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 주택 ‘찔끔’…저소득층은 ‘인상 폭탄’

부동산. 기사내용과 무관 [로이터]

주택 임대시장 양극화
부유층 주택 13% 오를때 저가 주택은 20%나 급등

‘구조적 문제로 더 심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전국 평균 임대료가 완만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실제로 저소득층이 의존하는 저가 임대 주택료는 폭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대료 하락이라는 ‘호재’의 과실이 상당 부분 고소득층에게만 돌아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통계 수치가 가리키는 ‘임대료 하락’의 장밋빛 환상 이면에는, 저가 주택 공급의 씨가 마르며 벼랑 끝으로 내몰린 서민들의 소리 없는 비명이 가득하는 지적이다.

15일 부동산 정보업체 리얼터닷컴이 발표한 2025년 12월 임대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이후 미국 임대 시장에서 가장 가파른 가격 인상을 겪은 계층은 저소득층 임차인이었다. 반면 고가 임대 주택에 거주하는 고소득층 임차인들의 임대료 상승률은 상대적으로 완만했고, 일부는 주택 구매를 미루며 임차 상태를 유지하는 여유까지 보였다.

리얼터닷컴이 코로나19 팬데믹 이전과 이후를 비교해 미국 50대 대도시의 스튜디오, 원룸, 투룸 임대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019년 후반부터 2025년까지 전국 평균 임대료는 17% 미만 상승에 그쳤지만, 시장 하위 25%에 해당하는 저가 주택 임대료는 약 20%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상위 75% 구간의 고가 임대료 상승률은 12.5%에 머물렀다. 리얼터닷컴의 수석 경제학자 조엘 버너는 “저소득층 임차인들은 불균형적인 임대료 압박을 받고 있는 반면 고소득층 임차인들은 최근 임대료 하락의 혜택을 대부분 누리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임대 시장의 격차는 2023년 이후 더욱 뚜렷해졌다. 전국적으로 임대료는 29개월 연속 전년 대비 하락세를 기록했고, 50대 대도시의 중간 임대료는 2024년 12월 대비 0.7% 하락한 1,689달러로 집계됐다. 문제는 고가 임대 주택의 가격이 2022년 12월 이후 3.5% 하락한 반면, 저가 임대 주택은 고작 0.8% 하락하는 데 그쳤다는 점이다. 같은 기간 중간 가격대 임대 주택의 가격은 2.3% 낮아졌다.

도시별로 보면 격차는 더욱 극명하다. 2019년 12월부터 2025년 12월까지 보스턴은 저가 임대료 상승 폭이 가장 큰 도시로 나타났다. 해당 기간 동안 하위 25% 임대료가 중간 임대료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9.2%에서 86.1%로 7%포인트 가까이 뛰었다. 이는 월세 중간값(2,844달러) 이하의 주택 선택지가 6년 전보다 크게 줄었다는 의미다. 테네시주 내슈빌도 같은 기간 저가 임대료 비중이 6.8%포인트 상승해 뒤를 이었고, 애틀랜타, 시카고, 볼티모어 역시 저소득층 주거 부담이 빠르게 커진 도시로 분류됐다.

내슈빌의 부동산 중개인 미셸 베커는 “팬데믹 이후 노후 주택 소유주들이 저렴한 임대 주택을 개발업자에게 매각하면서, 기존 주택은 철거되거나 고급 주택으로 탈바꿈했다”며 “저가 임대 시장 자체가 급격히 축소됐다”고 설명했다.

반면 클리블랜드는 저소득층에게 상대적으로 가장 접근성이 높은 임대 시장으로 평가됐다. 지난해 12월 기준 중간 임대료는 1,257달러로, 저가 주택 선택지가 비교적 넉넉했다. 뉴욕 역시 전체 임대료 수준은 높지만, 저가 임대료는 중간값 대비 하락해 예산이 부족한 가구의 선택지는 오히려 6년 전보다 늘어났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임대료 하락이라는 평균 수치만 보면 시장이 안정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저가 주택 공급이 구조적으로 붕괴되면서 주거비 부담이 가장 취약한 계층에 집중되고 있다”며 “이 같은 흐름이 지속될 경우 임대 시장의 양극화는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되돌리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로 굳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박홍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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