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잠시 안정되는 듯했던 원·달러 환율이 다시 오르며 1470원 선을 눈앞에 둔 가운데, 원화 가치가 세계 주요 64개국 통화 가운데 최하위권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원화 약세가 길어지면서 수입 물가와 기업 수익성, 내수 전반에 부담을 키우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이달 6일 기준 원화의 명목 실효 환율(NEER)은 86.56으로, 2020년을 100으로 놓고 주요 교역 상대국 통화와 비교한 지수에서 아르헨티나, 튀르키예, 일본, 인도에 이어 다섯 번째로 낮은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는 미국발 금융위기 직후인 2011년 10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지난해 12월 금융위기 수준(84.8)까지 떨어졌다가 외환당국의 시장 안정화 대책 이후 소폭 반등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물가 수준까지 반영해 통화의 실질 구매력을 보여주는 실질 실효 환율 기준으로는 상황이 더 좋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지난해 11월 말 기준 실질 실효 환율은 87.05로 2009년 4월 이후 최저 수준이었고, 64개국 중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낮은 63위에 머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실질 실효 환율이 낮다는 것은 그만큼 자국 통화로 해외 상품을 살 때 부담이 커졌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이 같은 원화 약세는 수입 물가에 곧바로 반영되고 있습니다. 실질 실효 환율이 낮았던 지난해 11월 수입 물가 지수 상승률은 2%대 중후반까지 올라 2024년 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전해졌고, 12월에는 석유류 가격이 6% 이상 급등하며 전체 물가 상승을 끌어올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환율이 오른 만큼 에너지·원자재·곡물 등 필수 수입 품목 가격이 오르고, 이는 시간이 지나 소비자 물가에도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옛날에는 “원화 약세가 수출 대기업엔 좋다”는 통념이 있었지만, 최근 연구 결과는 다르게 나옵니다. 산업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실질 실효 환율이 10% 하락할 때 대기업 영업이익률은 오히려 소폭 떨어지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완성품을 수출하기 위해 필요한 원재료·중간재를 비싼 값에 들여와야 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붙습니다. 중소기업도 사정은 비슷해,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서는 최근 환율 급등으로 피해를 봤다는 응답이 40%를 넘고, 이익을 봤다는 응답은 10%대에 그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외환당국이 구두 경고와 시장 안정화 조치를 내놓고 있음에도 환율 불안이 이어지자 전문가들은 “단기 개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성장 잠재력 제고와 금융시장 신뢰 회복을 통해 원화의 ‘펀더멘털’ 자체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발언에서 “해외 투자은행들은 1480원 수준의 환율을 너무 높다고 보고 대체로 1400원 초반대를 전망한다”며, 국내에서 과도하게 비관적인 전망이 확산되는 데 대해서도 선을 그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