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정권의 3S(스포츠·스크린·섹스) 정책에 힘입어 등장한 ‘애마부인'(1982)은 1980년대를 풍미한 에로티시즘 영화의 대명사다. ‘독전’ 이해영 감독의 첫 드라마인 넷플릭스 ‘애마’는 이 영화의 제작 과정에 상상을 더해 그 시절 충무로의 폭력성과 야만성을 추궁한다.
‘진짜 연기’를 갈망하는 톱배우 희란(이하늬)과 당찬 신인배우 주애(방효린), 노출 영화로 돈 벌 생각뿐인 영화사 대표 중호(진선규), 입봉작을 지키려 분투하는 감독 인우(조현철)까지. 네 사람의 욕망과 좌절이 충돌하며 이야기는 굴러간다. 구조적 성 상납을 폭로한 희란을 주애가 말에 태워 광화문 거리를 내달리는 장면이 극의 하이라이트다.
애마는 공개 2주차인 3일 넷플릭스 글로벌 톱10 시리즈(비영어) 부문 8위에 오르는 등 화제를 모으며 순항하고 있다. 곳곳에서 투쟁 중인 수많은 ‘애마’에게 연대와 위로를 보내는 메시지에도 호평이 잇따른다. 다만 연출에 대한 호불호는 나뉘는 분위기다. 본보 대중문화 담당 기자들은 어떻게 봤을까?

넷플릭스 시리즈 ‘애마’의 영화사 대표 중호(왼쪽)와 꿈 많지만 심약한 신인 감독 인우. 넷플릭스 제공
강유빈 기자(강): 배경 지식 없이 제목만 접했을 땐 ‘공공장소에서 봐도 될까’ 싶었다. 다행히 예상을 비껴갔다. 영화사 대표 중호 역을 맡은 배우 진선규가 저질스럽고 속물적인 연기를 능청스럽게 소화했다.
고경석 기자(고): 재미있고 의미 있는 메시지를 던지는 작품이지만 스토리 전개나 구성 등 여러 요소가 균질하지 못하다는 느낌도 있었다. 배우들의 연기가 잘 어우러지지 않았고 무엇보다 ‘그럴듯하다’는 인상을 받지 못했다.
남보라 기자(남): ‘이하늬표 코미디 시대극’이라는 것만으로 기대가 컸다. 그런데 보는 내내 헷갈렸다. 영화 ‘애마부인’ 관련 부분의 어디까지가 사실 기반이고 픽션인지 경계를 가늠하느라 집중하기 어려웠다. 드라마 안의 코미디와 착취 구조, ‘애마부인’ 영화 속 갑작스러운 베드신 등이 뒤섞인다. 장르를 ‘픽션 코미디’라고 정의했지만, 웃기도 분노하기도 애매했다.

넷플릭스 시리즈 ‘애마’의 극중극 ‘애마부인’에서 희란이 에리카를 연기하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강: ‘애마부인’ 세대가 아니어서 나 역시 ‘원래 이런 장면이 있나?’ 어리둥절했다. 희란이 연기한 에리카가 채찍을 휘두르며 “네가 꿈을 꾸었구나. 꿈을 깨는 데는 매가 약이지!”라고 하는 장면은 통쾌했다. 가부장적 욕망을 응징하는 것 같아서.
고: 극중극 ‘애마부인’에는 재현과 재해석, 풍자가 섞여 있는데 그 시대 영화의 ‘이상함’을 본 적이 없으면 무척 낯설게 느껴질 것 같다. ‘애마부인’은 표피적으로 여성의 성적 주체성을 강조하는 듯하지만 철저하게 남성의 관음적 시각에서 만들어진 영화다. 그런 점을 잘 드러냈다. 유치하고 촌스러운 느낌도 코믹하게 잘 풀었다.
남: 본편을 잘 모르는 입장에서도 당시 시대와 충무로가 여성에게 요구한 것이 “그냥 좀 예쁘게만 있자, 너는”(5화에서 중호가 희란에게 하는 말)이었고, 희란과 주애는 손가락질 받아도 멋있는 ‘XX’이 되기로 한다는 주제의식은 분명하게 전달됐다. “나는 앞으로 더 어마어마한 XX 할거야”라는 주애의 한마디를 위해 달려온 드라마인 것 같다.

넷플릭스 시리즈 ‘애마’에서 위기 상황에 놓인 희란을 구하기 위해 주애가 말을 타고 등장한 모습. 넷플릭스 제공
고: 이해영 감독은 여성 캐릭터를 잘 만드는 연출가다. 다만 과잉이 있다. 시대의 야만성에 펀치를 날리겠다는 의도가 과도하게 드러나 재미가 반감됐다. 캐릭터가 살아 움직이며 이야기를 만들고 자연스레 메시지를 드러내야 하는데 메시지를 위해 캐릭터와 이야기가 분주하게 뛰어다닌다. 두 여성이 대립에서 공감으로 바뀌는 건 좋았다. 과정이 썩 매끄럽게 묘사되지 않은 점은 아쉽지만.
강: 이 드라마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표현은 ‘XX’이다. 초반엔 희란과 주애가 서로 멸칭처럼 쓰지만, 싸워야 살아남을 수 있는 그 시대 여성의 삶을 축약한다. 뇌리에 박히는 센 표현인데 너무 자주 언급돼 효과가 떨어진다. 그보다 “우리는 아직 링 위에 함께 있다”는 주애의 응원이 오래 여운을 남겼다.
남: 이야기가 길어지면서 주제의식이 노골적으로 반복, 강조된다. 굳이 6회가 아니어도 2시간 분량으로 충분히 담아낼 수 있지 않았을까. 회차별 에피소드가 그다지 충실하지 않은데 메시지 하나로 중언부언하는 느낌이었다.
고: 저도 같은 인상이었다. 영화감독이 만들어서인지 드라마보다 길게 늘여 놓은 영화를 보는 것 같았다.

넷플릭스 시리즈 ‘애마’에서 중호(왼쪽부터)와 인우, 주애, 희란, 허혁이 영화 ‘애마부인’ 제작발표 기자회견 도중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강: 넷플릭스 시대극인 만큼 볼거리가 많았다. 희란을 주연으로 다시 찍은 ‘영자의 전성시대’ 포스터 등 소품도 세세하게 준비했더라. 에로영화를 장려한다면서 검열로 가위질해 애마부인의 ‘마’가 뜬금없이 대마(麻)로 바뀌는 장면도 전두환 정권 분위기를 잘 나타냈다.
고: 희란 혼자 서울 사투리를 사용하니 튀게 느껴졌다. ‘파인: 촌뜨기들’에서 임수정 배우의 서울 사투리가 과하지 않게 극에 잘 녹아들었던 것과 비교됐다. 세트 등 연출도 ‘시대의 공기’가 느껴져야 하는데 2025년 관점으로 본 1980년대 같았다. 이건 우리나라 근현대 시대극 대부분이 그렇다.
남: 희란은 평상시 말투와 배우로서 공적 자리에 섰을 때 말투가 완전히 다르다. 간드러지는 말투가 처음에는 이질적으로 느껴졌는데, 과거 여성 배우 목소리를 떠올려보니 거의 비슷했던 것 같다. 여배우들이 불편할 만큼 과한 말투를 사용했던 것 역시 당시 연예계의 거대한 착취 구조 영향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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