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중국의 규칙을 따른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P 연합뉴스

지난주 한국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의 회담은 ‘무역전쟁 휴전’이라는 가치 있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이번 회담을 통해 두 정상은 고조되는 양국 간의 긴장에 쉼표를 찍고 시간을 벌었다. 이제 우리 앞에 놓인 핵심 질문은 이 시간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느냐다.

한 가지 위험한 사실은 민주당과 공화당 어느 쪽이 백악관을 차지했는가에 상관없이 지난 수년 동안 워싱턴은 줄곧 중국의 규칙에 따라 행동해 왔다는 것이다. 중국에 대한 워싱턴의 대응은 무역을 제한하고 투자를 정치화하고 관세를 대통령의 사적인 도구처럼 멋대로 휘두르는 등 베이징 따라하기로 베이징을 제압하려는 시도처럼 보인다. 하지만 과도한 조치는 중국의 강점을 살리는 반면 미국의 강점을 갉아먹는 결과를 낳고 만다.

트럼프는 중국의 규칙을 따르는 것을 좋아한다. 그는 시 주석의 개인적이고 중앙집권적인 권력을 숭배하는 듯 보인다. 전면 관세 부과로 세계를 위협했고 반도체 공급망에 직접 개입했다. 또 인텔에 정부의 지분을 요구했을 뿐 아니라 엔비디아 칩을 중국에 판매할 수 있도록 특별 허가를 내줬고 틱톡 매각을 위한 자금 조달자 역할을 자임했다. 이는 강력한 협상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실상은 위험스러울 정도로 순진한 생각이다.

중국의 체제는 국가의 개입을 전제로 만들어졌다. ‘워싱턴쿼털리’의 최근 분석은 베이징이 어떻게 ‘하이브리드 강압 모델’을 개발했는지 보여준다. 이 모델은 공식적인 수출 통제와 블랙리스트를 기업들에 대한 광범위한 지시 등 불투명한 압력과 뒤섞어 놓았다. 중국은 법치주의의 예측 가능성이 아닌 국가의 영향력과 정치적 지속성에 중점을 둔 시스템을 구축했다. 중국은 헌법도, 시장도, 선거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명령만으로 산업을 동원할 수 있고 법적 제한 없이 비용을 부과할 수 있다.

미국은 그런 식으로 통치할 수 없고, 해서도 안 된다. 어떤 민주주의도 독재 정권을 모방하는 방법으로는 결코 승리하지 못한다. 미국의 힘은 규칙과 예측 가능성, 개방성에 있다. 40년 전 일본의 기술적 도전에 직면한 미국은 국가산업부를 신설하거나 기업 챔피언을 선발하는 방식으로 승리를 거둔 게 아니었다. 경쟁을 지원하고 인재를 환영하며 동맹을 강화했다. 일본을 따라함으로써 일본의 도전을 물리친 게 아니라 일본을 능가하는 기술 혁신을 통해 도쿄를 따돌렸다.

하지만 오늘날 미국은 정반대의 결론을 향해 표류하고 있다. 트럼프의 관세는 모든 중국 상품에 적용되고 있고 우방국 상품까지 마구잡이로 쓸어 담고 있다. 관세의 목표는 규칙에 기반을 둔 무역 시스템을 조성하기보다는 트럼프의 통제력을 과시하는 데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것은 거래와 지배를 즐기는 지도자를 흡족하게 만들지 모른다. 그러나 한때 세계의 인재와 투자를 미국으로 끌어들이는 자석으로 작용했던 규범을 녹슬게 한다.

이런 결과는 중국과 균형을 이루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동남아시아에서 가시화되고 있다. 이 지역 국가들은 미국의 투자와 영향력을 원하지만 관세와 지원 삭감, 간헐적인 외교만을 목격하고 있을 뿐이다. 트럼프의 말레이시아 방문은 이 같은 패턴을 확연하게 보여줬다. 그는 캄보디아와 태국 사이의 휴전 관련 기념사진 촬영에 집중하다가 중요한 안보 정상회의가 시작되기 전에 다음 순방지로 떠났다. 반면 회의 개막에 앞서 말레이시아에 도착한 중국은 폐막일까지 자리를 지켰다.

미국은 파괴가 아니라 건설을 해야 승리한다. 유럽·아시아와의 관계를 심화하고, 민주주의 파트너들과 경제를 더욱 긴밀하게 통합하며, 반도체 역량 강화를 위해 광범위하게 투자하고, 개방 체제를 유지하는 한편 인재들을 적극 유치해야 한다. 미국은 글로벌 무역 시스템을 재편해야지 제한해서는 안 된다. 핵심 기술 분야에서 미국과 중국의 전략적 분리(디커플링)는 국가 안보 차원에서 필수적이다. 그러나 신중한 보호 장치와 경제를 대통령의 개인적 포트폴리오처럼 여기는 것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지난 한 세기 동안 우리는 통제된 사회보다 자유로운 사회에서 혁신이 번성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만약 지금의 경쟁을 어느 쪽이 더 징벌적이고 폐쇄적이며 더 중앙집권적이고 국가주도적인지를 시험하는 자리로 만든다면 중국은 편안함을 느낄 것이다. 그러나 이를 역동성과 열린 경쟁, 국가 간의 자유로운 연합을 시험하는 자리로 만든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승리의 방법은 중국이 되는 게 아니리 미국으로 남는 것이다. 미국을 위대하게 만들어온 요인들을 더욱 강화하는 것이 실질적인 승리의 비결이다.

파리드 자카리아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0
0

TOP 10 NEWS TODAY

오늘 가장 많이 본 뉴스

LATEST TODAY NEWS

오늘의 최신 뉴스

시니어 생활

오피니언 Hot Poll

청취자가 참여하는 뉴스, 당신의 선택은?

타운뉴스

최신 뉴스

‘월드컵 영웅’ 황희찬 또 쓰러졌다, 북중미 불과 4개월 남았는데… 홍명보호 ‘초대형 악재’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에도 비보다.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월드컵이 약 4개월 남은 가운데 핵심 공격수 황희찬(30·울버햄튼 원더러스)이 부상으로 쓰러졌다. 황희찬의 소속팀 울버햄튼은 ...

“차은우, 고발 안 당하면 다행”..전 국세청 조사관이 본 ‘200억 탈세’ 대응

가수 겸 배우 차은우가 200억 원대 소득세 탈루 의혹에 휩싸인 가운데, 전직 국세청 조사관이 그의 대응 방식을 비판했다. 최근 유튜브 ...

‘학폭 가해자 학부모’ 현실 도피 8년..윤손하 “아 내가 배우였었지” 캐나다 살이 근황

아들의 '학폭 가해' 사건으로 한국을 떠나 캐나다 밴쿠버에 거주 중인 탤런트 윤손하(51)가 근황을 전해 화제다. 윤손하는 8일(한국시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만나면 ...

홍진경 딸 라엘, 얼마나 달라졌길래..최준희 “내가 보정 선배”

방송인 홍진경의 딸 라엘이가 몰라보게 달라진 비주얼로 화제가 되고 있다. 홍진경은 8일(한국시간)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딸 라엘이의 최근 근황 사진에 ...

목줄이 조이는 고통 속에서도 엄마개가 지켜낸 강아지 6남매

동물보호단체 동물자유연대는 지난해 11월 전남 화순군에서 피와 진물로 목이 온통 젖은 채 돌아다니는 개가 있다는 제보를 받았습니다. 활동가들이 현장에서 확인한 개의 ...

‘스키 여제’ 린지 본, 올림픽의 꿈 앞에서 또다시 쓰러졌다

부상→출전 강행→또 부상… 린지 본, 충격의 ‘라스트 댄스’ 기적은 끝내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전방 십자인대 파열 진단을 받고도 올림픽 출전을 강행했던 ...

“민주 텃밭 캘리포니아, 보수 한인의 생존 전략은?”

캘리포니아에서 민주당 강세 속 보수 성향 한인들의 정치 입지가 좁아지면서 생활 이슈 중심의 새로운 전략으로 생존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캘리포니아는 유권자 ...

불면증 유발 ‘이 질환’ 의사들도 간과…벌레가 다리 기어다니는 느낌때문에 잠 못자…

분명 불편한데 원인을 알 수 없어 수년, 길게는 수십 년을 방치하는 질환이 있습니다. 만성 불면증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하지불안증후군입니다. 경기 ...

[지금 한국] “지갑 찾아주려다 되레 범죄자 됐다”…차비 2000원 챙긴 50대 ‘벌금형’

지하철역에 떨어져 있던 지갑 주인을 찾아주기 위해 노력한 50대 여성이 지갑 안에 있던 현금 2000원을 가져간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8일 ...

자식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

진료실에 내 또래의 남자 환자가 들어왔다. 작년에 수술하고 특별한 문제가 없어서 6개월 만에 보는 것 같은데, 왠지 얼마 전에 어디서 ...

FDA, ‘비만 치료제’ 위고비와 유사한 복합 조제품 판매 금지

미국 식품의약국, FDA가이 비만 치료제 위고비 알약과 동일한 성분을 포함해 조제된 염가의 대체 제품을 시판되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마틴 머캐리 FDA 국장은 비만 치료제 ...

“지붕 뚫린 보석상, 믿음도 함께 무너졌는데… 시는 어디에 있나”

캘리포니아 우드랜드 힐스의 한 보석상에서 절도범이 지붕을 뚫고 침입해 약 10만 달러 상당의 보석을 훔쳐 달아났습니다. 로스앤젤레스 경찰에 따르면, 지난 ...

“이대로 가다간 정말 큰일 난다”…부채 덫에 빠진 세계경제 ‘경고음’ 커진다

세계 주요국들이 정부 지출로 경제를 떠받치면서 부채가 급증하고, 이자 비용 증가로 다시 지출이 늘어나는 악순환에 빠져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정학적 ...

올림픽이냐, 슈퍼볼이냐… 미국 선수들 “꿈속 응원 vs 밤샘 각오”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과 제60회 슈퍼볼(미식축구 결승전) 일정이 겹치면서, 올림픽에 출전한 미국 선수들이 딜레마에 빠졌다. 메달을 위한 '숙면'과 자국 최대 축제의 ...

12년의 도전… ‘3전 4기’ 김상겸, 깜짝 은메달

한국 스노보드의 ‘맏형’ 김상겸(37∙하이원)이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단에 첫 메달을 안겼다. 김상겸은 8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리비뇨의 스노파크에서 열린 스노보드 남자 ...

“캘리포니아 떠난 부자들, 네바다로 몰린다…세금 없는 서부 자본의 허브로 급부상”

캘리포니아 고소득층이 높은 세금 부담을 피해 네바다로 대거 이주하는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최근 억만장자 세금법 발의로 자산 10억 달러 이상 ...

트럼프 행정부, 캘리포니아 팬데믹 대출 11만1620명 ‘전면 정지’…최대 90억 달러 사기 의혹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지급된 소기업 지원 대출에서 대규모 사기 정황을 포착하고, 캘리포니아 소재 차입자 11만1620명의 계정을 한꺼번에 ...

“슈퍼볼 무대 위 스페인어… ‘미국의 자존심’ 흔든 문화 논쟁”

미국 최대 스포츠 이벤트인 슈퍼볼이 열리기도 전에 하프타임 무대를 둘러싼 뜨거운 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올해 하프타임 쇼의 주인공으로 푸에르토리코 출신의 ...

“중국 일부 호텔 객실 불법 촬영 영상 수천 건 유통…실시간 중계까지”

중국 일부 호텔 객실에 몰래 설치된 카메라로 촬영돼 음란물로 팔리는 영상 수천 건이 여러 사이트에서 발견했다고 영국 BBC가 현지 시간 6일 ...

워싱턴포스트 기자 3분의 1 해고 후 대표 사임… 150년 명성 흔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워싱턴포스트를 인수한 지 13년 만에 흔들... 미국 유력 일간지 워싱턴포스트가 기자 3분의 1을 한꺼번에 해고한 가운데, ...

컬링 믹스더블 감격의 첫 승…차준환 단체전서 ‘예방 주사’

성대하게 막을 올린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이 개막 이틀째를 맞았습니다. 일부 종목에서 우리 선수들의 경기가 시작됐고, 기분 좋은 승전보도 들려왔는데요. 스포츠부 양시창 ...

“한국, 금메달 3개로 15위…임종언 김길리 우승 전망”

대한민국이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 3개를 따내 종합 15위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습니다. 미국의 스포츠 전문 매체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는 공식 홈페이지에서 이번 ...

김시우, 피닉스오픈 3R 공동 2위…3주 연속 우승 경쟁

김시우가 PGA투어에서 3주 연속 우승 경쟁에 나섭니다. 김시우는 미국 애리조나주에서 계속된 WM 피닉스오픈 3라운드에서 이글 1개와 버디 4개, 보기 1개로 5언더파를 쳐 중간합계 ...

‘여권 2인자’ 경쟁-김민석·정청래·조국… 합당 갈등에 불붙다

김민석(왼쪽부터) 국무총리가 지난달 27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이해찬 전 국무총리 빈소에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유시민 ...

한국 엄청 춥다… 내일 아침 섭씨 -15도 ‘한파 절정’…화요일엔 전국에 눈·비 확대

주말 동안 절정에 이른 강추위가 월요일 아침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8일 기상청은 월요일인 9일 아침 최저 기온을 영하 15~영하 4도로 예보했다 ...

“명문대·금융권 고소득 30대도 포기한 서울의 집… 블룸버그, 한국 부동산 현실 집중 조명”

대한민국 최고 명문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선망의 직장인 금융권에 몸담은 30대 전문직조차 서울에서 내 집 마련의 꿈을 접어야 하는 현실을 외신이 ...

“내 이름 넣어줘” 예산 끊은 트럼프…미 법원, 또 제동

트럼프, 뉴욕·뉴저지 터널 지원 중단… ‘트럼프 역’ 개명 요구에 법원 제동 트럼프 대통령이 뉴욕과 뉴저지를 잇는 철도 터널 사업에 대한 ...

[지금 한국]‘두쫀쿠’ 열기 시들…유통가, 제2의 두바이 디저트로 갈아탄다

품절 대란을 일으키며 국내 디저트 시장을 흔들었던 ‘두바이 쫀득 쿠키(두쫀쿠)’ 열기가 최근 들어 한풀 꺾이면서 유통업계가 후속작으로 두바이 스타일 신상품을 ...

대학 입시에 도움되는 AP… 학교에서 제공 안 한다면?

온라인 수업·사설 준비 과정 ‘아너스·이중등록’ 대안과목 감당 가능한 과목만 수강 비슷한 과목 중복 피해야 ‘AP’(Advanced Placement) 과목은 고등학생들에게 대학 수준의 ...

401(k)로 다운페이먼트 가능… 장단점 꼼꼼히 따져야

‘조기 인출·대출’ 두 가지 방법 대출… 생활비 부담↑ 조기 인출… 세금·벌금 트럼프 행정부가 내 집 마련의 최대 걸림돌인 다운페이먼트 마련 ...

경제 • IT

칼럼 • 오피니언

국제

한국

LIFESTYLE

K-NOW

K-NEWS

K-BIT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