 해서 조만간 미국 측 대행사가 국내에 오면 구체적으로 얘기하려고 한다. 정확한 것은 좀 더 얘기를 해봐야 할 것 같다.

영화 '악녀' 상영회 입장을 기다리는 스웨덴 관객들 [스톡홀름=연합뉴스]

영화 ‘악녀’ 상영회 입장을 기다리는 스웨덴 관객들 ///

–국내에서 차기작은 어떤 것을 구상하나.

▲SF 작품이다. 그런데 솔직히 한국에서 성공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성공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고 하면서 왜 SF를 하려고 하나.

▲사람들(다른 영화감독들)이 쉽게 손을 대지 않으려고 해서 내가 해보려고 한다.

–이번에 스톡홀름 영화제에 한국 영화들이 5편이나 초청되면서 북유럽에 ‘영화 한류 확산’에 대한 기대가 큰데, 성과가 있다고 보나.

▲영화 ‘악녀’를 스웨덴에서 내년 2월께 개봉하려고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스웨덴 쪽 영화 관계자가 나에게 ‘그때 방문할 수 있느냐’고 묻더라.

–스웨덴 영화계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이곳에도 영화하려는 사람은 많은데 여건은 어려운 것 같다. 영화지망생들을 만났더니 영화감독이 돼서 상업영화를 한다는 게 하늘의 별 따기라고 하더라. 영화계는 다 비슷한 것 같다. 스웨덴에선 상업영화를 하기 어려워 먼저 독립영화에 뛰어들어 인정받으면 할리우드로 가서 영화를 만들려고 한다고 들었다.

제28회 스톡홀름 국제 영화제 홍보 포스터 [스톡홀름=연합뉴스]

제28회 스톡홀름 국제 영화제 홍보 포스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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