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치 않은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대북 행보… 美는 속도조절 당부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10일 경기 고양시 한 호텔에서 출입기자단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통일부 제공

대북 유화 조치와 한미 연합훈련 조정을 주장해 온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습니다.

정 장관이 정부 내 ‘통일 페이스메이커’를 자임하고 있지만, 북한 반응 없이 대북 유화책에 대한 속도를 높이려는 행보에 대한 우려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는 것입니다.

급기야 북미 대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미국마저도 ‘속도 조절’을 주문하고 나섰습니다.

정 장관은 지난 10일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대북 제재를 강화하고 인권 문제를 강력히 제기해서 대북 협상력을 높여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오히려 그 반대”라고 주장했습니다.

최근 ‘미국이 북한 제재 유지와 인권 문제 강조’를 우리 정부에 요청했다는 보도를 반박하는 의견을 낸 것입니다. 한미 연합훈련 연기 주장도 굽히지 않았습니다. 정 장관은 “훈련은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다”라며 협상을 위한 훈련 조정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특히 대북 대화 카드에 대한 정 장관만의 철학을 또렷하게 드러냈습니다.

그는 “지난 20년의 북핵 협상 역사 중 네 번의 대화와 협상 국면과 네 번의 제재, 압박, 고립 전략 국면이 있었지만, 북한의 핵과 미사일 고도화는 사실 제재, 압박, 고립 국면에서 일어난 일”이라며 “북한 당국자들은 ‘자존심은 목숨보다 귀하다’라고 말한다.

목에 칼을 들이대면서 대화하자면 ‘절대로 응할 수 없다’고 하는 것이 북한의 현실”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제재만으로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기가 쉽지 않다는 주장입니다.

한미 연합훈련에 대한 생각도 확고했습니다. 정 장관은 “1992년과 1994년 팀 스피리트 훈련 중지는 북핵 협상 진전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며 “2018년 한미 연합훈련 연기는 한반도의 봄을 불러왔다”고 했습니다.

이어 “한미 연합훈련은 대비 태세를 강화하고 전시작전통제권 회복을 위해 필요한 게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그것은 수단이다. 한반도 평화라는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이지 그게 목적이 될 수는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는 케빈 김 주한 미국대사대리의 말과 충돌합니다. 김 대사대리는 지난 8일 기자들과 만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한미 연합 군사훈련 공조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고, 그의 표현은 ‘군사훈련은 군의 생명선과 같다’였다”며 “앞으로도 그런 기대를 갖고 있다”라고 했습니다.

북한과의 대화 재개 조건으로 우리 정부에서 한미 연합훈련이 카드로 거론되는 상황에 대한 반대 입장을 우회적으로 밝힌 것입니다.

정 장관은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국 방문이 예정된 내년 4월이 “평화로 나아가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그러면서 “대화 여건을 조성하고 한반도 평화를 위한 적극적 조치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습니다. 미국 측은 이에 대해서도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최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처럼 정 장관의 단독 행보는 정부 내 엇박자는 물론 미국으로부터 우려의 시선을 부르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정부의 대북 메시지가 일관되지 않다 보니 ‘도대체 이재명 정부의 대북 메시지는 진의가 뭐냐’는 워싱턴 측 문의가 많다고 합니다.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11일 한국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한미 공조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한국이 단독 행동을 할 경우 대북 관계 개선에 효과가 날 가능성이 작다. 북한이 유화 제스처에 전혀 호응하지 않는 국면인 만큼 국제 공조의 중요성이 더 커졌다”고 했습니다.

정 장관은 정부 대북 메시지가 조율되지 않는다는 지적에 대해 “국방부의 존재 이유, 외교부의 존재 이유, 통일부의 존재 이유가 다 다르다”며 “이걸 통합 조율해 내는 것이 능력이고, 그 과정에서 다소 미흡함이 있었다면 그것은 우리 모두, 즉 정부의 책임”이라고 했습니다.

‘바늘구멍’이라도 뚫기 위한 정 장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페이스메이커가 직접 선수로 나선다면 성과를 내기 힘듭니다. 북미 대화를 추동하는 책임 있는 정부의 성숙하고 일관된 목소리 관리가 중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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