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사회 ‘상조회 시대’ 저무나, 기금고갈 ‘시한폭탄’… 건실하던 곳마저 파산 위기

장례비 부담 안되게 가입
한인 커뮤니티 고령화 속 사망은 늘고 신규는 감소

 ‘영락’도 파산 여부 투표

한인 연장자들의 장례비용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회원제로 운영돼 온 ‘상조회’가 재정 악화로 인한 근본적 위기에 처했다. 한인사회 내 상조회들은 커뮤니티의 전반적 고령화 속에 특히 지난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급증한 장례 건수와 신입 회원 감소 등이 맞물리며 재정난을 견디다 못해 대부분 해체되거나 유명무실해졌고, 대표적 상조회인 나성영락복지상조회(이하 영락상조회)조차 심각한 재정난으로 파산 기로에 선 것으로 나타났다. 한인사회 특유의 상조회 시스템은 고령화 시대 속에 시간이 지날수록 가입자들의 비용 부담은 높고 정작 지원받는 장례비용은 적은데다, 탈퇴 시 그동안 납부한 비용을 돌려받지 못하는 등 구조적 문제점들이 쌓여왔다는 지적이다.

한인사회 상조회들이 처한 이같은 상황은 지난 1992년 나성영락교회가 설립해 가장 건실하다고 꼽히던 영락상조회의 최근 위기에서 부각되고 있다.

영락상조회 측은 지난 7일 회원들에게 발송한 안내문에서 재정난으로 인해 파산 위기에 처했음을 알리고 회원들에게 두 가지 선택안을 제시했다. 제1안은 ‘챕터 7’ 파산 신청으로, 사실상 상조회를 해체하고 남은 자산을 회비 납부 연수에 비례해 배분하는 방안이다. 이때 1인당 환급액은 700~800달러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제2안은 ‘챕터 11’ 파산보호 신청을 통해 운영을 지속하는 방안이다. 그러나 이 경우 회비는 인상되고, 장례 지원금은 기존 1만5,000달러에서 5,000달러로 대폭 축소된다. 영락상조회 측은 안내문에서 “팬데믹 시기 한인 노인 사망이 급증하면서 장례 지원금 지출이 폭증했고, 회비 수입보다 지출이 훨씬 많아져 적자가 누적됐다”며 신규 회원 유입이 줄어든 것도 재정 악화를 가속화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파산이 현실화될 경우 회원들의 피해 규모가 500만 달러 이상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 가입자들 피해 우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회원들과 가족들도 최악의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소셜미디어 앱 ‘스레드’에서 한 회원 자녀는 “아버지가 가입하신 (영락) 상조회가 손을 든다고 한다. 챕터 7로 가면 1인당 700~800불 주고 끝내고, 챕터 11로 가면 회생 절차를 거쳐 정상화를 모색한다지만 비관적”이라고 전했다.

이어 “여기는 대형교회의 도움으로 지금까지 버텼지만 다른 상조회는 대부분 문을 닫았다. 팬데믹 때 사망자가 늘어 펀드가 고갈되고 불입액도 줄어 총체적 난국이다. 아버지는 수십 년간 거의 완납하셨을 텐데 다 날리게 생겼다. 가진 것 없이 돌아가시는 분들은 어쩌나”고 토로했다.

이 글에는 수십 개의 댓글이 달리며 논쟁이 벌어졌다. 일부는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며 재정 구조의 한계를 지적했지만, 다수는 “부모님이 가입한 상조회가 일방적으로 문을 닫아 혜택을 못 받았다”며 “이건 남의 일이 아니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일부는 “교회가 단순히 설립 주체라는 이름만 걸고 발을 빼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영락상조회 측은 “상조회는 교회와는 별도의 법인”이라며 교회 차원의 재정 책임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 구조적 위기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영락상조회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한다. 코로나 이후 미주 전역에서 한인 상조회들이 재정난에 빠지거나 파산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장례 지원금은 그대로인데 회비 인상은 수년째 이뤄지지 않아, 고령화와 기대수명 연장으로 사망자가 늘수록 적자가 누적되는 구조다.

남가주에서는 과거 500명 이상 회원을 둔 상조회들이 5~6곳 있었지만, 이미 상당수가 문을 닫았다. 일부는 기금 고갈로 약정한 장례비용 지급조차 어려운 상황에 몰렸다. 회원 탈퇴 시 납부한 금액을 전혀 환불하지 않는 규정에 대한 불만도 높았다.

■ 전망은

영락상조회는 오는 20일까지 회원들의 서면 또는 대면 표결을 거쳐 두 안 중 하나를 확정할 계획이다. 그러나 어떤 선택을 하든 회원 피해는 불가피한 실정이다. 표결 이후에도 법적 대응 논란, 그리고 상조회 시스템 전반의 개혁 필요성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한인사회에서는 이번 사태를 두고, 오랫동안 한인 시니어들의 ‘마지막 의지처’ 역할을 해온 상조회 시대가 사실상 저물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4일 본보는 영락상조회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전화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오후 5시까지 응답을 받지 못했다.

<노세희 기자>

0
0

TOP 10 NEWS TODAY

오늘 가장 많이 본 뉴스

LATEST TODAY NEWS

오늘의 최신 뉴스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시니어 생활

오피니언 Hot Poll

청취자가 참여하는 뉴스, 당신의 선택은?

최신 뉴스

마이크로소프트, 의사를 뛰어넘는 AI… 의료 슈퍼지능 출범..

마이크로소프트가 인공지능 시대에 새로운 한 획을 긋고 있습니다.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겠다는 선언, 그 출발점은 바로 ‘의료 진단’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오늘, 의료 ...

전 LA 레이커스 농구선수, 셔먼옥스 자택 침입범에 총격…부상자 없어

LA 셔먼옥스 지역의 한 주택에 침입한 세 명의 용의자가 전직 LA 레이커스 농구 선수의 총격을 받고 달아났습니다. LA 경찰국은 지난 ...

메디케어 프로그램 관리자 와 제약사 간 합의 하에 일부 주요 신약 가격을 현재 가격의 1/8 수준 인하

단계적으로 모든 약에 적용 미국 정부가 최근 발표한 '약값 인하 정책'이 단계적으로 모든 약에 적용될 전망입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행정부는 우선 ...

백악관·머스크 위키피디아 압박..위키피디아 창립자 지미 웨일스 중립 지키겠다.

이번 주, 세계최대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가 정치권과 글로벌 IT거물의 전방위적 압박에 직면했습니다. 백악관과 하원 공화당, 그리고 일론 머스크까지, 위키피디아의 공정성과 ...

“트럼프, 비만치료제 가격 1/10로 인하 발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고가 비만치료제의 가격을 기존 1,000달러에서 149달러, 즉 1/10 수준으로 대폭 인하하는 '트럼프 약값 혁명'을 공식 선언했습니다. ​트럼프 ...

미국 10월 해고가 15만 3천 명으로 20년 만에 최고치 기록

미국 고용주들은 2025년 10월에 153,074건의 일자리 감축을 발표했으며, 이는 인공지능 도입과 공격적인 비용 절감 조치가 전국의 산업을 재편하면서 20년 이상 ...

메인주 주 민주당의원 자신과 가족에 대한 위협으로 재선 불출마 선언

메인주 제2선거구 민주당 하원의원 재러드 골든이 2026년 재선에 불출마를 선언하며, 미국 정치의 심각한 폭력과 당파적 대립의 최신 희생자가 되었습니다. 골든 ...

민주당, 화요일 승리 이후 정부 셧다운 입장 강경대응으로 선회

민주당이 최근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압승을 거두며, 연방정부 셧다운 해소 협상에서 한층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4일(현지시간) 선거 직전까지 일부 중도파 ...

뉴욕시 첫 무슬림 시장,맘다니 당선에 유대인 소방국장 사임

뉴욕시에서 역대 첫 무슬림 시장이 탄생했습니다. 민주사회주의자 조한 맘다니 후보가 시 시장 선거에서 공화당 커티스 슬리와와 전 주지사 앤드루 쿠오모를 ...

미국, 한국의 대중·대러 정책에 경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미·한 정상회담 이후, 이재명 대통령의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유화적 행보’에 우려를 표시했다는 보도입니다. 워싱턴 이그재미너는 “트럼프 ...

총 든 ICE, 유치원까지 들어가 교사체포…

시카고의 한 유치원에서 무장한 이민세관단속국 ICE 요원들이 아이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교사를 체포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민 단속 정책을 강화하면서, ...

구글, 공격 중 스스로를 다시 쓰는 AI 악성코드 발견

구글이 최근 사이버 공격 중 스스로 코드를 재작성하는 AI 악성코드 PROMPTFLUX와 PROMPTSTEAL을 발견했습니다. 이 악성코드는 공격자가 실시간으로 코드를 바꿔가며 안티바이러스 ...

NASA, 3I/ATLAS 데이터 공개 지연…투명성·과학 논란 확산

 항공우주국 NASA가 미스터리한 성간 혜성 3I/ATLAS에 대한 관측 데이터와 고해상도 이미지를 한 달 넘게 공개하지 않으면서 정치권과 과학계의 압박이 거세지고 ...

“메디케이드 받은 불체자 색출하라”

트럼프 행정부 단속강화 각 주정부에 제출 지시 트럼프 행정부가 메디케이드(캘리포니아의 경우 메디캘) 가입자들에 대한 이민 신분 조사에 나서 불체 이민자 ...

UC 교내 서류미비 학생 고용 금지는 ‘차별’

가주 대법원 확정 판결 “정책 재검토하라” 명령 UC “법적 위험 커” 반발 캘리포니아주 대법원이 UC의 ‘서류미비 신분 학생 캠퍼스 고용 ...

한인은행 부실대출 3억달러 육박… 전년비 34%↑

고금리·침체에 연체 증가 상업용 부동산 대출 악화 6개 은행 평균부실 1.51% 손실처리 전년대비 6배↑ “매일 출근하면 규모가 큰 주요 대출 ...

한인타운에 초대형 손흥민 벽화

LA 한인타운 중심부 윌셔가에 초대형 손흥민 벽화가 등장했다. 한인사회의 새로운 문화 아이콘이 된 손흥민을 기념하기 위해 윌셔와 카탈리나의 고층 빌딩에 ...

“김하성, 유일한 ‘진짜’ FA 유격수” 연일 호평, 계약 파기→시장 나온 이유 있었다

1년 남은 계약을 파기하고 시작에 나온 김하성(30). 미국 현지에서는 FA(프리에이전트) 20~30위권으로 평가받고 있다. 나쁘지 않은 출발이다. 미국 야후 스포츠는 6일(한국시간) ...

‘최고 평점’ 이강인, 뮌헨 상대 ‘원맨쇼’… 패스 성공률 100%+키패스 무려 7개

파리 생제르맹(PSG) 이강인(24)이 바이에른 뮌헨을 상대로 그야말로 '원맨쇼'를 펼쳤다. 비록 팀 패배로 빛이 바랬지만, 이강인의 존재감이 가장 눈부셨던 경기였다. 이강인은 ...

“천사야 안녕” 이시영, 둘째 낳고 미소..이혼 후 아이 출산

배우 이시영이 전 남편과 파경 후 둘째를 출산했다. 이시영은 5일(한국시간)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하나님이 엄마한테 내려주신 선물이라 생각하고 평생 정윤이랑 ...

‘유방암 투병’ 박미선, 근황 공개..짧은 머리 밝은 미소 “보고싶었습니다”

유방암 투병으로 활동을 중단했던 코미디언 박미선이 10개월 만에 대중 앞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가운데 건강해진 모습이 공개됐다. 5일(한국시간) tvN '유퀴즈 ...

‘5인조’ 프로미스나인, 12월 컴백 확정

걸그룹 프로미스나인(fromis_9)이 12월에 돌아온다. 소속사 어센드는 5일(한국시간) "프로미스나인이 12월 중 컴백할 예정이다. 겨울 시즌에 어울리는 캐럴을 준비 중이니 많은 관심과 ...

구준엽, 아내 떠나보낸 후.. “매주 故서희원 가족과 함께”

대만 배우 고(故) 서희원이 세상을 떠난 후, 남편인 가수 구준엽의 근황이 공개됐다. 지난 4일(한국시간) 대만 매체 ET투데이에 따르면 서희원의 조카 ...

“엄마와 아들의 평범한 일상”..문가비, 子지키기 위해 나섰다

모델 출신 방송인 문가비가 '엄마와 아들의 평범한 일상'을 지키기 위해 나섰다. 5일(한국시간) 문가비는 자신의 개인 계정에 "지난 (10월) 30일, 몇 ...

자율주행차 확산에 미 전역 노동계 반발 격화…

미국에서 로보택시 도입을 둘러싼 전국적 노조 저항이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웨이모와 테슬라 등 자율주행차 기업들이 공격적으로 사업 확장에 나서자, 노동조합들은 수십만 ...

정부 셧다운, 금요일부터 40개 공항 항공편 10% 감축 …여행객 혼란 불가피

 연방정부 셧다운이 길어지면서, 전국 주요 공항 40곳에서 항공기 운항이 10% 줄어듭니다. 연방항공청(FAA)은 오는 11월 7일 금요일부터 ‘항공 시스템 안정성’ 확보를 ...

미국 의회, 베네수엘라 군사작전 논쟁…공화당 내부도 우려 확산

트럼프 행정부의 베네수엘라 인근 군사 드론 공격이 의회 안팎에서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최근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피트 헥세스 국방장관은 ...

젠슨황 폭탄 선언, AI 패권 중국이 앞선다.

세계 AI 시장을 선도하는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 최고경영자 젠슨 황이 최근 AI 경쟁에서 미국이 중국에 뒤질 수 있다고 강도 높게 ...

트럼프, 셧다운 36일째 맞아 공화당에 필리버스터 종료 촉구

연방정부 셧다운이 36일째를 맞아 사상 최장 기록을 경신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공화당 상원의원들에게 필리버스터 규칙을 폐지하라고 강하게 촉구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

구글맵, AI 비서 ‘제미나이’ 탑재…운전 중 대화하며 일정·맛집 검색까지

구글이 인공지능 비서 ‘제미나이’를 구글맵에 통합합니다. 앞으로 운전자는 단순히 길 안내뿐 아니라 “가장 저렴한 비건 식당은 어디야?” 같은 복잡한 질문에도 ...

경제 • IT

칼럼 • 오피니언

국제

한국

LIFESTYLE

K-NOW

K-NEWS

K-BIT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