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란 시위대 구할까… 한 손엔 ‘공습’ 다른 손엔 ‘관세’ 카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 미 앤드루스 합동기지로 향하는 에어포스원(대통령 전용기) 안에서 취재진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베네수엘라 독재자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축출 작전의 성공으로 ‘군사 옵션’ 지렛대를 키운 트럼프 대통령이 반(反)정부 시위대를 상대로 ‘유혈 진압’에 나선 이란에도 공습 카드를 흔들고 있다. 그러나 바로 위험을 감수하는 대신, 관세를 활용한 고립 유도 등 ‘압박 외교’부터 시험해 보는 모습이다.

베네수엘라의 추억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현지시간) 미 정부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이 이란에 대한 군사 공격을 승인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온라인 매체 액시오스도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행정부 내 일각의 우려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공격 명령을 내리고 싶어 하는 것 같다는 소식통의 말을 전했다.

마두로 생포 때 큰 재미를 본 트럼프 대통령에게 공습은 유혹적 선택지다. 린지 그레이엄(공화·사우스캐롤라이나) 연방 상원의원도 “단호하게 행동해 이란 지도부의 학살을 좌시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게 유일한 정답”이라며 “지금이 1979년 이후 중동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최고의 기회”라고 말했다.

하지만 가장 부담스러운 선택지인 것도 사실이다. 자칫 트럼프 대통령이 정권을 굴복시키지 못한 상태에서 추가 공격을 가할지 작전을 중단할지 고민해야 하는 진퇴양난 처지에 빠지게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게 미국 관리들의 지적이라고 WSJ가 전했다.

일부 당국자는 반정부 시위 배후에 미국과 이스라엘이 있다는 이란 정권의 선전에 미국의 군사 공격이 힘을 실어 줄지 모른다는 걱정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JD 밴스 부통령 등 일부 고위급 참모들이 이란과의 외교를 먼저 시도할 필요가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 중이라고 당국자들이 WSJ에 알렸다.

비장의 카드 핵협상

11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이란 반정부 시위 연대 집회의 참가자들이 이란의 자유를 외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파리=AP 뉴시스

11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이란 반정부 시위 연대 집회의 참가자들이 이란의 자유를 외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파리=AP 뉴시스

실제 외교는 공습 위협을 촉매로 활발하게 전개되는 양상이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에게 공습은 최고 군 통수권자가 선택할 수 있는 많은 옵션 중 하나이며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력 사용을 두려워하지도 않지만 “대통령의 첫 번째 선택지는 항상 외교”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분이 이란 정권으로부터 공개적으로 듣고 있는 것은 미국 행정부가 비공개로 수신하는 메시지와 상당히 다르다. 내 생각에 대통령은 그 메시지들을 검토하는 데 관심이 있다”고 했다.

구체적 정황도 포착됐다. 이날 액시오스는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이 스티브 윗코프 트럼프 대통령 중동 특사에게 지난 주말 연락해 시위와 관련한 논의를 했고,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추가 조치 전에 시간을 벌려는 의도일 수 있다는 복수 소식통의 말을 전했다.

궁지에 몰린 이란은 위기 모면을 위해 핵 포기 카드까지 협상 테이블에 올릴 참이다. 아라그치 장관은 이날 아랍권 방송 알자지라 인터뷰에서 미국의 위협이나 명령이 없다면 이란은 미국과 핵협상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자금줄 차단 병행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에 압력을 가하려 자신이 가장 선호하는 수단인 관세도 꺼내 들었다. 그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이란과 거래하는 모든 국가는 모든 대미 거래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받게 된다”고 적었다. 이는 이란과 이란산 석유 최대 수입국인 중국 간 거래를 차단하려는 목적으로 해석 가능하다. 공습 가능성으로 정권에 공포를 심고, 자금줄까지 끊으려는 심산인 셈이다. 다만 미국 주재 중국대사관 측은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대해 “불법적인 제재”라며 “단호히 반대한다”고 반발했다.

액시오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3일 국가안보팀 최고위 참모진과의 회의에서 선택지를 논의할 예정이다. 옵션에는 이란 정권의 핵심 시설에 대한 군사 타격, 사이버 공격, 신규 제재 승인, 반정부 성향 온라인 계정 확대 지원 등이 포함됐다고 WSJ가 전했다. 미국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그중 사이버 공격이 유력 후보라 전하며, 특히 정권의 시위대 진압용 인터넷 차단 장치를 무력화하는 방안이 채택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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