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의 신호, 흰머리는 왜 생기나… 막을 방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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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라노사이트 줄기세포 고갈이 핵심

유전·영양결핍·스트레스·흡연 등 요인

줄기세포 재배치·멜라닌 재활성 가능성

전문가들 “근본 치료는 아직 초기 단계”

나이가 들면서 새로 돋아나는 은빛 머리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든, 한 올 한 올 뽑아내며 맞서 싸우든, 흰머리는 결국 피할 수 없는 노화의 한 부분이다. 마운트 시나이 아이칸 의대 피부과의 헬렌 허 교수는 “피부가 늙고 신체의 다른 장기들이 노화하듯, 머리카락도 노화한다”고 말했다. 미국피부과학회(AAD)에 따르면, 흰머리가 생기는 속도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대부분 30~40대에 흰머리가 늘어나는 것을 인지하기 시작한다. 이 시점쯤이면 모발에 색을 넣는 역할을 하는 모낭의 멜라닌세포 줄기세포가 고갈되거나 기능을 잃기 시작할 수 있다.

펜실베니아대 의대 피부과 조지 코차렐리스 교수는 “멜라닌세포 줄기세포가 왜 사라지는지에 대해 알려진 것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스트레스나 DNA 손상 등 여러 요인이 줄기세포의 생존을 저해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과정은 ‘세포 노화’라 불리며, 시간이 지날수록 모발에서 색소가 점차 줄어드는 결과를 낳는다. 이전에 검정, 갈색, 붉은색, 금발이던 머리카락은 모낭에서 자랄 때 회색 또는 은백색으로 변한다. 어떤 사람은 흰머리의 질감이 더 거칠게 느껴지기도 한다.

나이는 흰머리 발생 시점을 예측하는 가장 큰 요인이다. 2012년 4,000명 이상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45~65세 사이 응답자의 약 4분의 3이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흰머리가 있다고 나타났다. 그러나 UCI 의대 피부과 전문의 나타샤 메신코프스카 교수는 최근 전문가들이 이 과정을 “더 역동적인 과정”으로 보고 있다고 말한다.

과거에는 ‘나이가 들면 당연히 머리가 센다’고 여겼지만, 최근 연구는 “색소 침착 패턴이 고정된 것이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시스템과 같다”고 메신코프스카는 설명했다. 이는 생각보다 더 많은 요인들이 흰머리 과정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의미한다.

■ 유전의 영향 상당히 커

유전만이 전부는 아니지만 큰 영향력을 가진다. 코차렐리스 교수는 “결국 언제 흰머리가 되느냐를 결정하는 것은 유전자”라고 말했다.

과학자들은 흰머리 발생에 관여하는 특정 유전자를 발견했으며, 이는 탈모나 눈썹 모양, 수염 굵기 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인종별 차이도 있다. 연구에 따르면 백인이 아프리카계나 아시아계보다 더 이른 시기에 흰머리가 나는 경향이 있으며, 금발은 더 빠른 비율로 색소가 빠지기도 한다.

조기 백발의 명확한 정의는 없지만, 일반적으로 백인은 20세 이전, 아시아인은 25세 이전, 흑인은 30세 이전의 흰머리를 조기 백발로 보기도 한다. 메신코프스카는 IRF4라는 특정 유전 변이가 조기 백발과 “강하게 연관돼 있다”고 말했다. 드물지만 출생 시부터 색소 이상을 유발하는 그리셀리 증후군 같은 유전 질환도 있다.

남녀 모두 흰머리가 생길 확률은 같지만, 처음 흰머리가 나타나는 부위는 다를 수 있다. 남성은 주로 구레나룻과 관자놀이 주변에서, 여성은 머리 앞부분에서 먼저 흰머리를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

■ 라이프스타일도 영향

전문가들은 생활습관이 흰머리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아직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연구에서는 비타민 B12, 철분 등의 영양 결핍이 조기 백발과 연관될 수 있다고 밝혔다. 코차렐리스는 이 같은 결핍은 “상당히 심한 수준”일 가능성이 높으며, 미국에서는 흔하지 않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사람은 따로 보충제를 먹을 필요는 없지만, 영양 결핍이 조기 백발과 연결돼 있기 때문에 균형 잡힌 식단이 중요하다. 스트레스 역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마운트 시나이 의대 사라 밀라 교수는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들은 흰머리가 많아 보인다는 이야기가 늘 있어 왔다”고 말했다.

2020년 네이처 연구에서, 쥐에게 스트레스를 가하면 멜라닌세포 줄기세포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감신경계가 활성화되면(‘투쟁·도주 반응’) 줄기세포가 과도하게 증식하고 이동해 제 기능을 하지 못해 소실되는 현상도 관찰됐다.

2021년 컬럼비아대 연구에서는 14명의 머리카락을 개별적으로 분석해, 높은 스트레스를 보고한 주와 흰머리가 생긴 시점 사이의 연관성을 찾기도 했다.

다만 스트레스를 줄이면 흰머리 진행이 느려지는지는 아직 불명확하다. 메신코프스카는 “만성적인 요인은 신체를 지치게 한다”며 계속 쥐에게 자극을 주면 흰머리가 생기는 연구 결과를 언급했다.

흡연을 피하고(흡연은 조기 백발의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숙면을 취하며,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고, 균형 잡힌 식단을 유지하는 것은 전반적인 건강과 모낭 건강 모두에 도움이 된다. 운동 역시 중요하다. 한 연구에서는 좌식 생활이 조기 백발과 연관된 것으로 나타났으며, 음주를 줄이는 것도 도움이 된다.

■ 흰머리를 늦추거나 되돌릴 수 있나

생활습관 개선 외에는 “흰머리에 대해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고 코차렐리스 교수는 말했다. 결국 염색을 하거나 새로운 색을 받아들이는 방법뿐이다.

하지만 연구는 계속되고 있다. NYU 그로스만 의대 마유미 이토 스즈키 교수는 “과거에는 멜라닌세포 줄기세포의 변화를 관찰하는 데 초점을 맞췄지만, 다음 단계는 이 변화를 어떻게 되돌릴 수 있는지 이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과학자들은 줄기세포가 재생 과정에서 ‘잘못된 위치에 갇혀’ 작동하지 않게 되는 현상을 가설로 제시한다. “이론적으로는 건강한 줄기세포가 유지된다면 흰머리 현상은 일시적일 수도 있다”고 이토는 말했다.

그의 연구팀은 2023년 네이처에서 발표한 연구에서 생쥐의 줄기세포 위치 변화를 관찰했다. 노화 과정에서 줄기세포가 다른 위치에 머물면 휴면 상태에 들어가 성숙한 멜라닌세포를 만들지 못하고, 결국 색소를 생산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 연구팀은 인간에서도 이 현상이 재현되는지 확인 중이다.

시중에 흰머리 역전을 주장하는 외용제가 있지만 “효과가 입증된 제품은 없다”고 코차렐리스는 말한다. 멜라닌세포 줄기세포가 모낭 가장 깊은 곳에 있기 때문에, 외용제가 그곳까지 도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속눈썹을 진하게 만드는 라티스(Latisse)가 두피에는 효과가 없는 이유도 피부의 두께 때문이다.

최근 잠재적 치료제 연구는 큰 관심을 끌고 있다. 마이애미대 의대의 2023년 연구에서는 라파마이신 외용제가 멜라닌을 다시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했다. 다만 이 약물은 면역억제제로, FDA의 해당 용도 승인을 받지 않았으며 강한 약물이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조기 백발이 의심된다면 의사 상담이 도움이 된다. 메신코프스카는 “환자가 ‘조기 백발이 생긴 것 같다’고 오면 원인을 찾으려 한다”고 말했다. 영양 결핍, 갑상선 문제, 염증 등을 해결하면 도움이 될 때도 있지만, 항상 명확한 원인이 있는 것은 아니다.

또한 매 새 모발 성장 주기는 새 머리카락이 색소 없이 자랄 기회가 되기 때문에, “탈모가 심하면 흰머리 진행이 더 빨라질 수 있다”고 코차렐리스는 말했다.

탈모는 나이, 유전, 항암 치료 등으로 완전히 예방할 수 없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AAD는 파마처럼 모발을 약하게 하는 시술을 피하고, 두피를 잡아당기는 헤어스타일을 자제해 모발 손상을 줄일 것을 권고한다.

그리고 족집게는 피하는 것이 좋다. “흰머리를 뽑으면 더 많은 흰머리가 난다는 건 사실이 아니지만, 효과적인 방법도 아니다”고 그는 말했다. “어차피 다음에 자라는 머리카락은 대부분 다시 흰머리일 가능성이 높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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