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인플레 직격탄… 새차 ‘5만달러’ 시대 도래

신차 평균 가격이 5만달러를 돌파하면서 소비자들이 신차 구매를 미루거나 중고차 시장에 머물고 있다. 폭스바겐 매장에서 한 직원이 차량을 청소하고 있다. [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부과한 자동차 관세에다 계속되는 인플레이션, 고용시장 위축 각종 악재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상당수의 미국인들이 자동차 구매를 미루거나 중고차 시장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스트릿저널(WSJ)은 지난달 30일 자동차 딜러와 전문가, 각종 통계를 바탕으로 소비자들이 신차 구매에 지불할 금액에 상한선을 두기 시작했다. 자동차의 크기를 줄이거나, 신차보다는 중고차, 장기 자동차 대출, 할인 대기 등 이른바 알뜰 소비패턴이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 9월 미국의 신차 평균 가격이 심리적 저지선인 5만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9월의 신차 평균 가격은 5만80달러로 전년 대비 3.6% 상승했다. 고가 SUV와 트럭, 럭셔리, 전기차(EV) 비중이 늘면서 평균 신차가격을 끌어올린 것이다.

신차 가격 상승으로 소비자들의 구매력은 추락하고 있다. 지난 9월 기준 미국인이 평균 신차를 구매하는 데 필요한 중위 소득 주간은 37.4주로 늘어났다. 소비자가 자동차 구매를 위해 더 오랜 기간 일해야 함을 뜻하며, 그만큼 구매력이 악화됐음으로 보여준다. 신차 가격이 전체적으로 오르면서 3만달러 미만의 저가형 신차 모델은 시장에서 급격히 사라지고 있다.

소비자들은 천정부지로 오른 자동차 가격의 파고를 피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중고차로 눈을 돌리거나 장기 자동차 대출을 받거나 차를 다운사이징 하고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올해 중고차 소매 판매는 전년 대비 1.2% 증가한 2,010만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차가격 인상으로 인해 가격에 민감한 구매자들이 중고차 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는 것이다.

수요가 몰리면서 중고차 가격도 덩달아 올리고 있다. 자동차 정보업체 에드먼즈에 따르면 지난달 3년된 차량의 평균 거래가가 3만1,067달러로 전년 대비 5% 상승했다. 중고차 시장에서 소형 자동차가 44%의 점유율 차지할 정도로 소형차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대출 기간도 증가하고 있다. 신규 대출 가운데 7년 이상의 장기 대출이 22%를 차지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신규 대출에서 7년 이상의 장기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4년 1분기 15.8%, 2019년 13.4%에서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평균 자동차 할부 상환기간도 70개월대까지 늘어났다. 자동차 할부금액으로 월 1,000달러 이상을 내는 사람도 소비자의 5명 중 1명꼴에 달한다. 신차 구매자의 17.7%가 매달 1,000달러를 내고 있다.

특히 지난 9월 종료된 최대 7,500달러의 전기차 세액공제는 자동차 업체들에 직격탄이 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세액공제 혜택이 사라지기 전에 전기차를 구매하려는 수요가 급증하면서 자동차 업체들은 3분기까지는 판매 호조를 이어 갔지만, 10월 들어서는 판매 속도가 1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전기차 세액공제 종료에 따른 거래절벽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자동차 업체들이 올해 3년 연속 연간 판매 증가세를 기록할 것으로 당초 예상했지만, 올해 판매가 정체되거나 미미한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보고 있다. 소득계층 간 소비 양극화가 심화하는 이른바 ‘K자형 경제’가 자동차 시장에서도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자산이 늘어난 일부 고소득층은 열선 스티어링 휠, 마사지 시트,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을 갖춘 SUV와 트럭 등에 큰돈을 쓰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박홍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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