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취재] 아무리 합법이라지만, 시도때도 없이 ‘남용’ … 한인들 마리화나 ‘골머리’

주변에서 시도때도 없이 이뤄지는 마리화나 흡연으로 인해 골머리를 앓는 한인들이 많다. [로이터]

아파트·도로변 등 곳곳서 고약한 냄새·악영향 우려
불법 거래도 여전히 심각

가주 올 5억불 규모 단속

글렌데일 지역 신축 아파트에 거주하는 신모씨는 아파트 환기구를 통해 들어오는 마리화나 냄새로 큰 고통을 겪고 있다. 최근 출산해 신생아를 돌보는 신씨는 견디기 힘든 냄새에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민원을 제기했으나, 관리소 측은 실내 흡연을 직접 목격해야만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답변뿐이었다.

지속되는 냄새에 신씨가 거듭 중재를 요청하자, 관리소는 마리화나 흡연이 의심되는 세대를 방문해 흡연 자제를 부탁했다. 그러나 해당 입주민은 캘리포니아에서 마리화나가 합법이며, 실내 흡연도 자신의 권리라고 오히려 반발했다. 수개월에 걸친 감정 소모 끝에 결국 신씨는 이사를 결심했다.

의료용 마리화나에 이어 2016년 캘리포니아에서 기호용 마리화나가 주민투표로 합법화되어 2018년부터 시행되면서 기대했던 합법화의 긍정적 효과와 달리 아파트와 도로변에 퍼지는 고약한 냄새, 청소년에게 미치는 부정적 영향 등 사회적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불법 마리화나 문제도 여전해, 캘리포니아 정부는 올해만 4억8,000만 달러 상당의 불법 대마초를 압수하고 112명을 체포하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서고 있다.

기호용 마리화나 합법화 이후 대마초 냄새 문제는 단순한 불편을 넘어 주민 건강과 생활의 질을 위협하며 갈등을 키우고 있다. 특히 아파트 등 다세대 주택 밀집 지역에서는 환기구나 창문을 통해 냄새가 쉽게 유입돼 피해가 크다. 환경보건 전문가들은 마리화나 연기에 포함된 유해 성분이 호흡기 질환과 알레르기를 유발하고, 영·유아와 노약자에게 특히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연방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국립보건원(NIH) 자료에 따르면 마리화나 연기 속 미세먼지(PM2.5) 농도는 담배 연기와 비슷하거나 더 높아, 아이·노약자·호흡기 질환자가 간접흡연에 노출될 경우 건강 피해가 심각해질 수 있다.

실내 흡연과 냄새 문제에 관한 법적 규제 또한 복잡하다. 캘리포니아 법에 따르면 공공장소 및 다세대 주택 내 공용 구역에서의 흡연은 제한되지만, 개인 거주 공간 내 흡연은 법적으로 보호받는 권리로 간주돼 관리사무소나 이웃이 강제로 제지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많은 아파트 관리사무소와 주민들은 냄새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현실에 직면해 있다.

전문가들은 “법과 제도가 개인 권리와 공공 이익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한다”며 “주민 간 갈등 해소를 위한 중재 시스템과 구체적인 매뉴얼 마련이 시급하다”고 조언한다. 또한 커뮤니티 차원의 교육과 캠페인을 통해 마리화나 흡연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이웃 간 배려 문화를 조성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청소년들이 마리화나 냄새와 높은 접근성에 노출되면서 조기 흡연과 중독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LA 한인타운에 거주하는 정모씨는 “한인타운 웨스턴 북쪽 대마초 판매점 주변에는 도로 중앙이며 주변까지 늘 불법 주정차 차량이 가득하다”며 “이들이 몰리는 이유는 마리화나 판매점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씨는 이어 “아이들과 함께 그리피스 팍에 자주 가는데 그 가게 앞을 지나갈 때마다 아이들이 무엇을 파는 가게냐고 물어본다”며 “마리화나가 아무리 합법이라고 해도 결국 마약인데, 아이들에게 설명하기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한편 합법화된 마리화나 시장 이면에는 여전히 불법 유통과 재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2019년 이후 누적 단속은 1,200건을 넘었고, 지금까지 압수된 불법 대마는 160만 파운드, 제거된 식물은 270만 그루에 달한다.

주정부는 최근 대마 세수를 활용해 단속 예산을 확대하고, 합법 판매 지역 단속 역량 강화를 위한 커뮤니티 보조금도 늘렸다. 이와 함께 ‘통합 대마 단속 태스크포스’를 운영하며 불법 시장 근절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황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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