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xophone이 이렇게 아름다운 음색을 내는 악기였었나?”라는 감탄을 나오게 하는 현재 클래식 음악계에서 가장 역동적이고 영향력 있는 연주자 중 한 명인 Jess Gillam (제스 길럼)!
Saxophone이라는 악기는 우리에게 ‘재즈 악기’라는 꽤 뿌리깊은 선입견이 있다. 재즈 뮤지션들이 이 악기를 사용함에 있어서도 허스키한 톤을 앞세우고 진폭이 큰 강렬한 비브라토를 사용하며 ‘섹시’함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기에 왠지 클래시컬한 ‘고상함’과는 거리가 있는 악기로 생각해 온 것이 일반적일 것이다. 나의 경우도 다르지 않았다.
우연히 Jess Gillam이 연주한 Erland Cooper라는 작곡가의 ‘Berriedale at Dawn’ (새벽의 베리데일)이라는 곡을 듣기 전까지는 그랬다. 이 곡을 처음 듣게 되었을때 나는 이 악기가 소프라노 색소폰이라는 걸 눈치채지 못했다.
오보에 같기도 하고 플륫 같기도 했지만 정확한 악기의 정체를 알 수 없어서 Tidal의 곡 credit 페이지를 볼 수밖에 없었다. 연주자도 그때는 나에게는 생소했던 젊은 여성 연주자인데다가 그 악기가 소프라노 색소폰이라는 걸 알게 되고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음색만이 충격이 아니었다. 처음 들어보는 곡이었지만 듣자마자 훅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었다. 작곡자 Erland Cooper는 스코틀랜드 북단의 오크니 제도(Orkney Islands) 출신이라고 하는데 그는 자신의 고향인 섬의 자연, 바다,새소리, 그리고 그곳의 역사에서 영감을 얻어 음악을 만든다고 한다.

‘Berriedale’은 오크니 제도에 있는 실제 지명이고 제목처럼, 동이 트기 전의 정적과 서서히 밝아오는 빛의 움직임을 묘사하는 Jess Gillam의 소프라노 색소폰은 여기서 악기가 아니라 마치 ‘바람’이나 ‘새의 울음소리’처럼 들릴 정도이다. 재즈 연주자들처럼 큰 진폭의 비브라토 없이 긴 노트를 silky하면서도 맑고 곱게 연주하는데… “Saxophone이 이렇게 아름다운 음색을 내는 악기였었나?”라는 감탄을 나오게 했다.
자! 이렇게 한 아티스트를 발견했으니, 내가 누군가? 집요하게 추적을 해 보았다. Jess Gillam은 1998년 영국의 컴브리아 주 울버턴에서 태어났고 일곱 살 때 색소폰을 배우기 시작했다고 한다.
열한 살 때는 색소폰 4중주단의 연주를 보고 이 악기의 풍부한 표현력에 매료되어 색소폰 연주자의 길을 걷기로 마침내 결심했다고 한다.
정통 엘리트 코스보다는 즐겁게 음악을 즐기는 환경에서 시작한 것이 그녀만의 독특하고 자유로운 에너지의 원천이 된 듯 하다.

물론 이후에는 Guildhall School of Music and Drama in London에서 박사과정을 마쳤고 작곡가이자 색소폰의 대가인 John Harlre에게 사사를 받는 등 최고 수준의 엘리트 코스를 밟았지만 말이다.
2016년에는 BBC Young Musician of the Year 대회에서 색소폰 연주자로서는 최초로 결승에 진출하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고 2018년에는 전 세계 클래식 음악인들의 꿈의 무대인 ‘Last Night of the Proms’에서 최연소 솔로이스트로 협연하며 스타덤에 올랐다.
그리고 그해에 역시 또한 색소폰 연주자로서는 최초로 세계적인 레이블인 Decca Classics와 전속 계약을 맺게 된다. 2019년에 발매된 그녀의 데뷔 앨범인 [Rise]는 클래식 레퍼토리, 영화 음악, 팝 편곡곡들을 수록하여 발매 직후 영국 클래식 차트 1위에 올랐다.
이후 몇 장의 앨범을 발표했고 이후에는 변화하는 음원 시장에 발맞춰 정규 앨범뿐만 아니라 EP나 디지털 싱글 등의 방식으로 음원들을 출시하기도 하고 있다.
2025년에는 [Prism] 이라는 타이틀로 Vol. 1에서 Vol. 3까지 3장의 EP들을 차례로 발표했다.전통적인 클래식 음악 레코딩에서는 전혀 쓰지 않는 reverb 이펙터를 사용한다거나 신세사이저를 살짝 얹어놓는 등 젊은이 다운 파격적인 레코딩으로서 클래식과 현대 음악 (Neo-Classical), 그리고 미니멀리즘의 명곡 등이 모두 한데 어우러진 그녀의 음악적 성숙을 고스란히 느끼게 해주는 완성도 높은 레코딩들이다.
Jess Gillam의 매력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몇 곡을 추천해 보겠다. 우선 앞서 언급한 Erland Cooper라는 작곡가의 ‘Berriedale at Dawn’ (새벽의 베리데일)을 빼놓을 수 없고,미니멀리즘의 대표적 작곡가 중 하나인 Michael Nyman이 작곡한 1995년도 일본 애니메이션인 ‘The Diary of Anne Frank’의 수록곡인 ‘If’라는 곡도 Jess Gillam 입덕용으로 충분한 매력을 가지고 있는 곡이다.

메조 소프라노가 부른 가사가 있는 원곡을 Jess Gillam의 스승인 John Harle가 색소폰과 오케스트라로 편곡한 버전으로서 Michael Nyman 특유의 미니멀리즘적인 선율과 Jess Gillam 의 서정적인 색소폰 음색이 만나 정말 아름다운 울림을 만들어내는 곡이다.
그밖에도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와 매우 유사한 흐름의 Telemann의 오보에 협주곡 G Major 1악장을 편곡한 곡, 그리고 구 소련 출신의 미국 작곡자이자 피아니스트인 Lera Auerbach (레라 아우어바흐)의 매우 느리고 고요하게,그러나 그 안에는 “터질 듯한 슬픔과 고독”이 응축되어 있는 듯한 ’24 Preludes No. 15’을 편곡한 곡도 강력 추천한다.
목관악기처럼 리드(Reed)를 사용하지만, 몸체는 금속으로 만들어져 목관악기의 유연한 기교와 금관악기의 강력한 힘을 동시에 가진 색소폰의 매력에 현재 클래식 음악계에서 가장 역동적이고 영향력 있는 연주자 중 한 명인 Jess Gillam의 연주로 푹 빠져 보시기를 권한다.
Tidal이나 Spotify에서 Jess Gillam Anthology로 검색하시면 내가 선곡한 playlist를 감상하실 수 있게 하겠다.
박기한 음악 칼럼니스트 frisell66@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