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주 AI발 ‘해고 쓰나미’… 올해 최다 해고 ‘1위’

노동국에서 실업자들이 실업수당을 신청하고 있다. [로이터]

올해 캘리포니아가 전국에서 가장 많은 인력을 해고한 주인 것으로 나타났다. 혁신의 상징인 실리콘 밸리와 세계 문화의 중심지 할리웃을 보유한 캘리포니아가 인공지능(AI) 혁명과 비용 절감의 폭풍에 휩쓸리며 대규모 해고 사태의 진원지로 전락한 것이다.

28일 아웃플레이스먼트 회사인 ‘챌린저, 그레이 & 크리스마스’의 집계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에서는 올해 10월까지 15만8,734명의 해고가 발표되었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13만6,661명보다 증가한 수치다. 이는 연방정부의 감원으로 타격을 입은 워싱턴 DC를 제외하면, 전국 50개 주 가운데 가장 많은 일자리 감소다. 같은 기간 전국적으로는 해고자가 100만명을 넘어섰는데,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올해 아마존, 인텔, 세일즈포스, 메타, 파라마운트, 워너 브라더스, 월트 디즈니에서 수천 명의 근로자가 일자리를 잃었다. 심지어 애플조차 이례적인 감원을 발표했다. 엔터테인먼트와 기술 분야의 어떤 분야도 비용 절감에서 자유롭지 못한 듯하며, 이로 인해 근로자들은 극심한 불안에 떨고 있다.

대규모 해고 사태의 원인은 AI 혁명에 따른 비용 절감이다. 챌린저에 따르면 올해 미국에서 발생한 4만8,000개 이상의 일자리 감축에 AI가 관련됐으며, 10월에만 약 3만1,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트렌드는 실리콘 밸리 기업들이 이끌고 있다.

앞서 인텔의 최고경영자(CEO) 립부 탄은 지난 1분기 8억2,100만달러의 손실을 발표한 뒤 직원 이메일에서 “최고 성과는 최소 인력에서 나온다”는 메시지를 남기며 인력 효율화를 강하게 시사했다. 엔지니어 직군까지 고용 안정성을 잃은 것은 닷컴버블 붕괴 이후 처음이다. 캘리포니아 대학교 버클리 캠퍼스 노동 경제학자 제시 로스스타인은 “사람들은 폭풍이 다가온다고 생각해서 웅크리고 있다”라고 진단했다.

할리웃 역시 우울한 분위기다. 코로나19 팬데믹에다 2023년 작가와 배우의 파업, 통합 물결에 따른 합병 및 비용 절감 등으로 대형 스튜디오에서 인력 감축이 계속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비컨 이코노믹스의 창립 파트너이자 경제학자 크리스 손버그는 “AI가 기술 분야의 일부 초급 일자리를 대체하고 있으며, 할리웃에서도 AI가 일부 일자리를 대체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구조조정 폭풍 속에서 캘리포니아의 실업률은 5.5~5.7%대로 워싱턴 DC를 제외하면 전국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지난 8월 기준 자발적 퇴사율이 1.9%로 10년 만에 최저치를 찍었다는 점은 노동자들이 ‘경기 불안’을 얼마나 크게 체감하고 있는지 보여준다.

AI 투자 열풍은 미국 전체 국내총생산(GDP)을 0.5% 이상 끌어올리는 긍정적 효과를 주고 있지만, 노동시장에서는 ‘일자리 재편의 전초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실리콘 밸리의 빅테크 기업들이 올 한해에만 AI 데이터센터에 4,000억달러 이상 투자할 것이라는 전망은 한편으로는 기업 경쟁력이 상승할 것이라는 것을 의미하는 동시에 그만큼 인력 구조조정이 있을 것임을 암시한다.

다만 암울한 상황 속에서도 일부 긍정적인 신호 또한 감지된다. 특히 항공우주 및 방위 산업은 번창하고 있디. LA 카운티 경제개발공사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카운티의 항공우주 및 방위 산업에서 1만1,000개의 일자리가 추가됐고, 평균 임금은 14만1,110달러에 달했다. LA 카운티는 지난 2분기에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한 58억달러의 벤처 캐피털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한 경제 전문가는 “지금 캘리포니아 노동시장은 지금 전환점에 서 있다. AI 혁신이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되는 동시에 기존 일자리를 대거 재편하고 있어, 앞으로 구조적 충격이 불가피하다”며 “결국 관건은 AI 시대에 얼마나 많은 노동자들이 재교육과 전환을 통해 이 새로운 성장축으로 이동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라고 말했다.

<박홍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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