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에 ‘종이’ 고집하는 의사들… 전자처방전 반대 TF 꾸리고 대응 준비

서울 시내 한 약국 앞으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환자 정보 유출, 시스템 오류 우려 주장
종이처방전에도 정보 있고 잘못 입력도
일부 대학병원선 자체 전자시스템 운영
반대 속내는 의사 권한, 병원 수익 우려
의정·직역 갈등 또 다른 불씨 될 가능성

의사단체가 정부의 공적 전자처방전 제도 추진에 대응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본격 활동에 들어갔다. 인체 영상 판독과 의무기록 작성까지 인공지능(AI)에 맡기는 시대에 유독 처방전만은 종이 인쇄 방식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사들 주장의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6일 비대면진료 및 전자처방전 대응 TF 1차 회의를 열었다고 13일 밝혔다. 인사청문회 때 도입에 긍정 입장을 밝힌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취임하자 반발 수위를 높이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적 전자처방전이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라 정부가 도입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의정갈등의 또 다른 불씨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환자 편해지고 종이도 줄어드는데… 

공적 전자처방전은 공공이 구축·운영하는 시스템을 통해 의사의 처방전을 전자 데이터 형태로 약국에 전달하는 방식이다. 도입되면 병·의원에서 인쇄한 종이처방전을 일일이 약국에 들고 가 낼 필요가 없으니 환자는 편해지고 버리는 종이도 줄어든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연간 5억 장에 달하는 종이처방전의 발급과 보관에 따른 행정 비용을 줄이고, 의료기관과 약국 간 실시간 연계로 조제 효율성을 확대할 수 있다”며 지난달 25일 공적 전자처방전달 시스템의 구축·운영에 관한 법적 근거를 담은 ‘의료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사들은 민감한 환자 정보가 유출될 수 있고, 시스템 해킹이나 오류로 환자에게 피해가 생길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시스템 관리 비용을 고려할 때 행정 비용 절감 효과가 불확실하다는 것도 반대 사유다. 그러나 정보 유출 가능성은 병·의원 밖으로 나가는 종이처방전도 마찬가지고, 약국에서 종이처방전 내용을 컴퓨터에 입력할 때 생기는 오류도 적지 않다. 

종이처방전 고수하는 진짜 이유는…

더구나 일부 대학병원에선 이미 자체 전자처방전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지금도 환자가 약국을 지정해 처방전을 보내달라고 하면 전자 형태로 보내주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병원을 회원으로 둔 대한병원협회는 “공식 입장이 없다”고 했다. 공적 전자처방전에 강하게 반발하는 건 주로 개인 병·의원을 운영하는 의사들이다. 의협 TF의 위원장도 박근태 대한개원의협의회장이 맡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이에 의료계 안팎에선 반발의 진짜 이유는 의사의 권한과 개원가 수익 때문이라는 시각이 많다. 의사가 처방한 약이 약국에 없을 때 지금은 약사가 동일한 기능의 다른 약으로 조제하고(대체조제) 사후에 의사에게 알려야 한다. 의사단체는 전자처방전 시스템이 도입되면 이 절차가 빠르고 간편해져 대체조제가 활성화할 거라고 본다. 어떤 약을 쓸지 정하는 권한이 상당 부분 약사에게 넘어갈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이다. 

박 회장은 “결국 성분명 처방으로 가는 길을 열어주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크다”며 “의약분업의 대원칙을 흔드는 일”이라고 말했다. 성분명 처방은 의사가 약의 성분만 처방하고, 약사가 해당 성분의 여러 제품 중 하나를 선택해 조제하는 제도다.

“또 기득권 지키려 하나”… 정부 의지가 관건

어느 병·의원이 어떤 처방을 했는지 공적 시스템에 기록되면 정부가 비급여 처방 내역을 들여다볼 거란 우려도 유독 개원가가 반발하는 이유로 꼽힌다. 이대로라면 의정갈등은 물론 의사와 약사 간 직역갈등으로 번질 가능성도 높다. 대한약사회는 별다른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지만, 이 단체의 이윤표 정보통신이사는 “의사들이 기득권을 고수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한편에선 약국이나 의약품 도매상의 이익 추구에 시스템이 악용될 가능성부터 차단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결국 공적 전자처방전 도입과 정착은 정부 의지에 달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23년 도입이 무산된 전례도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대선 공약이고 필요성도 인정되는 만큼 충분히 논의해가며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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