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칼럼] 쓰레기통이 된 정치, 누가 이익을 얻는가

연방의회 의사당 건너편에 똥 모형의 황동색 조형물
25일 워싱턴DC 연방의회 의사당 건너편에 똥 모형의 황동색 조형물이 설치돼 있다. [로이터]

양극화는 ‘실수’가 아니라, 정치가 선택한 보상 구조..

미국 정치가 쓰레기통 같다는 말을 이제 농담으로만 듣기 어렵다. 선거철마다 상대를 “나라의 적”으로 몰아붙이는 구호가 난무하고, 정치 뉴스에는 총성과  난투극이 너무 자주 등장한다. 정치 뉴스를 챙겨 보는 일 자체가 감정 노동이 된 시대, 질문은 하나로 수렴한다. 도대체 누가 이 상황에서 이익을 보고 있는가.

실패가 아니라 ‘성공한 전략’

오늘의 양극화는 정치가 망가진 “실패의 결과”라기보다, 일정 부분에서는 상당히 잘 작동한 “전략의 결과”에 가깝다.

미국의 선거 구조를 보면, 중간 유권자보다 각 진영에서 가장 화가 난 사람들 눈에 띄는 후보가 당내 경선에서 유리한 경우가 많다.

폐쇄형 경선과 기형적인 선거구 획정은 “상대를 설득하는 정치”보다 “자기 편을 자극하는 정치”에 보상을 준다.

여기에 미디어와 플랫폼의 논리가 곂친다. 분노와 공포를 자극하는 제목일수록 더 많은 클릭을 얻고, 그 클릭이 정치인의 영향력과 모금액으로 전환된다.

온건한 정책 설명보다 자극적인 한마디가 훨씬 멀리, 훨씬 빨리 퍼져 나가는 환경에서, 갈등을 키우는 정치인은 사실상 ‘알고리즘의 총애’를 받는 셈이다.

소액 정치후원 패턴을 보면, 가장 과격한 메시지가 올라갔을 때 후원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장면이 반복된다. 분노를 잘 팔수록 정치적·재정적 자원이 더 많이 쏠리는 구조다.

양극화가 만들어낸 ‘위험한 안정’

이 구조는 민주·공화 양당 모두에게 묘한 ‘안정’을 제공한다.

상대를 악마화할수록 자기 진영 유권자의 이탈은 줄어들고, 정권이 바뀌든 유지되든 “저쪽은 나라를 망칠 집단”이라는 정서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우리가 잘해서”가 아니라 “저쪽이 더 위험해서” 표를 얻는 정치, 즉 상대의 실패와 공포에 기댄 선거 전략이 굳어지는 것이다.

그 사이에 삶의 기본 조건, 이를테면 임금과 주거, 의료와 돌봄, 치안과 사회 안전망은 얼마나 개선되었는가라는 질문은 뒷전으로 밀린다.

팬데믹 이후 특정 시기에 폭력 범죄와 살인이 증가하면서 불안이 크게 부풀어 올랐지만, 그 이후 통계를 보면 일부 지표는 다시 내려가고 있다.

그러나 정치 폭력, 혐오 범죄, 공직자에 대한 협박 같은 “정치가 얽힌 폭력”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고, 정부와 제도에 대한 불신은 역사적으로 낮은 구간에 머물러 있다.

숫자가 조금 나아져도, 사람들의 체감과 불안은 정치 언어가 매일 새로 덧칠하는 이미지 속에서 더 어두워진다.

이럴 때 “평화로운 세상은 정치인에게 기회가 없다”는 말이 설득력을 얻는다.

갈등이 가라앉으면 극단적인 메시지를 파는 정치인, 이른바 ‘갈등 상인’의 자리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반대로 말하면, 현재의 제도와 미디어 환경은 갈등을 팔수록 더 큰 영향력을 얻는 정치인을 꾸준히 길러내는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고 있다.

‘갈등 상인’만이 정치일까

그렇다고 모든 정치인이 갈등을 원한다고 말해버리는 순간, 독자는 곧장 냉소의 안전지대로 퇴각한다.

“다 똑같다”는 말은 분노를 잠시 달래주지만, 그 이후 어떤 것도 바꾸지 못한다. 문제는 지금의 게임 규칙이 “타협과 문제 해결에 투자하는 정치인”보다 “상대를 자극해 우리 편을 더 화나게 만드는 정치인”에게 더 많은 보상을 주도록 설계되어 있다는 점이다.

바꿀 수 있는 지점은 전혀 없을까.

경선 방식을 더 개방적으로 바꾸거나, 선거구 재조정 과정에 시민 참여와 독립 기구를 강화하는 방안들은 이미 여러 주에서 실험되고 있다.

선거 제도를 조금만 손봐도, 진영의 가장 큰 목소리만 대변하는 후보가 아니라 다양한 유권자에게 호소해야 이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다는 논의가 이어진다.

문제는 이런 논의가 언제나 “지금 이 구조로 이익을 보는 정치 세력”에게는 불편한 안건이라는 것이다.

우리도 이 게임의 ‘플레이어’다

정치의 구조는 유권자와 미디어, 플랫폼의 선택을 반영하면서 동시에 그 선택을 규정한다.

선정적인 정치 콘텐츠를 소비하고 공유할수록, 알고리즘은 그 콘텐츠를 더 많이 띄운다. 정책과 데이터, 긴 맥락을 설명하는 기사는 클릭과 체류 시간을 끌어내기 어렵고, 그 결과 더 적은 자원과 노출을 받는다.

이 악순환 속에서 “정치는 원래 쓰레기통”이라는 냉소는 일종의 자기 예언이 된다.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그 이상을 기대하지 않게 되고, 기대가 사라진 자리에는 극단과 조롱만 남는다.

일요일 아침, 뉴스 에디터는 어떤 정치 기사를 첫 화면에 올릴지, 어떤 톤의 제목을 뽑을지, 얼마나 많은 맥락을 함께 전할지 결정해야 한다.

독자는 정치 뉴스 탭을 닫을지, 아니면 또 한 번 분노를 자극하는 클립을 재생할지 선택한다. 갈등을 가장 잘 파는 사람이 권력과 돈, 스크린을 독점하도록 설계된 시스템 안에서, 이 두 가지 선택은 사소해 보이지만 전혀 사소하지 않다.

정치가 쓰레기통이 된 것은 우연도, 한두 명의 타락 때문도 아니다.

갈등이 가장 값비싼 상품이 된 시대, 그 상품의 생산자와 유통자, 그리고 소비자까지 모두가 한 장의 재무제표에 묶여 있다.

문제는 이제, 이 재무제표의 이익과 손실을 누가 떠안고 있는지를 직시하는 일이다.

일요일 컬럼의 역할은 어쩌면 그 단순한 질문을 다시 꺼내는 데서 시작될지 모른다. “이 쓰레기통 같은 정치에서, 정말로 이익을 보는 사람은 누구인가. 그리고 그 게임을 우리는 언제까지 계속해 줄 것인가.”

0
0

TOP 10 NEWS TODAY

오늘 가장 많이 본 뉴스

LATEST TODAY NEWS

오늘의 최신 뉴스

시니어 생활

오피니언 Hot Poll

청취자가 참여하는 뉴스, 당신의 선택은?

최신 뉴스

시진핑, 프랑스 도착…5년 만의 유럽 순방 시작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프랑스에 도착해 엿새 동안의 유럽 순방 일정을 시작했습니다. 시 주석은 현지 시간 5일 오후 파리 오를리 공항에 ...
FT '민희진'은 가부장제와 싸우는 젊은여성이미지..

FT ‘민희진’은 가부장제와 싸우는 젊은여성이미지..

"남성 상사들에 대한 비판에 고취된 한국여성의 흥미 사로잡아" 많은 한국 여성이 하이브와 민희진 어도어 대표간 갈등을 '가부장적인 직장과 싸우는 젊은 ...

미국서 저축하기 가장 힘든 지역이 리버사이드 온타리오 지역?

미국에서 현금을 절약하기 가장 어려운 도심지역은 뉴욕이나 로스앤젤레스는 아닙니다.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미국에서 치솟는 주택 가격, 생활비 및 부채로 인해 돈을 ...

‘팝의 여왕’ 마돈나 뜨자 브라질 해변, 160만명 거대 춤판으로

투어 마지막 무료공연 열린 코파카바나, 세계 최대 '나이트클럽' 변모 전설적 팝스타 마돈나가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해변을 빼곡히 메운 구름 인파 앞에서 ...

‘범죄도시 4’ 스크린 독식에 영화계 불만폭팔

해도해도 너무한다! 하하필름스 대표, 토론회서 공개적으로 비판…"영화계 망가뜨려" 극장가에서 흥행몰이 중인 '범죄도시 4'의 스크린 독식이 심각하다는 지적이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를 계기로 ...

“네안데르탈인, 나무가공에 능숙”

석기시대, 사실 목기시대였나? "독일 쇠닝겐서 발견된 30만년전 목재유물에 뚜렷한 가공 흔적" "보존에 취약한 목재 특성 아니었으면 시대구분 기준 바뀌었을 수도" ...
[뉴욕증시-주간전망] 파월과 연준 인사들의 입장

[뉴욕증시-주간전망] 파월과 연준 인사들의 입장

이번 주(5월 6~10일)는 상대적으로 조용한 한 주를 맞이할 것으로 전망된다. 주요 경제지표가 발표되지 않는 가운데 시장을 주도하는 거대 기술주(빅테크)의 실적도 ...

LAPD 일요일 새벽, USC교내 친 팔레스타인 시위대 캠프 철거

오늘 아침 KTLA 뉴스에 의하면 폭동 진압 장비를 갖춘 경찰들이 일요일 새벽에 USC 캠퍼스이 진입하여 친팔레스타인 시위대가 형성한 또 다른 ...

롱비치 총격사건 7명 부상, 4명 위독

주말마다 벌어지는 총격사건이 또 롱비치에서 발생했습니다. 지난 토요일 롱비치에서 총격 사건이 발생해 7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Long Beach PD가 소셜미디어로 발표했습니다 ...
김진표 의장, 동포들과 간담회…"복수국적 허용 추진"

김진표 의장, 동포들과 간담회…”복수국적 허용 추진”

김진표 국회의장이 미국 로스앤젤레스(LA)를 방문해 개최한 동포 초청 간담회에서 복수국적 허용 법안 추진 등 동포단체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 김 ...

일시휴전 할 수 있지만 종전은 NO!

하마스 "종전·이스라엘군 철수 포함 포괄적 휴전 원해" 스라엘이 가자지구 휴전 협상의 핵심 쟁점인 종전과 이스라엘군 철군에 대해 다시 한번 분명하게 ...

시진핑, 5년만의 유럽 순방 시작…안보·외교수장 대동 프랑스행

5∼10일 프랑스·세르비아·헝가리 국빈 방문…서방 견제 '균열' 포석 관측도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서방 진영의 대(對)중국 안보·경제 견제 수위가 높아지는 가운데, 시진핑 ...

학사모 쓴채 “전쟁 멈춰라”…대학 졸업식에서도 돌발 시위

미시간대 행사 중 75명 친팔 시위대 행진…인디애나대 야유·퇴장버지니아대선 최소 25명 체포…프린스턴대 학생 단식 농성 미 전국 캠퍼스에서 불붙은 가자전쟁 반전시위가 ...
김하성, 애리조나전서 3점 홈런 '쾅'…시즌 5호

김하성, 애리조나전서 3점 홈런 ‘쾅’…시즌 5호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이 시즌 5호 홈런을 터뜨렸다. 김하성은 5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체이스필드에서 열린 미국프로야구(MLB)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방문 경기에서 8-0으로 앞선 ...

협상장 나온 하마스 ‘단계적 종전’ 제안…이스라엘은 불참 고수

하마스 카이로 "종전 보장돼야"…이스라엘 "긍정 신호 있어야" 이 '라파 공격시' 주민 대피계획 美에 통보…"곧 작전" 시사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는 4일(현지시간) ...

LAPD총격에 사망 한인 …경찰 과잉진압 의혹 (2보)

경찰 "정신병원 이송 시도 중 흉기 들고 저항"…한인회 보디캠 공개 요구  40대 한국 국적 남성이 경찰의 총격에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해 ...
‘아내살해’ 미국변호사 무기징역 구형

‘아내살해’ 미국변호사 무기징역 구형

한국검찰 “우발범행 아냐”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LA 출신의 대형 로펌출신 미국변호사에게 한국 검찰이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검찰은 3일 서울중앙지법 ...

북한 유엔대사 “제2·3의 대북제재 전문가패널 나와도 사멸될 것

김성 대사 언론성명…"美, 현실 받아들이고 대북정책 실패 반성해야" 김성 주 유엔 북한 대사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 패널 활동이 ...
‘눈을 칼로 도려내는 듯한’ 군발두통, 산소 치료가 큰 효과

‘눈을 칼로 도려내는 듯한’ 군발두통, 산소 치료가 큰 효과

‘눈을 칼로 도려내는 듯하게 아프다’ ‘차라리 머리를 벽에 찧는 것이 나을 듯하게 고통스럽다’…. ‘군발(群發·cluster)두통’ 환자들이 호소하는 증상이다. 군발두통은 한쪽 눈 ...
코로나19·사스·메르스, 인체 감염 전략 각기 달랐다

코로나19·사스·메르스, 인체 감염 전략 각기 달랐다

코로나19 팬데믹은 끝났지만, 코로나바이러스는 종을 넘어 인간으로 전파되는 만큼 다음 팬데믹에 대한 대비가 필요한데요. 국내 연구진이 코로나19를 비롯해 인체감염을 유발했던 ...

“부드럽게 쏙∼” 깊이 박힌 이물질, 상처 없이 꺼내는 내시경 로봇

이물질을 삼키는 사고는 어린이 안전사고의 10%에 달합니다. 몸속 깊은 곳에 걸린 이물질을 부작용 없이 간단하게 꺼낼 수 있는 내시경 로봇이 ...

유엔 무대에서 한국 외교관을 대하는 눈길이 달라졌다

지난달 18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팔레스타인의 유엔 정회원국 가입을 두고 표결이 이뤄진 뒤 유엔 무대에서 한국을 대하는 '글로벌 사우스'(주로 남반구에 위치한 ...

러, 젤렌스키 우크라 대통령에 체포영장… “형사사건 수배”

러시아 내무부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수배자 목록에 올렸다고 타스, AP 통신 등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러시아 내무부는 이날 경찰 데이터베이스에 ...
워런 버핏 "핵무기급 AI 힘 두려워…투자는 맘에 쏙 들 때만"(종합)

워런 버핏 “핵무기급 AI 힘 두려워…투자는 맘에 쏙 들 때만”(종합)

AI는 다시 집어넣을 수 없는 램프의 요정 같아…관련 사기 늘 것"버크셔 보유현금 1,900억달러…애플 지분 줄었지만 "계속 최대 투자 비중 가능성" ...
故 신해철, ‘AI 新해철’로 돌아온다…목소리 모델 공개

故 신해철, ‘AI 新해철’로 돌아온다…목소리 모델 공개

10년 전인 2014년 세상을 뜬 고(故) 신해철이 AI 목소리 모델 'AI 신(新)해철'로 돌아온다. 넥스트유나이티드는 오는 6일(이하 한국시간) 신해철의 56번째 생일을 ...

“한국이 中경제강압 직면하면 미국은 할수있는일 다할것”

멜라니 하트 국무부 경제강압대응팀장, 연합뉴스 인터뷰서 강조 사드보복 때 수수방관했던 미국, 자성 속에 전담팀 3년전 구성 미국 국무부의 중국발 '경제강압' ...

이스라엘에서 정부 규탄 시위…”휴전·인질석방 촉구”

이스라엘 수도 텔아비브에 시민 수천 명이 모여 인질 석방 협상 타결과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습니다. 시위 참가자들은 ...

술 안 마셨는데 음주단속 걸린 남자…몸에서 자동으로 알콜 만든다고?

술을 전혀 안 마셨는데도 음주 운전 혐의로 법정에 선 벨기에 남성이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본인도 몰랐던, 몸에서 알코올을 만들어 내는 ...

보잉 우주선 ‘스타라이너’ 첫 유인 시험비행…오는 6일 발사

무인비행 성공 후 2년 만…성공하면 스페이스X와 함께 ISS 수송 임무 보잉사의 우주캡슐 'CST-100 스타라이너'(Starliner, 이하 스타라이너)가 처음으로 우주비행사들을 태우고 유인 ...
볼거리 먹거리 풍성’ LA카운티 페어 개막

볼거리 먹거리 풍성’ LA카운티 페어 개막

제95회 LA 카운티 페어가 3일 엘에이 인근 포모나의 페어플렉스에서 개막됐다. 메모리얼 데이인 오는 27일까지 ( Stars, Stripes & Fun) 이라는 ...

경제 • IT

칼럼 • 오피니언

국제

한국

LIFESTYLE

K-NOW

K-NEWS

K-BIT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