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퍼보울 무대에 ‘반 트럼프’ 래퍼… 보수 진영 왜 분노했나

미국 래퍼 배드 버니(본명 베니토 안토니오 마르티네스 오카시오)가 지난달 26일 뉴욕 리갈 유니온 스퀘어에서 열린 영화 '커트 스틸링' 시사회에 참석한 모습. 뉴욕=AP 연합뉴스

내년 2월에 열리는 제60회 슈퍼볼(미식축구 리그 시즌 결승전) 하프타임 공연자가 발표된 이후 미국 내 극우 인사들과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이 벌집을 쑤신 듯 들썩이고 있습니다. 슈퍼볼 하프타임 공연이 뭐길래, 그리고 올해 ‘헤드라이너(주무대 공연자)’로 선정된 ‘배드 버니(Bad Bunny)’가 누구길래 이렇게까지 정치적 화제에 오르는 걸까요.

배드 버니(본명 베니토 안토니오 마르티네스 오카시오)는 푸에르토리코 출신 미국인 래퍼입니다. 2022년 발표한 4집이 빌보드 앨범차트에서 13주간 1위를 기록하고 그래미 시상식에서 스페인어 앨범 최초로 올해의 앨범상 후보에 오르면서 세계적인 라틴 팝 가수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세계 최대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스포티파이에서 역대 가장 많이 재생된 앨범 1위(약 200억 회)라는 대기록을 가지고 있기도 하죠. 스페인어권 국가에서는 현시점 가장 영향력이 큰 가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배드 버니가 올해 발표한 싱글 '누에바욜' 뮤직 비디오의 한 장면. 미국 자유의 여신상에 그의 고향 푸에르토리코 국기가 걸려 있다. 유튜브 캡처

배드 버니가 올해 발표한 싱글 ‘누에바욜’ 뮤직 비디오의 한 장면. 미국 자유의 여신상에 그의 고향 푸에르토리코 국기가 걸려 있다. 유튜브 캡처

배드 버니는 정치적 소신도 뚜렷한 편입니다. 지난해 미국 대선에서 카멀라 해리스 전 부통령을 공개 지지했고, 올해 들어서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는 이번 콘서트 투어 일정에서 미국을 제외했는데요, 최근 인터뷰에서 이에 대해 “이민세관단속국(ICE)이 콘서트장을 급습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고 대놓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올해 발표된 그의 싱글 ‘누에바욜(NUEVAYoL·뉴욕을 의미)’ 뮤직 비디오 말미에는 “내가 실수했다, 미국의 이민자들에게 사과하고 싶다, 이 나라는 이민자들 없이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말하는 트럼프 대통령(으로 추정되는) 목소리가 라디오를 통해 흘러 나오는 장면도 나옵니다. 대놓고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정책을 비판한 거죠.

올해 2월 미국 NFL 슈퍼볼 하프타임 쇼에서 공연하는 래퍼 켄드릭 라마. 댄서들이 미국 국기를 상징하는 색깔로 도열해 있다. 유튜브 캡처

올해 2월 미국 NFL 슈퍼볼 하프타임 쇼에서 공연하는 래퍼 켄드릭 라마. 댄서들이 미국 국기를 상징하는 색깔로 도열해 있다. 유튜브 캡처

극우 인사들과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은 배드 버니와 그를 선택한 미국 프로 미식축구협회(NFL)를 비난하고 나섰습니다. 미국 온라인 매체 액시오스에 따르면 보수 영화 제작자 로비 스타벅은 엑스(X)에서 “이건 음악 때문이 아니라 트럼프와 마가를 싫어하는 사람을 무대에 세우겠다는 뜻”이라고 주장했고, 유명 보수 정치평론가 베니 존슨은 “(배드 버니는) 트럼프를 엄청나게 싫어하는 사람, ICE 반대 운동가, 영어 노래는 없음”이라고 비난해 마가 진영의 공감을 이끌어냈습니다. 또한 X의 한 게시물은 배드 버니에 대해 “기독교 부흥의 한가운데서 가장 많은 관객이 모인 가장 큰 무대를 허락받은, 악마 같은 마르크스주의자”라고 지칭해 수만 개의 ‘좋아요’를 받기도 했죠.

올해 2월 미국 NFL 슈퍼볼 하프타임 쇼에서 공연하는 래퍼 켄드릭 라마. 댄서들이 미국 국기를 상징하는 색깔로 도열해 있다. 유튜브 캡처슈퍼볼 하프타임 쇼에 대한 마가 진영의 공격은 처음이 아닙니다. 올해 헤드라이너는 미국의 래퍼 켄드릭 라마였는데요, 그는 공연 전반에 미국의 체계적 불평등과 인종차별에 대한 불만을 녹여내면서 찬사를 받았지만 동시에 보수 진영의 분노를 마주했습니다. 당시 베니 존슨은 X에 “NFL 여러분, 트럼프가 이겼다. 더 이상 재능 없이 중얼거리는 이교도 사탄 숭배자들이 하프타임 쇼를 하고 사람들이 이를 좋아하는 척하게 두지 않겠다”고 조롱하기도 했습니다. 미 연방통신위원회(FCC)에는 슈퍼볼 공연에 “백인이 부족하다”는 불만이 100건 이상 접수됐다고 하네요.

올해 2월 미국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에서 진행된 필라델피아 이글스와 캔자스 시티 치프스의 제59회 미국 NFL 슈퍼볼 경기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뒷모습. 뉴올리언스=AP 연합뉴스

올해 2월 미국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에서 진행된 필라델피아 이글스와 캔자스 시티 치프스의 제59회 미국 NFL 슈퍼볼 경기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뒷모습. 뉴올리언스=AP 연합뉴스

2016년 ‘BLM(흑인 생명은 소중하다)’ 운동에 대한 경의를 표한 비욘세 공연도 우익 진영의 비난을 받아야 했습니다. 당시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비욘세의 친(親)흑인, 반(反)경찰 쇼”라며 슈퍼볼 하프타임 쇼를 비난했고, “스포츠 이벤트에 정치를 개입시켰다”는 비난도 일었습니다.

이들이 슈퍼볼 하프타임 쇼에 예민하게 구는 이유는 상징성 때문입니다. 1년에 단 12분 주어지는 이 공연 헤드라이너에는 주로 가장 대중적으로 위상이 높은 가수가 섭외되고, 특히 단독 헤드라이너의 경우 마이클 잭슨, 폴 매카트니, 프린스, 비욘세 등 역대 목록만 봐도 ‘명예의 전당’ 수준입니다. 사실상 미국에서 설 수 있는 최고 영예의 무대라고 할 수 있죠. 미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스포츠인 만큼 영향력도 크고, 때문에 섭외 자체가 일종의 메시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19년부터 슈퍼볼 하프타임 쇼 헤드라이너 섭외는 NFL과 래퍼 제이지(Jay-Z)의 엔터테인먼트 회사가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당시 제이지는 한 인터뷰에서 “NFL은 매우 큰 플랫폼을 가지고 있고, 이런 플랫폼은 모두를 포용해야 한다”고 밝힌 적 있는데요. 켄드릭 라마도, 배드 버니도 제이지의 이런 의지가 반영된 섭외라고 봐야 할 겁니다. 그는 비욘세의 남편이기도 하죠.

내년 슈퍼볼 경기는 2월 8일 일요일,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의 리바이스 스타디움에서 열립니다. 올해 슈퍼볼은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참관했었는데요. ‘반트럼프’를 외치는 배드 버니의 공연을 직면해야 하는 내년에는 과연 그가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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