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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드라마 ‘굿닥터’를 리메이크한 미국 드라마 ‘더 굿닥터'(The Good Doctor)의 오는 25일 첫 방송을 앞두고 미국 지상파 ABC에서 팔을 걷어붙이고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더 굿닥터’는 ABC에서 25일부터 매주 1회 프라임타임(서부 밤 9시, 동부 밤 10시)에 방송된다. 한국 드라마 리메이크작이 미국 지상파의 정규시즌, 프라임타임에 편성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드라마 성적에 한류업계의 시선이 집중돼 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정국으로 중국으로 향하던 한류 물길이 막힌 가운데,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던 미국 시장이 한류의 새로운 수원이 될 수 있을 것인가.

◇ ‘더 굿닥터’까지 3년…한국과 전혀 다른 스케일·제작과정

2013년 11월에 미국서 처음 리메이크가 추진된 ‘굿닥터’가 ABC 편성을 받기까지는 3년여의 시간이 필요했다. 올 5월에야 최종 결정이 났다.

‘굿닥터’는 2013년 8~11월 KBS 2TV에서 방송돼 사랑받은 드라마로, 자폐증에 걸린 천재 의사 이야기를 조명한 휴먼 의학 드라마다.

이 드라마의 리메이크를 추진해온 KBS아메리카의 유건식 대표는 8일 전화통화에서 “너무 힘들었다”고 잘라 말했다.

미국과 한국의 제작 시스템이 너무 다르고, 계약 조건도 복잡한 데다 한국식 이야기를 미국식으로 바꾸는 과정도 지난했다. 심지어 처음에 리메이크를 손잡고 추진하던 CBS 방송이 2015년 1월 손을 떼고 나갔다.

‘굿닥터’의 리메이크는 그렇게 좌초되는 듯했다. 그전에도 많은 한국 드라마의 미국 리메이크 프로젝트가 흐지부지돼버렸기에 새로운 뉴스도 아니었다.

그러나 미국 프로덕션 3AD의 대니얼 대 김 대표가 포기하지 않고 열정적으로 계속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굿닥터’ 프로젝트는 심폐소생에 성공했다.

미국 드라마시장에서는 1~2년 내에 승부가 나지 않으면 프로젝트가 대개 무산된다. 하지만 대니얼 대 김은 인기 미드 ‘하우스’의 작가이자 미국 작가협회장을 맡은 데이비드 쇼어를 영입해 ‘굿닥터’를 다시 만지기 시작했고, 쇼어가 붙자 메이저 스튜디오 소니픽쳐스 텔레비전이 제작에 뛰어들었다.

그렇다고 바로 방송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제 겨우 파일럿을 제작하는 단계. 30분짜리 파일럿을 제작하는 데까지도 험난한 과정을 거쳐온 ‘더 굿닥터’는 올 1월 ABC로부터 파일럿 제작 승인을 받았다.

유건식 대표는 “NBC, CBS, FOX와 넷플릭스를 대상으로 피칭을 했는데 ABC에서 가장 좋은 조건을 제시해 ABC와 손을 잡았다”며 “할리우드에서는 주로 파일럿 제작 결정이 이루어지는 1월에만 100개 이상의 기획안이 올라오며 이 중 8개 정도만 채택된다. ‘더 굿닥터’가 그중 뽑힌 것”이라고 전했다.

파일럿은 방송사 내부 시사용이다. 이것을 보고 방송사는 정규 편성을 할지 결정한다. ‘고작’ 30분짜리 내부 시사용 파일럿이지만 제작에는 막대한 비용이 투입된다. 한국과 전혀 다른 스케일, 제작과정이다.

파일럿 제작 비용은 평균 30분에 200만달러(한화 약 20억원), 1시간은 550만달러(한화 약 56억원)다. 한국 드라마는 내년에 선보일 ‘미스터 션샤인’의 회당 제작비가 역대 한국 드라마 최고인 15억원이라고 해서 최근 뉴스가 됐는데, 미국은 차원이 다른 셈. 이렇게 엄청난 돈을 쏟아부어 파일럿을 제작해도 반응이 별로면 방송도 되지 않고 프로젝트는 바로 폐기된다.

‘더 굿닥터’는 4월24일 44분4초 분량의 파일럿을 ABC에서 시사했다.

유 대표는 “이 다음부터는 피 말리는 기다림의 연속이었다. 파일럿을 보고 가을 시즌에 편성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5월11일 드디어 ‘더 굿닥터’의 편성이 결정됐다.

유 대표는 “당일 ABC가 페이스북에서 공개한 2분29초짜리 ‘더 굿닥터’ 예고편의 조회수가 2개월 만에 3천만 뷰에 육박하고, 퍼가기는 23만 번, 댓글은 7만 건이 넘는 엄청난 기록을 세웠다”며 “이러한 반응에 고무돼 ABC가 ‘더 굿닥터’에 큰 기대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더 굿닥터' 출연진과 유건식 대표(맨 왼쪽)

‘더 굿닥터’ 출연진과 유건식 대표(맨 왼쪽)

◇ 시즌제에 대한 기대…”시즌5까지 가면 대박”

‘굿닥터’에 앞서 SBS TV가 2014년 방송했던 ‘신의 선물’이 ‘썸웨어 비트윈'(Somewhere Between)이라는 제목으로 지난 7월부터 ABC에서 방송됐다. 그래서 정확히는 ‘신의 선물’이 한국 드라마 최초의 미국 리메이크작이다.

그러나 미국 방송사는 정규시즌, 여름시즌, 미드시즌으로 나눠 작품을 구별한다. 정규시즌은 9월 말부터 이듬해 4월까지로 가장 시청률도 높고 광고비도 비싼 시즌이다. 이때 방송사들은 시즌제로 갈 가능성이 높은 드라마를 선보이게 된다. 보통 에피소드 13개에서 시작해 23~24개로 한 시즌이 구성된다.

반면 여름시즌은 광고시장 비수기인 6~9월에 에피소드 10개로 만들어져 편성되는 드라마다. 시즌제로 가지 못하고 여름에만 틀고 끝난다. 미드시즌(Midseason Replacement)은 정규시즌으로 출발했으나 시청률이 좋지 않아 조기 종영한 드라마의 자리를 대신해 대체 편성되는 드라마를 말한다. 미드시즌 역시 10개 내외의 에피소드로 제작된다.

최근 행사차 방한했던 ‘썸웨어 비트윈’의 제작자 썬더버드 엔터테인먼트의 조 브로이도 수석 부사장은 “‘썸웨어 비트윈’에 대한 시청자의 반응이 놀라울 정도”라고 밝혔지만, 여름 시즌의 한계 등으로 ‘썸웨어 비트윈’의 시청률은 저조했다. ‘더 굿닥터’와 마찬가지로 지상파인 ABC에서 프라임타임에 방송됐지만 시청률조사회사 닐슨데이터에 따르면 1회 0.6%(이하 18~49세 기준), 2회 0.4%를 기록했다. 미국에서는 시청률이 1.5~2% 정도 나와야 성공작으로 본다.

유 대표는 “‘굿닥터’의 리메이크 제작이 갖는 남다른 의미는 ‘정규 프라임 타임 시즌’으로 편성되었다는 것”이라며 “정규시즌은 썸머시즌이나 미드시즌에 비해 시청률도 높고 제작비도 2배 이상 투입된다”고 전했다.

ABC '더 굿닥터'

ABC ‘더 굿닥터’

앞서 행사차 방한했던 대니얼 대 김은 “제작비를 밝힐 수는 없지만 ABC가 아낌없이 지원을 해주고 있다”며 “에피소드 13개를 먼저 찍고 반응이 좋으면 5개를 추가로 더 찍을 것”이라고 밝혔다.

제작자이기에 앞서 배우인 대니얼 대 김이 김윤진과 함께 출연한 미드 ‘로스트’는 회당 제작비가 1천만~1천400만달러(한화 약 112억~158억원)에 달했다.

대니얼 대 김은 ‘더 굿닥터’의 시즌제 가능성에 대해 “내가 비싼 작가 데이비드 쇼어를 섭외한 이유가 그것”이라며 “시즌제로 가면 우리의 캐릭터를 오랜 기간에 걸쳐 발전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유 대표는 “미국 방송사에서 편성을 받는 것은 정말 하늘의 별 따기임을 체험했다”며 “하지만 중국 시장이 막힌 상황에서 미국 시장은 아주 중요하고 계속 도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 드라마는 제작비가 많이 들기 때문에 시즌3까지 가면 손익분기점을 넘고, 시즌5까지 가면 대박이 난다”며 “KBS와 원작자는 그 수익을 나눠 받게 된다”고 전했다.

최근 미국에서 방영한 드라마 중 가장 많은 시즌이 제작된 드라마는 ‘로 앤 오더'(Law&Order)로 시즌 20까지 하고 2010년에 종영했다.

유 대표는 “한류 드라마는 언어의 문제로 미국 지상파는 물론, 케이블 TV에서도 방송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한류 드라마가 미국 주류 시장에 파고드는 가장 좋은 방법은 리메이크”라고 강조했다.

ABC '더 굿닥터'

ABC ‘더 굿닥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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