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도난 급증사태 현대·기아 또 피소

현대차·기아 양재사옥 [현대차그룹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앨라배마 버밍햄 시당국

‘전국 피해보상’ 집단소송
“안전보다 비용 절감 택해”

현대자동차 앨라배바 공장과 인접한 버밍햄 시가 현대차와 기아를 상대로 차량 도난 급증에 대한 책임을 묻는 대규모 집단소송에 나섰다. 이번 소송은 이미 미국 전역에서 이어지고 있는 지자체와 소비자들의 잇단 소송전에 버밍햄 시가 새로이 가세한 것으로, 자동차업계의 도난방지 기술과 제조사의 책임 범위에 대한 논쟁이 더욱 가열될 전망이다.

버밍햄 시는 지난 11일 캘리포니아 연방법원에 제출한 소장에서 “현대와 기아가 최소 2011년부터 2022년까지 판매된 차량에 기본적인 도난 방지장치인 엔진 이모빌라이저를 의도적으로 장착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엔진 이모빌라이저는 차량 키에 내장된 칩과 차량 내 전자시스템이 일치하지 않으면 시동이 걸리지 않는 장치로, 유럽과 캐나다에서는 의무 규정에 따라 모든 차량에 기본 탑재돼 왔다. 그러나 현대·기아는 미국에서는 해당 장치 장착이 법적 의무가 아니라는 점을 들어 상당수 모델에 이를 생략했으며, 이로 인해 차량 절도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고 버밍햄 시는 지적했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미국 주요 도시에서 현대·기아 차량 도난 사건은 급증세를 보였다. 2021년 위스콘신주 밀워키 경찰은 이들 차량의 도난 건수가 전년 대비 2,500% 이상 폭증했다고 발표했다. 이후 ‘틱톡 챌린지’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USB 케이블만으로 차량 시동을 걸어 절도할 수 있다는 영상이 확산되면서 범죄가 전국으로 번졌다. 절도범들은 창문을 깨고 1분 이내 차량을 탈취할 수 있었으며, 이로 인한 사고와 폭력 범죄, 무면허 청소년의 무모한 주행도 크게 늘었다.

버밍햄 시 당국은 “이 같은 차량 절도는 단순한 재산 피해를 넘어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고, 경찰·소방·응급 의료 등 공공자원을 소모시키고 있다”며 “제조사의 무책임한 선택이 사회적 비용을 도시에 전가했다”고 비판했다. 최근 일부 보험사들은 도난 위험이 높은 현대·기아 모델에 대해 신규 보험 가입을 거부하거나 보험료를 크게 올리고 있어 소비자 부담도 가중되고 있다.

현대·기아는 사태가 커지자 일부 모델에 대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배포하고, 무료 스티어링휠 잠금장치를 제공하는 등의 조치를 시행했다.

그러나 버밍햄 시는 “이는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며 피해 확산을 막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수백만 대에 이르는 차량에는 해당 업데이트조차 불가능하며, 이미 보완 조치를 적용한 차량에서도 도난 사례가 계속 보고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번 소송은 미국에서 현대·기아 차량 절도 피해 책임을 묻는 지자체 소송 가운데 가장 최근 사례다. 앞서 뉴욕, 시애틀, 샌디에이고, 볼티모어, 시카고, 세인트루이스, 밀워키 등 최소 10개 이상의 대도시가 같은 취지의 소송을 제기했다. 피해 차량 소유주들의 개인 혹은 집단소송도 전국적으로 봇물을 이루고 있다.

<노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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