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트렌드] “한살이라도 빨리”… 청소년 ‘투자 삼매경’

달러 지폐[로이터]

17세이하 주식투자 규모
‘역대 최고’ 수준 상승

인터넷·SNS 적극 활용
테슬라 등 기술주 선호

 

미국에서 투자 연령이 빠르게 낮아지고 있다. 용돈을 모아 ETF를 사는 12세 투자자부터 주택 대신 주식과 암호화폐를 선택하는 20대까지, 전 세대에서 ‘한 살이라도 어릴 때 투자 시작’이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 높은 물가와 주택 가격, 디지털 투자 플랫폼 확산 등이 맞물리며 금융시장이 사실상 청년층의 첫 번째 자산 축적 경로가 됐다는 분석이다.

9일 가족 금융 앱 그린라이트가 발표한 2025년 보고서에 따르면 17세 이하 청소년들의 주식투자 규모는 무려 7,000만달러를 넘어서며 전년 대비 65%라는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청소년 투자자들의 평균 매수 금액은 39.70달러에서 49.56달러로 9.86달러나 증가했다. 투자 습관도 뿌리를 내리고 있다. 자동 투자 설정 건수가 두 배 이상 증가하며, 용돈의 일부를 꾸준히 투자하는 습관이 어릴 때부터 형성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가장 놀라운 통계는 청소년 투자자의 평균 연령이 불과 12세였다는 점이다. 그린라이트는 “청소년들이 점점 더 일찍 투자에 눈을 뜨고 있으며, 장기적인 재무 역량을 위한 기반을 다지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청소년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는 기술 기업에 집중돼 있다. 이들의 최다 보유 종목은 엔비디아, 애플, 아마존, 테슬라 등 친숙한 기술 기업들이며, 시장 전체를 추종하는 S&P500 ETF 역시 상위권을 차지했다. 청소년의 저축과 소비 패턴도 점점 현명해 지고 있다. 이들의 주요 저축 목적은 자동차, 대학, 컴퓨터 순이었으며, 중고거래 플랫폼 및 할인점에서의 소비가 100% 이상 급증하는 등 신중하고 효율적인 소비 성향을 보이고 있다.

청소년 단계를 벗어난 Z세대(Gen Z)에서도 금융시장 진입 속도는 압도적이다. JP모건 체이스 연구소에 따르면 25세 미국인이 투자 계좌를 보유한 비중은 2015년 6%에서 2024년 37%로 6배 가까이 급등했다.

이처럼 젊은 층의 주식 투자 참여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배경에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모바일 증권 앱의 대중화와 수수료 없는 거래 시스템은 투자를 복잡하고 비싼 과정이 아닌, 스마트폰 몇 번의 터치로 가능한 일상 활동으로 만들었다. 인터넷과 소셜미디어(SNS)를 통한 금융 정보와 투자 지식의 확산은 젊은 층이 일찍부터 투자에 관심을 갖게 된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무엇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천정부지로 뛴 주택 가격과 낮은 주택 구입 가능성이다. 전국 중간 주택 가격은 2000년 12만달러에서 2024년 41만달러로 치솟으며 임금 상승률을 압도했다. 이로 인해 Z세대는 같은 나이의 X세대나 베이비붐 세대보다 주택 보유율이 현저히 낮은 상황이다.

한 경제 전문가는 “주택 구매라는 전통적인 자산 형성 경로가 사실상 막히자 젊은 세대가 자산 축적의 대안으로 주식이나 암호화폐와 같은 금융자산에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이라며 “집을 사고 모기지를 지는 대신 금융자산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려는 세대적 전략 전환”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경고의 목소리도 나온다. 단기 변동성에 취약하거나 과도한 리스크를 추구하는 투자 성향은 경기 하강기나 조정장에서 큰 손실로 이어질 위험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린라이트는 “2026년에는 돈을 관리하고 불리는 방법을 배우려는 청소년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며, “어릴 때 형성된 투자 습관이 장기적으로 건강한 재무 역량을 만드는 기반이 된다”고 강조했다.

<박홍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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