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해외 단독 팬미팅…한소희, 연기 넘어 팬들과 진솔한 교감
‘Xohee Loved Ones’ LA서 성황…“팬들과 같은 세계에 머물렀던 시간”
“제 방은 텅 비어있는데, 팬분들은 제 눈에 보이지 않지만 늘 거기에 계시잖아요. 여러분들을 생각하면서 만든 단편영화예요.”
30일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한소희 팬미팅 투어에 다녀왔다. 어린 통역사는 짧게 “팬들의 사랑을 생각하며 만든 영화”라고 옮겼지만, 그녀의 한국어 원문을 또렷이 기억한다.
“텅 비어있다.”
무대 위 스크린에 5분짜리 단편이 흐르기 시작했다. 그녀가 직접 비용을 들여 만든 영상이었다. 대사 한 줄 없었지만, 붉은 드레스를 입은 한소희가 깜깜한 터널을 내달리고, 차가운 물속으로 가라앉고, 머리칼을 늘어뜨린 채 바닥에 드러눕는 장면은 오래 기억에 남았다. 관객석에서는 숨죽인 탄식이 흘렀다.
그 장면들은 단순한 이미지 이상의 질문을 던졌다. 화려한 헤드라인 속 삶이 실은 얼마나 공허할 수 있는지. 수많은 팬들의 사랑이 존재하지만, 동시에 그 사랑이 눈앞에 닿지 않을 때 느껴지는 공백은 어떠한지. 특히 배우라는 직업은 가수와 달리 팬과의 직접적인 만남이 드물다. 그녀가 “이 자리가 소중하다”고 말한 이유일 것이다.
‘한소희 Must-Do’라는 코너는 그 간극을 메우는 순간이었다. 공연 두 시간 전부터 팬들이 붙인 포스트잇에는 “반드시 행복해야 해요”, “스스로를 사랑해주세요” 같은 문장들이 적혀 있었다. 무대 위로 이어지는 진심 어린 바람들 속에서, 그녀는 웃으며 답했다. “저 불행한 사람 같아요? 저 행복해요!”
문득 영화 속 마지막 장면이 겹쳐 보였다. 물속에서 빠져나와 카메라를 응시하던 한소희. 텅 빈 공간을 채우는 존재, 부재하지만 늘 곁에 있었던 사랑이 마침내 그녀의 눈앞에 가시화되는 순간이었다. 터널 속에서 홀로 카메라를 응시하던 그녀는 이제 낯선 땅에서 이국의 팬들과 직접 눈을 맞추고, 온기를 나눴다.
이번 투어는 단순한 행사 이상의, ‘사라짐과 존재’라는 오랜 질문에 대한 한소희와 팬들의 대답이었다. 보이지 않던 관계가 빛으로 형체를 얻고, 텅 빈 방을 채우던 사랑이 마침내 현실로 이어진 그 순간, 배우와 팬들은 잠시 같은 세계에 머물렀다.
라디오서울 강채은 기자 | chasekarng@radioseoul1650.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