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사회도 ‘수퍼독감’ 비상… 타운 병원들 ‘북적’

한인사회에도 독감 비상이 걸린 가운데 8일 이영직 내과전문의가 시니어 독감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박상혁 기자]

미국 전역에서 최악의 수퍼독감 확산세가 거세지면서 보건 당국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남가주를 비롯한 한인사회에서도 독감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해 독감 유행이 예년보다 훨씬 빠르게 시작됐고, 변종 바이러스 확산으로 환자 증가 속도도 가파르다고 경고하고 있다.

연방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이번 독감 시즌 누적 감염자는 지난달 31일 기준 약 750만 명에 달하며, 이 중 8만1,000명이 입원 치료를 받았고 사망자는 3,100명을 넘어섰다. 아직 독감 시즌 초반임에도 감염·입원·사망 지표가 빠르게 악화되고 있는 상황으로, 불과 발표 일주일 전 집계와 비교해 관련 수치가 60% 이상 급증했다.

독감 유행 속도 역시 이례적이다. 통상 12월부터 시작돼 1~2월에 정점을 찍는 독감 시즌과 달리, 올해는 10월부터 확산 조짐이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CDC는 현재 4개 주를 제외한 모든 주에서 독감 활동 수준이 ‘높음’ 또는 ‘매우 높음’ 단계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내과 전문의 이영직 박사는 “올해 독감은 예년보다 훨씬 이르게 시작됐다”며 “최근에는 체감상 환자 수가 평소보다 50% 이상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한인사회에서는 한국을 방문했다가 독감에 감염돼 귀국하거나, 한국에서 온 방문객을 통해 전파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는 설명이다.

이 박사는 “한국 역시 독감 유행이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며 “최근 한국을 다녀온 뒤 독감 증상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 같은 현상은 미국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적인 독감 확산 흐름과 맞물려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독감 유행을 주도하는 바이러스는 A형 독감 H3N2의 새로운 하위 계통인 ‘K 변이(K subclade)’다. CDC에 따르면 올 겨울 미국에서 분석된 H3N2 표본 가운데 약 90%가 이 변이로 확인됐다. 해당 변이는 올해 독감 백신 균주가 결정된 이후 확산된 것으로, 백신의 예방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박사는 “이번 변이는 기존 백신이 직접 표적으로 삼은 바이러스가 아니어서, 독감 예방접종을 했음에도 감염됐다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일종의 변종으로 일반적인 백신에 대한 반응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특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그럼에도 백신 접종은 중증으로 악화될 위험을 낮추는 데 분명한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독감 고위험군에 대한 각별한 주의도 당부했다. 이 박사는 “특히 11세 이하 어린이와 65세 이상 노인, 암·심장병·천식 등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들은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며 “아직 백신을 접종하지 않았다면 지금이라도 접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독감에 걸렸을 경우 조기 치료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이 박사는 “독감에 감염되면 103도 이상의 고열과 심한 근육통이 동반될 수 있지만, 젊고 건강한 사람들은 대부분 큰 문제없이 회복한다”며 “반면 어린이와 노약자는 중증으로 악화될 위험이 있어 증상이 나타나면 48시간 이내에 타미플루 등 항바이러스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치료 시기가 늦어질수록 약효도 떨어진다”고 덧붙였다.

이번 독감 유행은 앞으로 최소 수 주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 박사는 “증상이 나타나면 조기 치료를 받고, 손 씻기와 마스크 착용 등 기본적인 위생 수칙을 철저히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황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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