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폭등에 소고기 못먹어요”… ‘식탁물가’ 비상

추수감사절이 2주 남짓 남은 가운데 소고기 값이 소비자물가지수를 큰 폭으로 웃도는 상승률을 보이며 서민들의 식탁물가를 위협하고 있다. 수퍼마트의 육류 섹션. [로이터]

올해 전년비 14%나 상승
사육두수 70년 만에 최저

한인 “닭고기로 대체” 한숨
“당분간 물가 안정 어려워”

 

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감사와 풍요를 나누는 추수감사절이 2주 남짓 남았지만, 올해 식탁 위에는 근심이 가득하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식료품 물가 때문이다. 특히 소고기 가격의 기록적인 급등은 소비자들의 장바구니에 가장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11일 연방 농무부(USDA)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으로 소고기·송아지 고기(비프 & 베일) 가격이 전년 동기 대비 13.9% 상승했다. 지난 10년간 전체 소비자물가지수가 약 30% 상승하는 동안 소고기 가격은 이보다 훨씬 높은 45%의 상승률을 보이며 서민들의 식탁을 위협하는 모습이다.

소고기 가격 급등은 육류 소비 행태의 변화까지 가져오고 있다. 경제매체 마켓워치 보도에 따르면 미 최대 육가공업체 타이슨푸드의 닭고기 사업부는 닭고기 판매가 3년 내 최고 수준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28% 늘어난 조정 영업이익을 올렸다. 반면 소고기 사업부는 소 공급 부족 등의 여파로 조정 영업손실 폭이 커졌다. 소비자들이 소고기의 대체품을 찾아 닭고기 수요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소고기 가격이 유례없이 치솟은 주된 원인은 소 사육두수의 급격한 감소와 사료값 급등이라는 복합적인 요인 때문이다. 농무부 자료에 따르면 미국 내 육우 수는 2025년 기준 2,790만마리로 1952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6년 전인 2019년에 비해 약 13% 감소한 수치다. 농가들이 사육 규모를 줄인 배경에는 기후변화로 인한 극심한 가뭄이 자리한다. 2021년부터 시작돼 2023년까지 이어진 서부 전역의 심각한 가뭄은 소가 뜯어먹을 목초지를 황폐화시켰다. 농가들은 풀이 부족해지자 비싼 사료를 구매해야 했고, 생산 비용을 감당하지 못한 소규모 농장주들이 소를 팔아 농장 규모를 줄이는 악순환의 연속이었다. 또 가뭄 외에도 겨울철 한파, 옥수수 등 사료 작물 생산 차질, 운송비, 인건비 등 투입재 비용의 전반적인 상승 역시 소고기 가격을 밀어 올리는 주요 요인이다. 전미 농업경제연구소는 “2025년 한 해 소고기·송아지 고기 가격이 약 11.6%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문제는 소고기 가격만 급등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대표적인 추수감사절 식탁의 중심인 칠면조(터키)의 가격도 대폭 상승했다. 예컨대 올해 추수감사절을 앞두고 도매 터키 가격은 파운드당 1.68달러, 전년 동기(0.99달러)보다 약 70%나 폭등했다. 공급 측면에서는 터키 사육 규모가 약 8% 이상 줄었고, 여기에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PAI) 재유행과 인건비·사료비 상승이 겹쳤다는 분석이다. 웰스파고 농식품 인스티튜트에 따르면 칠면조를 제외한 다수의 추수감사절 식료품 가격이 급등했는데, 햄 가격은 5.2%, 호박 통조림은 30%, 크랜베리 통조림은 무려 60%나 오른 것으로 나타나 가계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가파르게 오른 식탁물가는 한인 밥상물가도 자극하고 있다. LA에 거주는 한인 주부 김모씨는 “추수감사절에는 갈비찜이나 좋은 스테이크를 준비하곤 했는데, 요즘 소고기 가격을 보면 선뜻 손이 안 간다”며 “가족이 모이는 날이지만, 주머니 사정을 생각해서 닭고기나 돼지고기처럼 상대적으로 저렴한 대체품을 더 많이 준비해야 할 것 같다. 예전처럼 풍성한 식탁을 차리기가 너무 힘들어졌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식탁물가가 급격히 떨어지긴 어렵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육류 공급이 당장 반등하기엔 시간이 걸리고, 사료비·연료비·인건비 같은 비용구조가 여전히 불리하기 때문이다. 한 경제 전문가는 “소고기든 칠면조든 일단 줄어든 사육두수를 다시 회복하는 데는 최소 2~3년이 걸릴 것”이라며 “이 기간 동안 사료비, 인건비 등 고비용 구조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박홍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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