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과 OTT를 오가며, 지금 가장 주목해야 할 스크린 위의 이야기를 전합니다.영화 개봉작 부터 화제가 되는 OTT 콘텐츠까지, 단순한 줄거리를 넘어 연출과 메시지, 그리고 우리가 왜 이 작품을 봐야 하는지를 함께 짚어봅니다.
‘무엇을 볼 것인가’보다 ‘어떻게 볼 것인가’를 제안하는 씨네마 가이드 이준학의 스크린 리포트는 2주에 한 번, 스크린 속 현재를 차분하게 기록합니다.
[OTT 화제작]
누가 더 잘했는가가 아니라, 왜 요리하는가 – ‘흑백요리사 2’
극장이 아니어도 우리는 충분히 영화적인 순간을 만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시즌 2〉는 요리 예능이라는 형식을 빌려, 경쟁과 선택, 그리고 인간의 태도를 끝까지 밀어붙이는 드라마다. 이 프로그램은 누가 더 잘 요리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누가 끝까지 자신의 요리를 설명할 수 있느냐를 묻는다.
시즌 2는 ‘흑 요리사’와 ‘백 요리사’라는 대비에서 출발하지만, 이야기는 곧 그 이분법을 무너뜨린다. 이름과 경력이 알려진 셰프들이 빠르게 탈락하고, 반대로 조용히 자기 요리를 해온 인물들이 살아남는다.
제한된 시간과 재료 속에서 요리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선택의 연속이 되고, 그 선택은 곧 요리사의 인생관과 태도를 드러낸다. 초반부의 빠른 탈락 구조는 시청자에게 긴장감을 안기고, 중반부의 팀 미션과 콘셉트 요리는 요리를 하나의 이야기로 확장시킨다. 후반부로 갈수록 승패보다도 접시를 내려놓기 직전의 침묵, 손끝의 망설임, 심사 결과를 기다리는 표정이 더 오래 화면에 남는다. 이 프로그램이 요리 예능을 넘어 영화처럼 느껴지는 이유다.

이번 시즌에서 특히 화제가 된 인물 중 한 명은 손종원 셰프이다. 한식과 양식을 넘나들며 미쉐린 1스타를 받은 그는 화려한 기술이나 자극적인 플레이 대신, 기본에 충실한 요리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손종원 셰프의 요리는 보여주기 위한 음식이 아니라 먹는 사람을 설득하는 음식에 가까웠다. 재료를 다루는 태도, 불필요한 장식을 덜어낸 구성, 그리고 끝까지 흔들리지 않는 집중력은 심사위원뿐 아니라 시청자에게도 깊은 신뢰를 안겼다.
또 다른 상징적인 존재는 선재스님이다. 대한민국 1호 사찰음식 명장으로 알려진 그녀는 경쟁 프로그램과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인물이었지만, 오히려 그 고요함이 가장 큰 울림을 남겼다. 불을 세게 쓰지 않고, 자극적인 양념을 배제한 사찰음식은 속도와 자극에 익숙한
무대에서 전혀 다른 리듬을 만들어냈다. 선재스님의 요리는 ‘이기기 위한 음식’이 아니라,‘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묻는 질문처럼 다가왔다.
요리괴물 역시 이번 시즌을 대표하는 참가자다. 압도적인 집중력과 집요한 완성도로 매 미션마다 강한 인상을 남겼고, 주방에서는 말 그대로 요리에만 몰입하는 괴물 같은 존재감을 보여줬다. 인터뷰에서 드러난 과감한 자신감은 때로 도발적으로 느껴졌지만, 접시에 담긴
결과물은 그 자신감을 충분히 납득하게 할 만큼 수준이 높았다. 시즌 2 흑 요리사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인물이었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을 지나 최종 우승을 차지한 인물은 최강록 셰프이다. 그는 이미 ‘마스터셰프 코리아 시즌 2’ 우승자라는 타이틀을 가진 셰프였지만, 이번 시즌에서 보여준 모습은 과거의 영광에 기대지 않는 태도였다. 결승까지 올라가는 과정에서 그의 요리는 점점 더 단순해졌고, 대신 메시지는 분명해졌다.
우승 후 마지막 인터뷰에서 최강록은 “이 프로그램은 제가 어떤 요리를 잘하느냐를 증명하는 자리가 아니라, 왜 요리를 하는지를 다시 묻게 만든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경쟁 내내 승리를 의식하기보다, 매 접시에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으려 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요리는 결국 누군가에게 먹히는 것이고, 그 사람이 한 숟갈을 뜨는 순간까지 책임지는 일”이라는 말은 이번 시즌을 관통하는 문장처럼 남는다. 그는 마지막으로 “이겼다는 사실보다,끝까지 제 요리를 할 수 있었다는 게 더 중요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시즌 2〉는 요리를 통해 묻는다. 우리는 무엇으로 자신을 증명하는가, 그리고 경쟁 속에서도 지켜야 할 것은 무엇인가. 이 질문은 주방을 넘어 우리의 일상과 삶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이 프로그램은 단순히 재미있는 예능이 아니라, 오래 곱씹게 되는 한 편의 드라마로 남는다.

씨네마 가이드 이준학
CED (California Event & Design) 대표 (909)714-238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