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20년, 꼭 기억해야 할 것들…

세상과 소통 채널로 일상 바꿔놨지만
알고리즘과 거짓정보, 사회분열 초래
‘탈현실의 시대’ 믿음 아닌 검증 필요
콘텐츠 소비도 기준 세우고 고민해야

“좋아요, 이제 우리는 코끼리 앞에 서 있다. 음 이 녀석들의 멋진 점은 정말, 정말, 정말 긴 코를 가지고 있다는 거다. 정말 멋지다. 그리고 할 말은 거의 다 한 것 같다.”

2005년 4월 23일 오후 8시 31분. 무료로 동영상을 올릴 수 있는 웹페이지 ‘유튜브’에 처음으로 영상이 올라왔다. 미국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 동물원에서 코끼리를 보고는 큰 코에 감탄하는 내용으로 제목은 ‘동물원에 있는 나(Me at the zoo)’다. 어색한 말투와 구성 없는 연출, 다소 흔들리는 카메라 움직임. 이게 전부인 19초짜리 영상이 오늘날 디지털 영상 콘텐츠 시대를 여는 신호탄이 될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영상을 올린 건 유튜브 공동 창립자 자베드 카림이다. 카림이 개설한 유튜브 채널에는 현재까지 이 영상 하나만 올라와 있다. 올해 4월 22일 기준 조회 수 3억 5510만 회, 댓글 1039만 개, 좋아요 수는 1700만 개를 돌파했다. 유튜브에서 가장 상징적인 콘텐츠 중 하나로 꼽히는 이 영상은 ‘디지털 문화유산’에 이름을 올렸다. 유튜브는 서비스를 시작하자마자 돌풍을 일으켰다. 사용자제작콘텐츠(UCC)라는 용어가 생겨났고 누구나 영상을 올리고 돈을 벌 수도 있다는 점에서 ‘창작자 중심’ 플랫폼으로 입소문을 탔다. 설립 이듬해인 2006년 구글에 16억 5000만 달러(약 2조 3000억 원)에 인수된 뒤 광고 시스템, 검색 최적화, 콘텐츠 필터링 등에서 급격한 기술 진화를 이뤄내며 전성기를 맞이했다.

20년이 지난 지금 유튜브는 전 세계에서 월간 사용자 수 25억 명 이상, 일일 조회 수 수백억 회를 기록 중이다. 뮤직·프리미엄 유료 구독자 수는 1억 명을 넘어섰고 쇼츠는 하루 평균 70억 회 이상의 조회 수를 찍고 있다. 보여지는 수치만으로는 담아낼 수 없을 만큼 유튜브는 사람들의 일상을 확 바꿔 놓았다. 누구나 콘텐츠 생산자가 되고 방송국이 돼 자신의 목소리를 전할 수 있게 되면서 지식과 표현의 민주화를 이끌었다. 이는 단순히 콘텐츠 생산자가 늘어났다는 것을 넘어 정보를 만들어내는 힘이 소수에서 다수로 옮겨졌다는 의미이자 개인의 경험과 생각을 세상과 나누고 소통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 생겼다는 것을 뜻한다.

좋은 변화만 있었던 건 아니다. 돈을 위해 조회 수를 늘리려는 콘텐츠가 난무했고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는 자유는 심각한 부작용을 몰고 왔다. ‘사용자에게 가장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제공하기 위함’이라고 하지만 실은 ‘이용자를 계속 묶어두기 위한’ 알고리즘은 객관적인 사실보다 개인적 신념에 따른 주장이나 정보가 진실을 밀어내는 ‘탈진실’을 불렀다.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비슷한 생각 속에 갇히는 ‘필터버블’도 심각해졌다. 막말과 혐오,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허위·조작 정보는 비판의 대상이 아니라 오히려 ‘대안적 사실’로 받아들여졌다.

“저마다 다른 집단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완전히 다른 콘텐츠를 먹고 산다. 이 기괴하기 짝이 없는 현실감 상실, 아니 현실 상실은 사회 내부의 공감대를 짓밟으며 극심한 분열을 조장한다.” 독일의 신경과학자이자 정신과 의사인 요아힘 바우어는 최근 내놓은 책 ‘현실 없는 현실’에서 탈진실을 넘어 탈현실로 이어지고 있는 지금의 상황에 대해 이렇게 적었다. 인공지능(AI)과 만나 더 진화할 알고리즘은 개개인에게 더욱 최적화된 정보를 내어 놓고, 유튜브는 더 거대한 영향력으로 인류의 삶과 함께할 것이다.

알고리즘의 노예로 살지 않으려면 자신의 클릭 한 번이 어떤 책임을 부르는지, 무엇을 위해 목소리를 내고 정보를 만들 것인지, 또 어떤 기준으로 그것들을 소비할 것인지 되짚어보고 또 고민해야 한다. ‘절대 신뢰하지 말고, 항상 검증하라(Never Trust, Always Verify)’. 물리적으로 디지털기기·SNS와 거리를 두는 ‘디지털 디톡스’를 넘어 해법으로 떠오르고 있는 ‘제로 트러스트’의 한 줄 요약은 이렇다. 탈현실의 시대에 스스로를 지키는 건 믿음이 아니라 의심이다. 허위 정보와 오(誤) 정보의 늪에 빠져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악영향을 받는 건 결국 소비자인 자기 자신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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