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베네수엘라 ‘통치’ 대신 ‘군사 압박’… “함대로 봉쇄할 것”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가운데)이 3일(현지 시간) 미국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발언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현직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체포한 뒤 베네수엘라를 직접 통치하겠다고 선언한 미국이 군사력을 동원한 정책 개입으로 일단 선회한 것으로 관측된다. 부통령 등 베네수엘라 마두로 체제의 고위직들은 계속 미국에 맞서겠다는 입장인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옳은 일을 하지 않으면 더 큰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압박 수위를 끌어올렸다.

美 국무 “통치가 아닌 정책 개입… 석유 산업 봉쇄할 것”

4일 마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은 복수의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베네수엘라에 새로운 정부를 구성할 계획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날 NBC 인터뷰에서 ‘누가 베네수엘라를 운영하는 것인가’하는 질문에 “(국가가 아니라) 정책을 운영하는 것”이라면서 “우리는 베네수엘라가 특정 방향으로 나아가길 바란다”고 답했다.

이어 루비오 장관은 “정책 목표는 베네수엘라에서 다른 무엇보다도 미국에 이로운 변화가 일어나게 하는 것”이라면서 이란 등 미국에 적대적인 세력의 영향력 행사 차단, 미국으로 마약 밀매 중단, 석유 산업 재편 등을 목표로 거론했다.

루비오 장관은 이런 현안이 미국이 원하는 대로 해결되기 전까지는 베네수엘라에 대한 원유 수출 봉쇄와 마약 운반선 공격, 제재 위반 선박 나포 등 미국의 압박이 계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루비오 장관은 ABC와 인터뷰에서는 미군 함대가 카리브해에 계속 남아 베네수엘라 경제가 의존하는 원유 수출을 막고 있는 사실을 거론하고서는 “그 지렛대는 계속되고 있으며 우리는 그게 결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는 전날 마두로 대통령을 생포한 이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적절한 권력 이양이 있을 때까지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운영(Run)’할 것”이라고 밝힌 것과는 다른 입장이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는 “미국이 ‘포함(砲艦)외교’를 명백히 선언한 것”이라고 논평했다. 포함외교는 우월한 군사력, 특히 해군력을 이용해 군함을 앞세워 상대국에 자국의 의사를 관철시키는 외교 정책을 뜻한다.

니콜라스 마두로(왼쪽 첫 번째)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3일(현지 시간) 미국으로 이송돼 뉴욕 구치소로 이동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니콜라스 마두로(왼쪽 첫 번째)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3일(현지 시간) 미국으로 이송돼 뉴욕 구치소로 이동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베네수 저항 계속 “대통령은 마두로뿐”

이런 가운데 베네수엘라 정부와 군은 여전히 ‘대통령은 마두로 한 사람 뿐’이라며 항전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마두로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블라디미르 파드리노 베네수엘라 국방부 장관은 로드리게스 부통령 지지를 천명했다.

그는 이날 병사들에게 둘러싸인 채 진행한 영상 연설에서 마두로 대통령 체포 이후 헌법에 따라 로드리게스 부통령이 군 통수권을 승계했다고 선언했다.

그는 마두로 대통령 체포를 ‘제국주의 침략’으로 규정하고 이에 맞서 전국의 군과 경찰 부대가 가동되고 있다고 말했다. DPA 통신은 “베네수엘라에서 군은 결정적인 권력의 중재자로서 마두로의 좌파 독재 정부에 충성을 유지해왔다”고 지적했다.

또 집권당인 통합사회주의당(PSUV)이 공개한 음성 녹음에서 디오스다도 카베요 내무장관은 “이곳에서 혁명 세력의 단결은 확고하게 보장돼 있다”며 “여기에는 오직 니콜라스 마두로 한 명의 대통령만 있고, 누구도 적의 도발에 넘어가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협력 상대’로 지목한 로드리게스 부통령 역시 미국에 순순히 협력하지 않을 것이라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비상 내각회의에서 마두로 대통령 부부의 석방을 요구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의 ‘베네수엘라 운영’ 발언에 대해선 “베네수엘라는 그 어떤 나라의 식민지도 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미국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체포한 사실이 알려진 직후 베네수엘라와 콜롬비아 국경에 군용차들이 배치돼 있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체포한 사실이 알려진 직후 베네수엘라와 콜롬비아 국경에 군용차들이 배치돼 있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4일(현지 시간)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서 민병대 대원 한 명이 총기를 든 채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과 실리아 플로레스 영부인의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에 참가해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4일(현지 시간)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서 민병대 대원 한 명이 총기를 든 채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과 실리아 플로레스 영부인의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에 참가해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베네수 부통령, 옳은 일 안 하면 큰 대가 치를 것”

트럼프 대통령은 강경 발언을 이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 시사주간 애틀랜틱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마두로 대통령의 공석으로 대통령 권한 대행을 맡고 있는 로드리게스 부통령을 향해 “옳은 일을 하지 않는다면 매우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베네수엘라의 향후 상황에 대해선 “재건과 정권 교체는, 뭐라고 부르건 지금보다는 좋을 것이다. 더 나빠질 수 없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울러 이번 베네수엘라 정권 교체나 국가 재건이 과거 미국의 이라크 침공과 무엇이 다른지를 묻자 “이라크는 내가 한 게 아니다. (조지 W.) 부시가 한 일이다. 그 질문은 부시에게 해야 한다.

우리는 절대로 이라크에 들어가지 말았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게 중동 재앙의 시작이었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베네수엘라가 미국의 개입 대상이 될 마지막 국가가 아닐 수 있다고 거듭 확인했다고 애틀랜틱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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