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종합

“언젠가 여성 지휘자도 그냥 지휘자로 불릴 것…나는 그 시작”

Print Friendly, PDF & Email

SFO 첫 여성 음악감독 김은선씨 “지휘자는 작곡자 의도를 음악가에 전달”
큰 그림 그리라는 아버지 김성재 전 문화부 장관 조언 도움
“최대한 다양한 레퍼토리 하고 싶다”

 

지휘자 김은선씨. [샌프란시스코오페라 제공]

“언젠가 ‘여성 지휘자’도 그냥 ‘지휘자’로 불리는 그날이 오겠죠. 저는 아마 그런 일의 시작이 될 겁니다.”

5일 샌프란시스코오페라(SFO)의 음악감독으로 지명된 지휘자 김은선씨는 연합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미국 메이저 오페라단의 ‘첫 여성 음악감독’이라는 타이틀을 얻게 된 데 대해 이같이 말했다.

1923년 설립된 이 오페라단에서 김씨는 네 번째 음악감독이자 첫 여성 음악감독으로 지명됐다. 음악감독직은 2021년 8월부터 5년간 수행하게 된다.

뉴욕타임스(NYT)는 김씨가 미국 메이저 컴퍼니에서 음악감독직을 맡는 첫 여성이 될 것”이라며 “그는 역사를 만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씨는 ‘여성 지휘자’와 관련해 7년 전 작고한 외할머니 사연을 얘기했다. 1912년 태어나 일본에서 유학하고 산부인과 의사가 된 외할머니는 ‘여의사’로 불렸다고 한다.

김씨는 “90년대까지만 해도 여의사라는 얘기를 항상 들었던 것 같다”며 “하지만 지금은 아무도 그렇게 말하지 않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SFO의 음악감독직을 맡게 된 데 대해서는 “이런 오페라 하우스에서 일하고 싶다라고 막연히 생각하고 있었는데 상임 지휘자를 해달라고해서 너무 감격했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6월 공연된 드보르자크의 오페라 ‘루살카’를 지휘하며 SFO에 데뷔했다.

김씨는 “당시 지휘하러 왔는데 그때 이미 너무 호흡도 잘 맞고, 오페라 하우스 스태프들도 너무 좋아서 이런 하우스에서 일하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본인은 몰랐지만 이미 SFO는 2∼3년 전부터 상임 지휘자를 찾고 있었고, 초대했던 지휘자들을 후보군으로 놓고 검토하고 있었던 것 같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발탁 비결에 대해 “지휘할 때 어떻게 하면 악보에 쓰여 있는 대로 작곡자의 의도를 잘 전달할 수 있을까만 생각하는데, 그것을 좋게 봐준 것 같다”고 밝혔다.

김씨는 지휘자에 대해 “앞에 서 있는 사람이 리드하지만 결국 음악이라는 소리 자체는 음악가들한테서 나온다”며 “제 역할은 악보에 있는 작곡자의 의도를 그 사람들한테 잘 전달해서 좋은 음악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휘자 김은선씨. [샌프란시스코오페라 제공]

김씨는 오늘의 자신이 있기까지 도와준 인물 중 한 명으로 아버지를 꼽았다. 그의 부친은 김대중 정부 시절 초대 민정수석을 했고 정책기획수석을 거쳐 문화관광부 장관을 지낸 김성재 김대중아카데미 원장이다.

김씨는 “제가 SFO 음악감독이 됐다는 소식을 듣고 부모님이 너무 자랑스러워하셨다”면서 “제 부모님은 어렸을 때부터 저희를 항상 믿어주고, 하고 싶은 대로 하게 해줬고, 공부하라는 소리를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휘자가 된 뒤로는 지휘자가 리더로서 많은 사람을 앞에 놓고 해야 하는 일인데 너무 작은 일, 소소한 일에 신경 쓰지 말고 큰 그림을 그릴 줄 알아야 한다고 말씀하시는 등 아버지가 조언을 많이 해주셨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지휘자에 대해 ‘실수를 안 할 수 없는 직업’이라고 말했다. 그는 “집에서 악기를 들고 연습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현장에 가서 지휘하면서 배워 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오페라단의 음악감독을 맡게 됐지만, 그전까지 김씨는 유럽 클래식 음악계에서 더 많이 활동했다.

그는 “유럽은 클래식의 발상지이자 본고장인데 클래식 음악이 일상 같다는 문화가 있다”며 “도시마다 오케스트라와 오페라 극장이 하나씩 있고 거의 매일 연주, 공연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유럽보다 연주 횟수가 많지 않지만, 유럽은 연주 횟수도 많고 돌아가는 게 바쁘다”며 “극장이나 오케스트라의 시스템이 다를 뿐 음악을 하는 데에는 유럽이나 미국이나 별 차이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SFO 음악감독으로서의 포부에 대해 “레퍼토리는 최대한 다양하게 하고 싶다”며 “젊은 예술가를 육성하는 프로그램이나 지역사회와 소통하는 프로그램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상임 지휘자로서 매년 4개 작품을 무대에 올리게 된다. 하지만 작품을 하지 않는 오프시즌 때에는 유럽 등의 다른 교향악단에 가서 객원지휘를 하는 등 유럽에서도 활동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Categories: 1. 종합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