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학 입시계에 부는 변화의 바람

미국 대학 입시계가 전환의 시기를 맞고 있다. 4년제 대학 학위에 대한 인식이 크게 변하면서 지원 간소화에서 직접 입학제 등 다양한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로이터]

UVA, 추가 에세이 폐지
대학이 먼저 합격 제시

‘정치 편향 캠퍼스’ 확산

 

최근 고등학교 졸업 후 사회로 향하는 진로의 흐름이 과거와 다른 방식으로 인식되고 있다. 특히 4년제 대학 학위에 대한 인식이 크게 변하고 있다. 과거처럼 학사 학위를 당연히 취득해야 하는 것처럼 여겨지는 시대는 저물고, 다양한 자격증과 기술 기반 교육이 교육계에서 강조되는 추세다. 이 같은 변화 속에서 학생과 학부모, 교육 관련 정부 부처 등이 다가올 교육계의 흐름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포브스가 강조했다.

■ 대학 지원서 간소화…UVA, 추가 에세이 폐지

‘버지니아대’(UVA)가 대부분의 지원자에게 요구하던 ‘추가 에세이’(Supplemental Essays)를 전면 폐지하기로 결정하면서, 대학 입시계에 적지 않은 파장이 일고 있다. 대학 입시 전문가들은 UVA의 이번 결정은 대학 지원 과정의 복잡성을 줄여 더 넓고 다양한 학생층을 끌어들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분석한다.

UVA의 이번 조치는 장시간을 요구하는 복잡한 에세이 작성 과정이 1세대 대학생이나 저소득층 학생에게 실질적인 진입 장벽으로 작용해 왔다는 점을 인정한 것으로도 보인다. 대학 입학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지원 절차를 간소화하면, 지원자 수를 늘리고 다양한 계층의 학생을 유치할 수 있다는 판단으로도 볼 수 있다.

또, 최근 ‘인공지능’(AI)을 활용하는 학생들이 급증하면서 추가 에세이의 중요성이 예전에 비해 떨어진다는 지적도 많다. AI를 활용해 작성한 에세이는 작성자의 진정성을 파악하기 어려워, 대학 측이 에세이를 통해 얻으려고 하는 추가 정보의 가치가 떨어졌다는 것이다.

UVA 베서니 글로버 커뮤니케이션 담당은 “추가 에세이 폐지는 지원 절차를 더 쉽게 만들기 위한 결정”이라며 “많은 대학들이 추가 에세이에서 얻는 실질적 정보가 크지 않은 데다 학생들 역시 이를 묻지마식 지원을 막기 위한 ‘거름막’ 정도로 여긴다”라고 설명했다. UVA의 이번 조치가 아이비리그 등 다른 최상위권 대학들에도 확산될지 교육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 대학, ‘슬림화·재편’ 조직 개편

공립대학들이 생존을 위한 체질 개선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뉴저지의 ‘몬트클레어주립대’, ‘네브래스카대’ 등 여러 대학이 단과대학과 전공을 통합하는 대규모 내부 재편을 추진하면서 수요가 높은 분야 위주로 전공을 재편하고 있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재정 압박과 학령인구 급감, 전반적인 ‘인구 절벽’ 현상 등이 있다. 학생 모집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가운데 공립대학들이 경제 논리를 적용해 운영을 최적화해야 하는 기업형 모델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 ‘직접입학’… 대학이 먼저 합격 제시

대학 입시의 흐름을 크게 바꿀 ‘직접입학’(Direct Admissions) 선발 방식이 일부 대학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직접입학은 기존처럼 학생이 대학에 지원하는 방식이 아니라, 정해진 기준을 충족한 학생에게 대학이 먼저 합격을 제시하는 정반대 선발 방식이다.

직접입학 제도는 일부 대학 사이에서 시험적으로 활용된 바 있는데 대학 공통지원서 플랫폼 ‘커먼앱’이 이를 본격 도입하면서 사용 대학이 늘기 시작했다. 커먼앱의 2025~26학년도 직접입학 프로그램에 약 213개 대학이 참여하고 있으며, 앱 내에 직접입학 제안을 관리할 수 있는 전용 메뉴까지 마련됐다.

직접입학이 주목받는 이유는 등록 학생이 감소하는 대학들이 먼저 합격을 제시해 학생을 유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1세대 대학생, 중산층 학생 등 대학 입학 기회가 제한된 계층의 학생들에게 대학 입학 기회를 제공한다는 장점도 있다. 노스캐롤라이나주는 주내 우수 학생의 유출을 막기 위해 직접입학 제도를 도입하고 있으며 현재 약 15개 주가 직접입학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교육 전문가들은 대학 입시 구조가 기존 ‘지원 및 선발’에서 ‘제안 및 유치’로 변화할 경우 대학 입학처의 역할도 단순한 모집이 아닌 ‘합격 후 관리’(Post-Offer Nurturing)로 바뀔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정치 편향 캠퍼스’ 확산

미국 대학계에 정치 편향 캠퍼스가 확산하고 있다. 플로리다와 텍사스 등 보수 성향 주에서는 주 의회가 대학의 교과 과정과 운영 전반에 직접 개입하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이들 주의 일부 교수들은 강의 자료에서 ‘다양성’, ‘형평성’, ‘포용’ 같은 표현을 삭제하라는 지시까지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흐름으로 미국 공립대학들의 대학 사명과 캠퍼스 문화가 주별로 극명하게 갈라지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학생과 교수들도 자신의 정치 성향에 따라 지역과 대학을 골라야 하는 시대가 올 수 있다고 교육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 입시계에서 현장에 상륙한 AI

대학 입시계에도 ‘인공지능’(AI) 사용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일부 대학은 에세이의 문체 및 구조 분석, 학생 등록 전망 예측, 24시간 상담 가능한 챗봇 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에 AI를 활용하고 있다. 반대로 지원자들 역시 AI 도구를 이용해 에세이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초안을 작성하는 사례가 점차 보편화하고 있다.

그러나 대학 입시에서 AI 사용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다. 과거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편향적 선발, 지원자 정보 보호 문제, 인간적 판단이 핵심인 평가 과정을 알고리즘에 과도하게 의존하게 될 위험 등의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교육 전문가들은 AI의 효율성은 활용하고 대학이 오랫동안 유지해온 인간에 의한 ‘종합적 평가’(Holistic Review) 방식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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