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은 사회적인 수치라서 숨겨야 한다? [성소영 임상심리학박사의 강철멘탈클래스]

“그건 집안 망신이니까 밖에 나가서는 말하지 마. 사람들이 이상하게 볼 거야.”

이 말은 가족에게 자신이 정신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을 때, 가장 먼저 듣는 말들 중 하나입니다. 병 자체보다 더 아픈 건, 그 병을 숨겨야 한다는 분위기입니다. 우리는 언제부터 아픔이 죄인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되었을까요?

정신병은 흔히 ‘의지의 문제’인 것처럼 오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직도 정신병이 마음이 약해서, 생각을 잘못해서, 긍정적이지 못해서 생긴다고 생각하는 분들을 보게 됩니다. 그래서 치료보다는 참음을, 도움 요청보다는 침묵을 선택하게 만듭니다.

아프다는 사실보다 아프다고 말하는 것이 더 고통스러운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정신병은 수치가 아닙니다. 감기나 당뇨처럼, 뇌와 신경, 호르몬과 마음의 기능이 균형을 잃었을 때 나타나는 상태입니다. 누구나 겪을 수 있고,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유독 이 병만은 숨겨야 할 비밀 인 듯, 부당한 취급을 받습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보이지 않고 이해되지 않으니 더욱 멸시를 받는 것입니다.문제는 이 침묵이 병을 더 키운다는 데 있습니다. 숨기다 보면 치료 시기를 놓치게 됩니다. 혼자 버티다 보면 증상은 깊어지게 됩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왜 더 일찍 말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을 받습니다. 하지만 말하지 못하게 만든 분위기에 대해서는 아무도 책임지지 않습니다.

특히 가족 안에서 이 문제는 더 복잡해 집니다. 부모는 아이의 우울이나 불안을 “예민함”이나 “사춘기”등으로 덮고, 배우자는 “다들 힘들다”는 말로 지나칩니다. 그 안에는 걱정도 있지만, 동시에 두려움이 있습니다. 이 사실이 알려졌을 때 받을 시선,평가, 낙인에 대한 공포입니다. 그래서 ‘상대를 위해서’라는 명목으로 침묵을 강요합니다.

이 사회를 원망하며 어쩔 수 없다고 말합니다.그러나 이 세상에는 숨긴다고 사라지는 병은 하나도 없습니다. 오히려 병은 고립 속에서
자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고통은 스스로를 부정하게 만들고, “이런 내가 싫다”는 생각을 심어줍니다. 그때부터 그 사람은 병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과 싸우기 시작합니다.

정신병을 수치로 만드는 사회는 결국 정신병을 앓고 있는 당사자는 물론 가족 전체를 불안하게 만듭니다. 아파도 말하지 못하고, 괜찮은 척 연기하며, 언제 들킬지 몰라 더 움츠러듭니다. 그 불안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말할 수 없는 사회가 병을 키우는 것입니다.

물론 아무에게나 다 말할 필요는 없습니다. 프라이버시는 존중 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숨김’과 ‘선택’은 다릅니다. 숨김은 두려움에서 나오고, 선택은 존엄에서 나옵니다. 내가 원해서 말하지 않는 것과, 말하면 안 될 것 같아서 침묵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정신병은 약함의 증거가 아닙니다. 무너지지 않기 위해 손을 내미는 것, 그것은 그 사람이 약해서가 아닙니다. 그래서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 살아 있으려는 의지라는 사실을 꼭 기억해야 합니다. 우리는 이제 질문을 바꿔야 합니다. “왜 숨겼어?”가 아니라 “말할 수 없게 만든 건 무엇이었을까?”라고 말이죠.

정신병이 수치가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순간, 사람들은 더 빨리 치료받고, 덜 혼자 아파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을 것입니다. 숨기지 않아도 된다는 확신은 그 자체로 회복의 일부입니다.

아픔을 드러내는 사회는 약한 사회가 아닙니다. 오히려 가장 강한 사회입니다. 고통을 부정하지 않고, 인간을 병보다 먼저 보는 사회.

그곳에서는 병이 아니라 침묵이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성소영 임상심리학박사

ssung0191@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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