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어준이 띄우면 정청래가 화답… ‘강경 듀오’ 행보에 “중도층 다 떠난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당대표가 지난달 3일 공개된 유튜브 채널 '딴지방송국'에 출연해 김어준씨의 얘기를 경청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유튜브 캡처

이 대통령 제동에 잠잠했던 재판중지법
김어준씨 한마디에 민주당 지도부 발동
與의원들 유튜브 불러 ‘법안 처리’ 촉구
내각 인사에 “李 속도 못 따라가” 비판
“김어준 당이냐” 당내서도 우려 목소리

“‘누가 그렇게(이재명 대통령 관련 재판 재개) 하겠어?’라고 생각하지 말고 이걸 막아야 되겠네요.”

방송인 김어준씨는 지난달 23일 자신의 유튜브 방송에서 이재명 대통령 관련 재판을 중단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 이른바 ‘재판중지법’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지난 6월 대선이 끝나기가 무섭게 더불어민주당이 재판중지법 처리를 서두르자, 이 대통령이 직접 제동을 걸어 잠잠해진 사안을 김씨가 새삼스레 끄집어낸 것이다. 그로부터 열흘 뒤인 지난 2일 정청래 대표가 이끄는 더불어민주당은 재판중지법을 ‘국정안정법’이라 명명하며 이달 본회의 처리 가능성까지 입에 올렸다. 이에 화들짝 놀란 대통령실이 “이 대통령을 정쟁의 중심에 끌어넣지 않기를 당부한다”고 질타성 경고를 한 뒤에야 논란은 하루 만에 일단락됐다.

재판중지법을 둘러싼 당정 간의 엇박자를 놓고 민주당의 강경 여론을 주도하는 ‘보이는 손’ 김씨와 보조를 맞추는 정청래 지도부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씨가 강성 지지층의 위기감을 부추겨 여론을 한껏 자극하면, 정 대표가 이에 올라타 강성 행보로 화답하는 악순환이 굳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당 안팎에선 두 사람이 주고받는 강경 행보가 이재명 정부 국정운영에도 부담을 키우는 동시에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중도층 이탈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민주 진영에서 대형 스피커 역할을 해온 김씨의 영향력은 이번 재판중지법 이슈에서도 여실히 확인됐다. 김씨는 지난달 2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감장에서 이 대통령의 재판 재개가 임기 중 언제든 가능하냐는 야당 의원의 질의에 ‘이론적으로 가능하다’고 답한 김대웅 서울고등법원장의 발언을 땔감 삼아 여론전을 본격화했다. 김씨는 다음 날 곧장 “‘여차하면 이재명 재판 해버린다’는 일종의 협박메시지”라고 규정했고, 23일엔 “굳이 할 필요가 없어서 (재판중지법을) 내버려 둔 건데 굳이 해야 되겠다”며 강성 지지층의 위기감을 고조시켰다. 24일엔 법조인 출신의 민주당 의원들을 방송에 불러 “‘설마 (그렇게 하겠느냐)는 생각하면 안 되는 것 같다”고 연신 다그치기도 했다.

김씨의 영향력은 ‘법안 사주’뿐만 아니다. 민주당의 강성 행보를 독촉하거나, 내각 인사를 겨냥한 저격 발언도 서슴지 않고 있다. 지난 9월 이 대통령 방미 중 국회 법사위에서 일방적으로 의결된 ‘조희대 청문회’를 두고 “사법 쿠데타에 대해 대법원장이 지금껏 한번도 해명한 적이 없었다”며 “청문회를 해야 한다”고 거든 게 대표적이다. 지난달 24일엔 민주당 원로인 이해찬 전 국무총리를 출연시킨 뒤 “일부 장관들이 이 대통령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것 같다”고 공개 질타하기도 했다. 김씨가 구체적 이름을 거론하진 않았지만, 김씨의 발언 전후로 그가 운영하는 딴지일보 커뮤니티에선 정성호 법무부·안규백 국방부·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교체 여론이 들끓었다.

이처럼 민주당의 주요 의사 결정에서 김씨의 입김이 커지면서 당 안팎에서도 “김어준 당이냐” “(김씨가 운영하는 딴지일보 커뮤니티를 빗대) 딴지당이냐”는 자조와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 민주당 재선 의원은 “늦어도 내년 초부터는 ‘내란 종식’에서 ‘민생’으로 주제를 옮겨야 중도층을 잡을 수 있는데 당 지도부는 오직 ‘내란 종식’만으로 선거를 치러도 충분하다는 구상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당장 한국갤럽이 지난주 발표한 10월 5주 차 여론조사1에 따르면,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서울에선 민주당(31%)과 국민의힘(32%) 지지율이 역전될 만큼, 민심은 호락호락하지 않은 상황이다.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김씨와 정 대표에겐 위기감 조성이 개인적 이득이 되니까 하는 것이겠지만 여권 전체로 봤을 때 이득인지는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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