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동 울린 ’25년 남매’… ‘교실 투명인간’ 이래서 버텼다

"울산에 우리 애숙이 (친)누나가 있다면, 서울엔 선영이 누나가 있죠". 김영철(오른쪽)의 말이다. 그의 '서울 누나'는 황선영 작가. 둘은 '코미디 25년 동지'다. 예능프로그램 '아는 형님'에서만 이달로 꼭 10년째 호흡을 맞추고 있다. 서로 어려울 때 버팀목이 돼주는 콤비다. 사진은 최근 서울 마포구 JTBC사옥에서 한국일보와 '환상의 콤비' 인터뷰를 하며 서로 웃고 있는 모습. 박시몬 기자

강호동이 울었다. 천하장사 출신의 ‘무뚝뚝한 경상도 사내’를 울린 건 다름 아닌 후배 김영철. 사연은 이랬다. 김영철은 JTBC 예능프로그램 ‘아는 형님’ 500회 특집 방송에서 넷플릭스 미국 애니메이션 ‘K팝 데몬 헌터스주제곡으로 유명한 ‘골든’을 불렀다.

김영철이 지난달 예능프로그램 '아는 형님' 500회 특집에서 '골든'을 열창하고 있다. 그가 부른 노래는 넷플릭스 미국 애니메이션 'K팝 데몬 헌터스'의 주제가다. "너무 튀고 거칠어 문제아라 불렸지. 하지만 그걸로

김영철이 지난달 예능프로그램 ‘아는 형님’ 500회 특집에서 ‘골든’을 열창하고 있다. 그가 부른 노래는 넷플릭스 미국 애니메이션 ‘K팝 데몬 헌터스’의 주제가다. “너무 튀고 거칠어 문제아라 불렸지. 하지만 그걸로 돈을 벌어”란 노랫말처럼 김영철의 삶은 ‘골든’과 닮았다. JTBC 영상 캡처

김영철의 '골든' 무대를 울면서 지켜 본 강호동. JTBC 영상 캡처

김영철의 ‘골든’ 무대를 울면서 지켜 본 강호동. JTBC 영상 캡처

김영철의 '골든' 무대를 보며 강호동이 울자 시청자가 관련 유튜브 영상에 올린 댓글.

김영철의 ‘골든’ 무대를 보며 강호동이 울자 시청자가 관련 유튜브 영상에 올린 댓글.

“아임 돈 하이딩, 나우 아임 샤이닝, 라이크 아임 본 투비~”(I’m done hidin’ now I’m shinin’ like I’m born to be, 더 이상 숨지 않아 난 이제 빛나고 있어. 내 본래 모습대로란 뜻).

어깨를 잔뜩 움츠린 채 긴장하며 노래하던 김영철은 이 후렴에서 오른팔을 번쩍 들어 올리며 온몸으로 고음을 쏟아냈다. ‘아는 형님’에서 ‘노잼’으로 낙인찍혀 구박받고 때론 ‘비호감’이라 불리며 외면받던 코미디언이 그 설움을 토해내고 노래 제목처럼 빛나는 순간이었다. 김영철은 이 노래를 꼬박 두 달 동안 연습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강호동의 두 눈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온라인엔 ‘강호동은 아는 거지. ‘노잼’이니 밉상이니 욕먹는 거 김영철도 알고 있고 코미디언으로서 정체성에 대해 고민도 많았을 텐데 끊임없이 노력한다는 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란 댓글이 올라왔다.

“영철아 ‘케데헌’ 봤니?”에서 시작된 모험

‘미운오리새끼’의 비상에 발판을 깔아준 이가 있다. 황선영, ‘아는 형님’ 작가다. ‘케데헌’을 본 뒤 김영철에 ‘골든’ 무대를 제안했다. ‘골든’ 노래를 듣고 6년 전 민경훈이 축 처져있던 김영철을 응원하기 위해 써 준 메모 속 문구 ‘빛을 내기 시작’이 떠올라서였다.

황 작가와 김영철은 코미디로 엮인 동지다. “미안합니다, 몸이 아파서~”(‘옷로비’ 청문회 패러디·1999)그리고 “네네, 알겠습니다”(”114 안내원’ 흉내·2000) 등. 김영철이 코미디로 활활 타오를 때 황 작가는 그의 곁에서 불씨를 지폈다. 시대의 풍경을 소재로 공감대를 키워 웃음을 주는 게 두 사람의 공통된 무기였다.

인연도 깊다. KBS2 ‘시사터치! 코미디파일’에서 처음 만나 ‘개그콘서트’를 거쳐 ‘아는 형님’까지 26년을 함께 하고 있다. 두 사람을 관통하는 말이 있다. 참고 견디며 때를 기다리는 ‘은인자중’이다. 김영철은 ‘아는 형님’에서 캐릭터를 찾지 못해 투명 인간 취급받았지만, 공격수가 아닌 수비수의 역할로 10년을 버텨 결국 존재감을 증명했다. 황 작가는 초반 폐지 위기를 딛고 콩트와 토크쇼의 변주로 ‘아는 형님’을 방송사 최장수 예능프로그램으로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늘 공동 작업을 해야 하는 두 사람은 위기 돌파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솔직함”을 똑같이 강조했다.

괜히 환상의 콤비가 아니었다. “영철이를 옆에서 가장 많이 울리기도 한 사람 같아 ‘환상의 콤비’로 제가 어울리는지 고민하게 되네요.” 인터뷰 섭외로 연락하니 황 작가는 김영철이 ‘아는 형님’에서 걸었던 가시밭길을 자책했다. 김영철은 반대였다. “질문지를 받고 며칠 전부터 누나와의 일을 쫙 돌이켜 보니, 나를 여기까지 오게 해 준 ‘내 인생의 3할’이란 말이 떠오르더라고요. (강)호동이형, (신)동엽이형, (송)은이 누나한테 2할씩은 줘야 할거 같고, 하하하.” 김영철과 황 작가를 최근 서울 마포구 JTBC 사옥에서 만났다. 두 사람이 함께 인터뷰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시사터치! 코미디 파일'부터 '아는 형님'까지. 김영철(왼쪽)과 황선영 작가가 함께 걸어온 코미디의 길이다. 박시몬 기자

‘시사터치! 코미디 파일’부터 ‘아는 형님’까지. 김영철(왼쪽)과 황선영 작가가 함께 걸어온 코미디의 길이다. 박시몬 기자

“삑사리 나더라도” 무리해 부른 이유

-‘골든’을 선보이기까지 사연이 많을 것 같아요.

김영철: (황)선영 누나한테 전화가 왔어요. ‘영철아, 너 ‘케데헌’ 봤어?’라고요. ‘아니, 아직 안 봤는데’ 했더니 ‘보면 네가 딱 느낄 거야’라면서요. ‘케데헌’을 보고 ‘골든’ 가사를 보는 데 제 얘기 같더라고요. 방청객도 500명이나 있는데 NG 내면 안 되겠다 싶었고요.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준비했어요. 노래방 앱 깔아서 계속 연습했고요. 곡 원키에서 네다섯 키 낮춰 부르는 데도 힘들더라고요. 네 키, 다섯 키 낮춰 부른 두 버전을 따로 노래해 녹음한 걸 누나한테 보내줬어요. 그랬더니 이번 무대는 도전이니 좀 무리가 되더라도 높은 키로 가는 게 좋을 것 같다더라고요. ‘삑사리가 나도 멋있을 것 같아’라면서요. 누나가 이 곡을 제안하며 부탁한 게 딱 한 가지였어요. ‘웃지 말고 진지하게 불러달라’고요. 예전에 이런 적이 있어요. (신)동이랑 대기실을 같이 쓰는데 김경호씨 노래 한 구절 ‘언젠가 그가 너를~’ 불러 녹음해 보내니 누나가 ‘웃음기 빼고 해. 웃음소리가 들리잖아’ 그러는 거예요. ‘조금 더 빼’라고 하기에 ‘그놈의 웃음기가 뭔데 자꾸 웃음기를 빼라는 거야’ 그랬거든요. 그 과정을 보고 동이가 웃는 거예요. 그래서 ‘너 왜 웃어?’ 했더니 ‘혼을 내는 선영이 누나도 너무 웃기고 그 말을 잘 듣는 형도 너무 웃겨’라고 하는 거예요.

강호동에 편지를 쓰다

-그 무대를 보고 강호동씨가 울더라고요, 의외였어요.

김: 방송 끝나고 댓글 반응을 보는 데 ‘강호동이 울었는데 왜 민경훈 얘기만 함?’ 이러더라고요(웃음). 근데 그땐 제가 귀에 인이어(노래할 때 본인 소리 듣는 장비)를 꽂고 있었고 긴장도 해 호동이 형 우는 게 눈에 안 들어왔어요. 경훈이 생각만 했거든요. 경훈이가 6년 전 ‘빛이 나기 시작’이라고 해줘서 이 무대가 시작됐고 또 무대에서 경훈이 보면 제가 울 것 같은 거예요, 주책맞게. 500회 녹화 당일 저 노래한다고 성악가들이 무대 오르기 전 먹는다는 독일제 사탕을 주더라고요, 경훈이가. ‘형, 힘들지’ 하면서요. 여러모로 고마워 경훈이 부부한테 손수건을 선물했어요. 그랬더니 호동이 형이 ‘내가 울었잖아. 왜 쟤한테 자꾸 (선물) 주는 데?’라고 농담하더라고요. 호동이 형한테는 편지를 따로 줬고요.

황선영 작가: 호동 오빠가 영철이를 정말 좋아해요. 이 친구가 여태까지 열심히 보여준 게 있고 그런데 어느 순간 이 친구가 주저앉아 버린 느낌을 받기도 했을 테고요. 저도 영철이 휘청거릴 때 면담했지만, 호동이 오빠도 영철한테 따로 해준 얘기가 있을 거예요. 그래서 호동이 오빠한테 영철이의 ‘골든’ 무대가 더 크게 다가왔겠죠.

'아는 형님' 멤버들이 시청률 5% 돌파 공약을 이행하고 있다. 강호동은 청색홍색 양갈래 염색 머리를 했고, 이수근은 오프로(5%)드에서 리어카를 끌고 있다. 김영철은 '방송 하차'였다. 사진은 2017년 모습. J

‘아는 형님’ 멤버들이 시청률 5% 돌파 공약을 이행하고 있다. 강호동은 청색홍색 양갈래 염색 머리를 했고, 이수근은 오프로(5%)드에서 리어카를 끌고 있다. 김영철은 ‘방송 하차’였다. 사진은 2017년 모습. JTBC 제공

(성대모사를 앞세워 어디서든 주목받았던 김영철은 ‘아는 형님’에만 나오면 ‘투명 인간’이 됐다. ‘천하장사’ 강호동, ‘국보 센터’ 서장훈, ‘애드리브 달인’ 이수근, ‘독설 아이돌’ 김희철 그리고 ‘4차원’ 민경훈까지. 강한 캐릭터를 지닌 ‘예능 공격수’들이 줄줄이 포진된 곳에서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해서였다. 교복을 입고 촬영하는 그는 ‘아는 형님’ 교실에서 겉돌았던 자신을 “수학여행 가면 어디서 놀아야 할지 모르는 아이”라 표현했다. “정말 착한 아이들한테 섞이자니 재미가 없고, 잘 노는 애들한테 가자니 친하긴 한데 선생님 눈치는 보이고, 고등학교 때 제가 그랬거든요. ‘아는 형님’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힘들었죠. 웃기만 하고 간 날도 있고요”. 분명 함께 있지만 존재감은 희미해지는 순간들, 그래서 김영철의 모습을 많은 직장인과 학생들이 남 일처럼 느끼지 않았다. 500회 특집엔 “김영철 덕에 용기를 얻고 대학에 입학했다”는 학생이 찾아왔다.)

“영철아, 한 번 휩쓸려 봐”

-강호동씨가 어떤 말을 해주든가요?

김: ‘속상해하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자꾸 ‘노잼’이라고 하니 속이 상했는데 그게 얼굴에 티가 났나 봐요. ‘영철아, 네가 진짜 재미없는 애가 아니라 괜찮아. 네가 진짜 재미없으면 분위기가 싸해졌겠지만 그게 아니잖아. 한 번쯤 휩쓸려봐’ 라고요. ‘희철이가 ‘노잼’이라고 만들어준 캐릭터에 한 번 휩싸여’ 보라면서요. 듣고 보니 가끔 휩쓸려가는 것도 괜찮겠더라고요. 이런 말도 해주더라고요. ‘영철아, 넌 시청자들이 ‘강호동이 쟤(김영철) 진짜 싫어하는 것 같아’라고 하면 어떤 생각이 들어?”라고요. 그랬더니 ‘내가 널 진짜 싫어하면 어떻게 같이 일을 하니? 시청자들이 우리 덫에 걸린 거야. 내가 널 싫어하는 것처럼 연기를 잘했다는 거잖아’라고요(웃음). 이젠 꼴등이란 마음으로 촬영해요. 이기려 애쓰지 않고요.

(김영철은 요즘 그의 영어 이름은 ‘갈렙’처럼 산다. 성경 속 인물로 ‘늘 여호수아 옆에서 웃음을 잃지 않는 긍정적인 태도로 때를 기다릴 줄 아는 이인자의 모습을 닮고 싶어'(책 ‘일단, 시작해‘·1999) 쓴 이름이었다.)

황: 제작진으로선 정말 좀 미안해요. 영철이는 집에서 제일 착한 아들 같은 존재였거든요. 우리 멤버들 자기 말이 너무 많잖아요. 그런 상황에서 연예인들 게스트로 왔을 때 손님 말 제일 집중해서 들어주는 게 영철이예요. 본인도 코미디언인데 왜 웃기고 싶지 않겠어요. 중간에서 다리 역할을 하는 거죠. 그래서 제작진 입장에선 영철이가 기댈 구석이고요. 진짜 각자 느끼는 감정이 이렇게 다르네요(웃음).

김영철이 '환상의 콤비' 인터뷰에서 성대모사를 섞어 말하자 황선영 작가가 웃고 있다. 박시몬 기자

김영철이 ‘환상의 콤비’ 인터뷰에서 성대모사를 섞어 말하자 황선영 작가가 웃고 있다. 박시몬 기자

“영철이가 기댈 구석인데” 미안한 작가

-존재감이 약했지만, 김영철씨는 상황 재연으로 웃음을 주잖아요. 가령, 황수경씨 출연했을 때 김영철씨와 휴대폰 문자 주고받은 ‘언감생심’과 그 상황을 출연자 말투 똑같이 따라 해 연결 고리를 만들고요. 코미디언으로서의 자산이 ‘아는 형님’에서 어떻게 나온다고 보시나요?

김: 제 입으로 말하기 좀 그렇긴 하지만 제 장점이 기억력인 것 같아요. 황수경씨 경우엔 ‘언감생심’이란 표현에 제가 꽂혔어요. 문어체로 문자를 하는 데, 그게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그렇게 쟁여두죠. 게스트로 나오면 그걸 꺼내고요. 급할 때는 먼저 연락도 해요. (백)지영이 나온다고 해서 ‘별일 없었어?’라고 안부 인사를 했거든요. 그랬더니 또 지영이가 그걸 방송에서 ‘근데 영철이 진짜 웃기더라. 갑자기 연락이 오더라’ 식으로 재미를 살려주더라고요. 그렇게 관계를 쌓는 게 자연스럽게 재료가 되는 거 같아요.

“이대론 없어져” ‘아는 형님’의 위기

-지난 5일 방송이 ‘아는 형님’ 10주년이었어요. 초반 폐지 위기도 있었는데 어떻게 버티셨나요?

황: 인터뷰 전에 질문지 주셨잖아요? 질문지를 보고 곰곰이 생각해 보니까 ‘아, 내가 인복이 있구나’란 생각이 먼저 들더라고요. 그냥 제가 잘해서 막 이겨내고 오래 버틴 게 아니고요. 프로그램하다 보면 잘 안될 때 저만 혹은 제작진만 동동거려서 되는 게 아니에요. 출연자도 다 같이 동동거려 줘야 돌파구가 보이거든요. 그래야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볼 수 있으니까요.

‘아는 형님’ 초반에 반응이 없어 ‘정신 승리 대전’이란 콘셉트로 갔는데 그때 정말 크게 휘청였거든요. 출연자들 다 모아놓고 ‘우리 이대론 없어진다’고 말한 적이 있어요. 다들 ‘어떻게든 살려보자’ 이런 마음들이 있었어요. 제작진이 ‘새 코너 이런 거 어때?’라고 아이디어를 던지면 출연자들도 ‘이게 더 재미있을 거 같다’며 의견 내고요. 그렇게 만들어졌던 게 (대본 없이 100% 애드리브로 촬영했던 콩트) ‘인사이드’ 코너였죠. 세트가 없을 때 (김)희철이 집에서 촬영한 적이 있어요. 연인 콘셉트의 콩트라 한 번 해보자란 심정으로 찍었는데 생각보다 괜찮은 거예요. 그렇게 ‘우리 다시 힘 합쳐서 한 번 해보자’ 이렇게 뜻 모아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김영철이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 김희애의 연기를 따라하고 있다. MBC 영상 캡처

김영철이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 김희애의 연기를 따라하고 있다. MBC 영상 캡처

김영철과 김희애가 '무한도전'에서 서로 똑같은 연기를 하고 있다. '적과의 동침'이다. MBC 영상 캡처

김영철과 김희애가 ‘무한도전’에서 서로 똑같은 연기를 하고 있다. ‘적과의 동침’이다. MBC 영상 캡처

권력자 궁지로, “다음 주에 또 만나” 간곡하게.. 콤비가 사는 법

“형, 선생님이 질문을 먼저 해요? 아니면 형이 먼저 물어봐요?” 배우 정준은 KBS2 주말극 ‘부모님 전상서'(2004)를 같이 찍던 김영철에 이렇게 물었다. 중견 배우들도 어려워하는 김수현 작가와 대본 연습실에서 편히 대화를 나누는 김영철이 하도 신기해 던진 질문이었다. 김영철이 책 ‘울다가 웃었다'(2022)에 쓴 일화다.

어떤 상대든 무장해제 시키는 친화력은 방송인으로서 그의 덕목이었다. 특유의 붙임성을 살려 김영철은 강호동, 이경규, 이영자 등 코미디 권력자들의 비위를 맞추는 대신 화를 돋워 궁지에 몰았고, 드라마 ‘밀회’ 등으로 연기로 늘 칭송만 받던 김희애를 우스꽝스럽게 패러디해 웃음을 줬다. 그가 방송에서 위계를 허무는 방식이었다. ‘도발’은 황 작가가 주로 쓰는 ‘예능 땔감’이기도 했다. ‘라디오 스타’의 문을 연 황 작가는 시시콜콜하면서도 ‘무질서한 토크’로 승부수를 띄워 시청자의 혼을 쏙 빼놨다. 8시간 녹화하고도 방송에선 5분도 채 못 나갔던 ‘무릎팍도사’ 셋방살이 시절, 그 위태로움을 “다음 주에 또 만나요, 제발~”이란 엔딩 멘트로 고스란히 드러내 공감을 키웠다. 5분짜리 코너가 이젠 60분이 넘는 단독 프로그램으로 성장해 올해 900회를 맞은 역전의 배경이다.

김영철이 예능프로그램 '해피투게더'에서 이영자의 표정과 말투를 과하게 따라하고 있다.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던 이영자가 김영철의 얼굴을 밀치고 있다. 둘은 격의 없이 지내는 선후배 사이다. KBS 영상 캡처

김영철이 예능프로그램 ‘해피투게더’에서 이영자의 표정과 말투를 과하게 따라하고 있다.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던 이영자가 김영철의 얼굴을 밀치고 있다. 둘은 격의 없이 지내는 선후배 사이다. KBS 영상 캡처

고현정 “무수인데 상수” 김영철 “난 고수”

-강호동씨 앞에서도 거침없이 얘기하잖아요. 그렇게 관계의 서열을 뒤집어 제작 현장을 바꾼 사례도 있나요?

김: 고현정씨랑 토크쇼 ‘고쇼'(2012)를 할 때 ‘고현정씨, 결혼 전에…’ 라고 뭘 물은 적이 있어요. 고현정씨가 당황스러웠는지 그때 ‘쟤가 웃기려고 그러는 건가’ 너무 궁금했다며 저한테 직접 물은 적이 있어요. 나중에 그러더라고요. ‘영철아 내가 너를 보고 느낀 건데’라고 해서 ‘아 뭔데?’ 했더니 ‘넌 무수야. 무수인데 상수야’라고요. 처음엔 못 알아들었죠. 그래서 ‘무슨 말이야, 나 고수야’라고 받았고요. 그랬더니 누나가 “아…”하면서 웃더라고요. ‘네가 그렇게 수가 없어서 사람들하고 잘 지내고 웃기는 거야’라면서요. 전 제가 진짜 고수인 줄 알았거든요(웃음). 경규 형이나 호동이 형한테 방송에서 하는 것도 어떤 계산에서 하는 건 아니에요. 투명한 걸 아니까 여태 큰 탈이 없었던 것 같아요.

황선영 작가가 2012년 MBC 연예대상에서 '올해의 작가상'을 받고 수상 소감을 말하고 있다. MBC 영상 캡처

황선영 작가가 2012년 MBC 연예대상에서 ‘올해의 작가상’을 받고 수상 소감을 말하고 있다. MBC 영상 캡처

황선영 작가가 문을 연 '라디오 스타' 1회 한 장면. MBC 영상 캡처

황선영 작가가 문을 연 ‘라디오 스타’ 1회 한 장면. MBC 영상 캡처

-황 작가님은 ‘라디오스타’ 300회를 앞두고 하차하셨어요. 갑작스러운 교체로 티격을 받았을 테고 ‘아는 형님’도 초반에 출연자로부터 “이거 계속할 거예요?”란 걱정을 듣기도 했던 걸로 알아요. 황 작가님만의 위기 대처법이 있을 것 같아요.

황: 솔직해지자요. ‘이런 상황이다’ 얘기해요. 출연자들한테 ‘도와달라’고 하고요. 같이 하는 작업이잖아요. ‘라디오 스타’도 ‘아는 형님’ 때도 다 그랬고요. 집 망하고 있는데 혼자 속 끓이고 있다고 좋아지는 거 아니잖아요. ‘지금 집 어렵다. 우리 허리띠 좀 졸라매야 한다’고 해야죠. 그렇게 상황을 공유하고 위기를 있는 그대로 프로그램에 녹여요. ‘라디오 스타’ 엔딩 멘트인 ‘다음 주에 만나요, 제발’도 그런 위기 상황을 녹인 거고요. 그러면 출연자들도 ‘대충 하면 안 되겠구나’ 이런 오기가 생기죠. 혼자 서는 극복 못 하죠. 전 다 얘기했던 거 같아요.

-그렇게 다 얘기해서 두 분 올해 초 싸우지 않으셨나요?

(김영철이 올 초 쓴 일기장에 ‘선영 누나와 나아지는 중’이란 내용이 적혀 있다.)

김: 누나한테 어느 날 전화가 왔어요. 사진 좀 보내달라고요. 그때 제가 어떤 모임 중이었는데 ‘누나 전화만 오면 심장이 쿵 내려간다’고 했던 거 같아요.

황: 영철이가 ”아는 형님’에 너무 기여도가 없는 것 같다’고 생각해 힘들어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제가 녹화 끝나도 이 친구한테 계속 피드백을 줘야겠다 마음먹었죠. 그 시기였는데 ‘오늘 이런 게 있었는데 네가 가만히 있는 게 좀 아쉽다’고 했더니 제가 느끼기에 약간 정색하는 거예요. ‘누나한테 전화 오면 학생부장 전화 온 것처럼 가슴이 떨린다’고요. 그 말 들으니 서운하더라고요. 저도 영철이 잘 됐으면 싶어 한 말이잖아요, 시간 내서. 솔직히 저야 연예인한테 그런 말 안 하면 편하죠. 그래서 한 달간 냉전이었죠. 풀린 계기는 ”아는 형님’ 보고 고부 갈등이 좋아졌다’는 서예가 분이 우리 멤버들한테 고마움의 뜻으로 작품을 전해주고 싶다는 거예요. 영철이만 안 줄 수도 없고 건네주면서 오해를 풀었죠(웃음).

김영철이 '개그콘서트'에서 114 안내양 캐릭터로 연기하고 있다. 세기말 모습. KBS 영상 캡처

김영철이 ‘개그콘서트’에서 114 안내양 캐릭터로 연기하고 있다. 세기말 모습. KBS 영상 캡처

“미쳤나, 뭐지 얘?” 속수무책 대화

-취재해 보니, 두 분 KBS ‘개그콘서트’ 초년병 시절부터 연습 끝나면 홍대에서 맥주 한 잔씩 하셨던 사이라면서요. 서로 방송일이 서툴렀을 때였는데 어떤 버팀목이 됐나요?

황: 저희 둘 아니 (‘개그콘서트’ 연출했던) 서수민 PD 셋이 다 홍대 인근에서 살아 자주 만났죠.

'시사터치! 코미디 파일'에서 김영철이 1999년 '옷 로비' 사건으로 청문회에 출석한 강인덕 전 통일부 장관 부인 배정숙씨를 패러디한 캐릭터로 연기하고 있다. 배씨는 의원들이 질문에 "미안합니다, 몸이 아파서"를

‘시사터치! 코미디 파일’에서 김영철이 1999년 ‘옷 로비’ 사건으로 청문회에 출석한 강인덕 전 통일부 장관 부인 배정숙씨를 패러디한 캐릭터로 연기하고 있다. 배씨는 의원들이 질문에 “미안합니다, 몸이 아파서”를 연발해 논란을 빚었다. 김영철이 한 성대모사는 그해 최고의 유행어 중 하나였다. KBS 영상 캡처

김: 스물여섯에 선영 누나 처음 만나서 지금까지 25년 인연이네요. ‘시사 터치! 코미디 파일’했을 때 누나가 4~5년 차밖에 안 된 작가였는데 되게 중견 작가 느낌이 났어요. 프로그램 합류하고 처음 연기하는데 그때 혼났던 게 아직도 기억나요. ‘영철씨 (콩트) 짜 왔어?’라고 물어서 ‘부장님~’ 뭐 이렇게 연기를 하는데 절 따로 불러서 ‘영철씨 여기선 좀 쌈마이(싸구려 B급 정서를 일컫는 속어) 느낌 나게 가야지’라고 지적을 하더라고요. 그때 제가 ‘작가님, 저 쌈마이 아니에요. 니마이(진지하다는 뜻의 속어)에요’라고 했죠. 돌이켜보면 누나가 살려줬던 순간들이 많아요. 코미디에도 박자가 있는데 그걸 잘 포착했고요. 누나 대본을 받고 좋아했던 지문이 있어요. ‘영철 특유의 톤으로’요. 제 특유의 톤이 뭐냐고 물으니 ‘너 그거 있잖아. 왼손 가슴에 올리고 ‘미안합니다~’ 올려 말하는 거’라고 해주는 거예요. 코미디언으로서의 절 그만큼 잘 안다는 뜻이잖아요. 그 시절, 김지혜(KBS 코미디언으로 박준형의 아내)랑 같이 누나한테 ‘코미디언 시험 보고 떨어져서 작가 된거지?’라고 묻고 그랬죠(웃음).

황: 아니, 코미디 대본인데 무슨 드라마 정극처럼 대사를 하는 거예요. ‘저 쌈마이 아니에요’라고 했던 게 저도 기억 나요. 뭔가 웃기려고 했다는 건 알겠는데 속으로 ‘미쳤나, 뭐지 얘?’ 싶었죠. 그리고 코미디언 시험은 안 봤어요(웃음).

황선영 작가가 김영철과의 인연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황선영 작가가 김영철과의 인연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환상의 콤비’ 시그니처 질문입니다. 연예계에 유명한 말 있잖아요. 제작진은 ‘분칠 한 것들(연예인) 믿으면 안 돼’라고 하고, 출연자들은 ‘어우 진짜 방송사 놈들’이라며 이를 갈고. 서로 어떻게 관계가 깊어졌나요?

황: 제가 코미디 프로그램으로 방송 작가 일을 시작했잖아요. 코미디언들은 발이 땅에 붙어 있어요. 그래서 (타인에 대한) 공감도 잘하고요. 이 친구(김영철)는 기억 못 할 수도 있는데 ‘시사터치! 코미디 파일’ 할 때 제가 갑자기 체해서 몸이 좀 안 좋았는데, 가게에 가서 콜라를 사다 주더라고요. 녹화 끝나고 약국 문 다 닫았을 때였거든요. 같은 코너를 하지도 않을 때였는데 (그런 마음 씀씀이가) 정말 그냥 동생 같더라고요.

김: 그 ‘쌈마이 사건’ 때부터 믿음이 생긴 거 같아요, 전(웃음). ‘시사터치! 코미디파일’로 만나고 ‘개그콘서트’ 등을 함께하면서 ‘아 평생 같이 갈 사람이구나’란 생각도 했고요. 누나가 사람에 대한 애정이 있어요. 저뿐 아니라 ‘개그콘서트’ 할 때 (김)대희한테도 잘해줬고요.

김영철은 아침에 보는 신문을 본다. 라디오 진행을 위해서다. 김영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캡처

김영철은 아침에 보는 신문을 본다. 라디오 진행을 위해서다. 김영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캡처

“내가 쓰는 말이 들통날 것 같아서” 김영철이 공부하는 이유

‘영철아 우린 고인 물에 있으면 안 돼! 늘 분주히 살고 깨어 있길!’. 정선희는 자신이 쓴 책 맨 앞 장에 이런 문구를 써 김영철에 책을 건넸다. 김영철이 본격적으로 영어를 배우게 된 데는 이런 선배들의 독려만 있었던 게 아니다. “형, 저 영어 공부 진짜 열심히 할 거예요.” 김영철은 신동엽과 소주를 마시며 이렇게 다짐했다. 촬영 중 영어 잘하는 동료로부터 영어 못한다고 무시당하며 느낀 설움을 그는 영어를 경쟁력으로 키울 동력으로 썼다.

그는 불운에 가라앉지 않았다. 한창 예민했던 고2 때 부모님이 이혼했지만 그는 더 많이 웃었다. “슬픔을 들키고 싶지 않아서”였다. 쉬 지치지도 않았다. 집안의 가장으로 돈을 벌어야 한다는 책임감이 컸다. 그래서 김영철은 성실했다. 매일 신문을 읽고 독서클럽을 만들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오전 5시 50분에 일어나 5분 동안 책을 보고 6시 30분에 화상으로 영어 대화를 하는 게 그의 습관이다. “365일 진행하는 라디오(SBS ‘김영철의 파워FM’)에서 내가 쓰는 말이 들통날 거 같아서” 그는 공부한다. “사람들은 하춘화와 김희애를 잘 흉내 내서 그렇다고 생각하지만, 김영철은 성실해서 여기까지 왔다”(이경규).

끊임없는 도전과 배움, 황 작가도 그 마음가짐으로 고향 대구에서 서울로 올라왔다. 황 작가는 대학교 4학년 때 대구의 한 프로덕션에서 일을 시작했다. “어머니가 서울로 가는 걸 반대했지만, 이왕 할 거면 재미있는 걸 하고 싶어” 퇴사했고, 결국 1995년 KBS 공채 작가 1기로 발탁됐다. 2012년 ‘올해의 작가상'(MBC ‘연예대상’)을 탄 그는 난데없이 공연으로 장르를 확 틀어 뮤지컬 ‘루나틱’을 만들기도 했다.

'환상의 콤비' 인터뷰를 하고 있는 김영철.

‘환상의 콤비’ 인터뷰를 하고 있는 김영철.

-두 분 다 이제 50대인데 도전이 버겁진 않으세요?

김: 도전에 강박이 좀 있는 것 같아요. (방송인으로서의) 재능이 부족해 그걸 다른 걸로 채우려고 하는 건가란 생각도 해봤고요. 부지런함과 성실함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살다 보니 따라오는 것 같기도 하고요. 집 근처 바다에서 라디오 들으면서 사연 보내고 연예인이 돼야지 마음먹었던 10대 시절부터 결핍이 있었던 것 같아요. 집안 형편이 어려운 상황에서 꿈꾸고 그렇게 하나씩 도전하며 이뤄낸 성취들이 제겐 소중했고요. 도파민(행복 호르몬)이 어디서 나오나 생각해 보면 도전에서 나온 것 같아요. 어떻게 하면 행복해지는지 이제 좀 알겠더라고요. 불편한 걸 해야 하더라고요. 아침 일찍 일어나는 거, 전화 영어, 안 해도 되잖아요. 그렇게 불편한 걸 몇 개 해 놓으니 다른 게 자동으로 딱 따라오더라고요. 이 인터뷰하면서 생각한 게 그러니까 하나를 제대로 한 번 했으면 어땠을까란 생각도 드는 거예요. (정)선희 누나한테 이런 장난을 친 적이 있어요. ‘누나 덕분에 영어도 더 진지하게 배우고 그랬는데 책을 내고 ‘누나 덕분에 책이 나왔어. 누나 아니었으면 나도 강호동, 신동엽이 돼 있을 텐데’라고요. 누나가 욕을 하더라고요(웃음).

황: 제가 좋아서 도전했던 거 같아요. 방송도 연극, 뮤지컬도요. 연극이랑 뮤지컬은 회마다 무대가 다르거든요. 관객 분위기에 따라 공연도 달라지고요. 그 색다름이 좋아요. 방송을 만약에 그만둬야 할 때가 온다면, 전 공연 기획을 계속할 것 같아요.

김영철이 2016년 호주 멜버른 코미디 페스티벌에서 공연하고 있다. 김영철 SNS 캡처

김영철이 2016년 호주 멜버른 코미디 페스티벌에서 공연하고 있다. 김영철 SNS 캡처

-모욕을 내 성장 동력으로 바꾸는 것도 말이 쉽지 어렵잖아요.

김: 3월에 엄마랑 친누라랑 같이 일본 여행을 갔어요. 엄마는 주무시고 가볍게 누나랑 맥주를 마셨는데 갑자기 누나가 울더라고요. 서로 떨어져 살 정도로 어려서 형편이 어려웠고 여러 상황이 좋지 않았는데 어긋나지 않고 이렇게 잘 와줬다면서요. 옛날 얘기 잠깐 하면 저 오락실도 안 갔거든요. 어려선 그게 엄마나 누나를 위한 길이라고 생각했어요. 그 선한 의지가 절 지금 이끈 게 아닐까 싶어요. 제 주위에 참 센 분들이 많잖아요. 그래서 단련이 된 거 같기도 해요(웃음).

황: 영철이를 보면 어떤 면에선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해요. 본인은 울산 출신이라고 하지만 울산에서도 촌이었거든요, 영철이 집이. 처음에 서울로 올라와 친누나랑 홍대 인근 빌라에서 살다 언젠가 청담동에 사는 게 꿈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그 꿈을 진짜 이뤘고요. 촌에서 살다 자기 목표를 세워 열심히 노력하고 그리고 영어까지 파 생각지 못했던 무언가를 막 이뤄냈고요. 질문지 보면서 반성한 게, 영철이는 만족감도 자존감도 높아요. 일상에서 그 만족을 채우는 그릇도 작거든요. 그런데 제가 보는 영철이는 그 그릇이 아니예요. 정말 더 잘할 수 있는데 그리고 좀 더 잘했으면 하는 마음이 ‘아는 형님’ 하는 내내 있었어요. 그래서 지적도 많이 하고요. 그게 미안하더라고요. 전교 3등 했는데 왜 1등 못 했냐고 다그치는 엄마 같아서요. ‘아는 형님’ 500회 때도 영철이 ‘골든’ 반응이 물론 좋았죠. 그런데 제 생각에는 그 반응보다 3~4배 더 뜨거워야 했거든요. 제가 이 친구에 대한 기대치가 너무 높아요(웃음).

송승헌이 김영철을 좋아하는 이유로 '직언'을 꼽았다. 사진은 유튜브 '짠한형'에서 김영철에 대해 이야기하는 모습. '짠한형' 영상 캡처

송승헌이 김영철을 좋아하는 이유로 ‘직언’을 꼽았다. 사진은 유튜브 ‘짠한형’에서 김영철에 대해 이야기하는 모습. ‘짠한형’ 영상 캡처

-서로 어떤 작가, 방송인으로 남았으면 싶나요?

황: 영철이를 좋아해 행복했어라는 생각을 하게 할 수 있는 친구로요. 누군가가 애정했던 시간을 후회로 남지 않게요.

김: ‘시사터치! 코미디 파일’을 연출했던 PD님과 올해 밥을 먹었어요. 그러다 누나 얘기가 나왔고 ‘요즘엔 안 툴툴거려?’묻더라고요. 엄청 웃었는데 누나가 앞으로 계속 일로 툴툴거렸으면 좋겠어요. PD들한테도 저한테도요. 다 맞는 말이고 그게 결국 방송이 잘 되는 일이거든요.

김영철과 황선영 작가가 '아는 형님' 영상이 띄워진 곳에서 김영철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웃고 있다.

김영철과 황선영 작가가 ‘아는 형님’ 영상이 띄워진 곳에서 김영철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웃고 있다.

-그런데 두 분 다 74년생 이시잖아요. 김영철씨는 황 작가님을 왜 누나라고 부르죠?

황: 제가 빠른 74거든요. 게다가 학교를 또래보다 2년 먼저 들어갔어요. 그렇게 항상 저보다 나이 많은 사람들하고만 일하다가 동갑인 코미디언이 프로그램에 들어왔는데 그때만 해도 맞먹기 싫더라고요. 방송일도 제가 1995년에 영철이보다 4~5년 먼저 시작했거든요. 제가 91학번이고 영철이가 93학번이기도 했고요. 그래서 ‘누나라고 불러’라고 서열 정리를 했죠(웃음).

김: (서)장훈이가 ‘왜 동갑인데 누나라고 불러?’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전후 사정 설명하고 그랬더니 그 이후 대본 리딩할 때 누나 말 잘 듣는 거 같더라고요. 어떨 때는 누나 대신 자기가 나서서 ‘영철아, 이 질문 네가 해’ 이러면서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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