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내년 금리 동결 가능성”… 연준, 0.25%p 인하하며 신중론 강화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 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이 10일 현지시간 내년 정책금리 동결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이날까지 연준이 세 번 연속 기준금리를 내렸으나 앞으로는 지켜보겠다는 것입니다.

파월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연준 기준금리가 9월 이후 중립 금리 추정치 범위 안에 머무르고 있다”며 “우리는 기다리면서 지금부터 경제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는지를 지켜보기에 좋은 위치에 있다”고 말했습니다.

중립 금리는 인플레이션, 즉 물가 상승을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고용을 극대화할 수 있는 금리 수준을 뜻합니다. 이 발언은 적어도 향후 몇 달간, 길면 내년 한 해 금리 인하를 장담할 수 없다는 의미로 뉴욕타임스 등 미국 언론들은 해석했습니다.

이날 연준은 이틀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 FOMC 정례 회의 뒤 기준금리를 기존 3.75%에서 4.00%에서 3.50%에서 3.75%로 0.25%포인트 내리기로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9월, 10월에 이어 세 차례 연속 같은 수준 인하입니다.

배경은 고용 둔화 가능성입니다. 연준은 정책결정문에서 인플레이션에 대해 “여전히 다소 높은 수준”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최근 몇 달간 고용 하방 위험이 증가했다고 판단한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도 인하 기조가 지속될지는 확실치 않습니다. 올해 마지막인 이번 FOMC 회의에서 연준은 내년 말 기준금리 예상치의 중간값을 3.4%로 제시했습니다. 9월 전망과 같습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위원들이 금리 인하 가속화 필요성을 거의 느끼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해석했습니다.

연준 태도도 신중해졌습니다. 이번 결정문에서 향후 금리 결정과 관련, “추가 조정의 정도와 시기를 고려한다”고 언급했는데, 10월 결정문의 해당 표현에 ‘정도와 시기’가 추가됐습니다.

파월 의장은 “추후 들어오는 지표를 신중하게 평가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향후 경제 지표에 의미 있는 변화가 나타날 때까지 금리 수준을 현 상태로 유지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입니다.

이번 FOMC에서는 금리 인하 여부와 폭을 둘러싼 위원들 간 견해 차이가 더 뚜렷해졌습니다. 투표권을 가진 위원 12명 중 9명이 0.25%포인트 금리 인하 결정에 찬성하고 3명이 반대했는데 FOMC에서 3명이 다른 의견을 낸 것은 2019년 이후 6년 만입니다.

백악관 국가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을 겸직 중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책사’ 스티븐 마이런 연준 이사가 10월 회의에 이어 이번에도 0.50%포인트 ‘빅컷’을 주장한 반면, 제프리 슈미드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 총재와 오스턴 굴스비 시카고 연은 총재는 금리 동결을 선호했습니다.

굴스비 총재는 지난 회의에서 인하에 찬성한 인사였습니다. 향후 경제 전망에 대한 회의 참가자 19명의 의견을 담은 점도표를 보면 7명은 내년에 인하가 필요하지 않다는 의견을 개진했고 8명은 최소 두 차례의 인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연준 내부 갈등은 10월 FOMC 회의 뒤 공개적으로 불거졌습니다.

미국 온라인 매체 액시오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연준 이사 3명은 관세로 인한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인 것인 만큼 연준이 고용시장 위축 신호에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데 반해, 연은 총재가 상당수 속해 있는 다른 편은 연준 목표치 2%를 계속 웃도는 인플레이션이 빨리 잡힐 분위기가 아닌 데다 고용시장이 예상외의 회복력을 보이고 있다고 반박한다”고 전했습니다.

파월 의장도 분열상에서 비롯된 고충을 토로했습니다.

변수는 연준 의장 교체입니다.

금리 인하를 요구해 온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5월에 임기가 끝나는 파월 의장 후임으로 측근을 임명하고 일부 연준 이사도 입맛에 맞게 교체할 경우 한 차례 이상 금리 인하가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금리 발표 뒤 열린 백악관 경제 라운드테이블 행사에서 연준이 금리를 충분히 내리지 않았다고 불평했습니다.

이날 연준은 금리와 함께 발표한 경제 전망에서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하고 인플레이션 전망치를 하향했습니다. 연준이 예상한 내년 미국의 국내총생산 증가율은 2.3%로 9월 전망치 1.8%보다 0.5%포인트 높습니다.

파월 의장은 성장률 전망치 상향이 생산성 향상에 따른 것이며 그 향상의 일부는 인공지능으로 인한 것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올해 2.9%인 인플레이션은 내년 2.4%로 낮아지리라는 게 연준 전망입니다.

한편 연준의 이번 결정으로 한국 2.50%와 미국 간 금리 격차는 상단 기준 1.25%포인트로 좁혀졌습니다.

가계 부채와 부동산 불안, 고환율 등 탓에 금리를 내리는 데 제약을 받고 있는 한국은행 입장에서는 호재인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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