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범근, 박지성, 손흥민은 한국 축구의 세 영웅이다. 차범근은 한국 축구의 개척자였다. 1979년 분데스리가에 진출해 폭발적 스피드와 득점력으로 ‘차붐’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유럽 무대를 흔들었다. 그의 성공은 한국 선수도 세계 축구의 중심에서 통할 수 있음을 보여준 계기였다. 다만 위성 중계조차 흔치 않던 시절이라 국내 팬들이 그의 활약을 직접 확인하기 어려웠다.
‘산소 탱크’ 박지성은 2002 월드컵이 낳은 가장 빛나는 스타였다. 히딩크 감독의 눈에 들어 네덜란드 PSV 에인트호번에 입단한 뒤 실력을 인정받았고, 마침내 프리미어리그 명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향했다. 아시아인 최초로 맨유 주장 완장을 찼다. 그리고 프리미어리그와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모두 경험한 최초의 아시아인이 되었다. 발롱도르 후보에도 오르며 세계 무대에서 존재감을 과시했다. 화려한 개인기보다는 헌신적 움직임과 팀워크로 승리에 이바지하며 한국 선수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
손흥민은 현재 진행형 슈퍼스타이다. 토트넘에서만 10년간 활약하며 매 시즌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했다. 2022년에는 아시아 선수 최초로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에 오르며 세계가 인정하는 공격수로 자리매김했다. 최근 미국의 LAFC로 이적하며 또 한 번 화제를 모았다. 구단은 토트넘에 역대 최고액인 2,650만 달러(약 368억 원)를 이적료로 지급했고 손흥민은 연봉 1,300만 달러(약 180억 원)를 보장받았다. 메시에 이어 리그 2위에 해당하는 대우다. 손흥민은 2026년 북중미 월드컵 대비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사실상 전성기를 지난 나이와 줄어드는 출전 시간을 고려한 현실적 선택이라 할 수 있다.
LAFC는 이번 영입을 확실한 투자라고 밝혔다. LA 카운티에 거주하는 약 22만5,000명의 한인 사회가 잠재적 관중이자 든든한 소비층이다. 한국 방송사와의 중계권 계약은 두둑한 수익원이다. 스타 마케팅 효과까지 고려하면 이번 영입은 선수와 구단, 팬 모두가 이득을 보는 ‘파레토 개선’의 전형이다.
1978년 새샘트리오가 발표한 ‘나성에 가면’이라는 노래가 있다. 나성은 로스앤젤레스의 한자어 음차이다. 가사는 이별의 아쉬움과 새로운 출발을 축복하는 내용이다. 이는 토트넘 팬들이 ‘SON’에게 보내는 정서와도 겹친다. 이제 그는 새로운 무대인 나성에서 또 다른 역사를 쓰려고 한다. 한국 팬들 역시 그 여정을 함께 응원할 차례다.
조용준 스포츠 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