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아침, 캘리포니아의 햇살은 언제나처럼 눈부시게 쏟아진다. 바람은 선선하고 하늘은 맑다.
날씨만큼은 정말 최고인 엘에이의 주말 아침이다. 하지만 한인타운 콘도 문을 나서는 순간 마주한 풍경은 그리 낭만적이지 않다.
길 건너, 그리고 인도 위에는 밤을 지새운 사람들이 여기저기 널부러져 있다. 밤새 약에 취해 소리 지르던 그들은 이제는 조용히 잠들어 있고, 몇몇은 행인들의 발길을 막고 있다.
곂에 있던 친구 왈 “이게 바로 로스앤젤레스야”라며 씁쓸하게 농담을 던진다. 길가엔 인분이 굴러다니고, 악취는 이제 익숙한 일상의 일부가 되었다.
문득 생각이 든다. 왜 불과 몇 마일 떨어진 베버리힐스는 이렇게 다른가? 곧바로 아차 싶은 깨달음이 스친다. 거긴 ‘엘에이시’가 아니지. 그곳은 완전히 다른 행정구역, 그리고 완전히 다른 세계다.
윌셔대로를 가로지르며 굉음을 내는 오토바이들이 앞바퀴를 들고 질주한다. 동시에 음식 배달 로봇들이 사람과 차량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누비며 돌아다닌다.
거리 한편에선 한국인 여성분들이 스피커를 들고 찬송가를 크게 틀어놓고, “예수를 믿지 않으면 지옥 간다”며 열정적으로 전도 중이다. 그 옆에선 길거리 밴더들이 햇살 아래서 분주히 음식을 굽고 있다.
이 모든 혼란스러움 속에도 묘한 활력이 있다. 너무나 ‘미국적이지 않은’ 풍경이지만, 어느새 그 모습에 익숙해져 가는 내 자신을 발견한다.
집으로 돌아와 커피 한 잔을 손에 들고 팟캐스트를 튼다.
한 진행자가 “세상은 다시 19세기 제국주의 시대로 회귀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 말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민주주의, 공산주의, 사회주의로 나뉘던 이념의 시대는 저물고, 이제는 자본과 힘이 지배하는 시대. 인간의 노동력과 가치는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
그런 생각들을 곱씹으며, 뜨거운 커피 한 모금으로 이 엉망진창이지만 살아 있는 도시, 미국 엘에이의 주말 아침을 맞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