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맹도 국제법도 무시한 트럼프 1년…미 제국주의 원년을 선포하다 [트럼프 1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의 모터시티 카지노 호텔에서 열린 디트로이터경제클럽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디트로이트=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1주년을 10여 일가량 앞둔 8일(현지시간) 미 뉴욕타임스(NYT)를 통해 공개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2시간 가까이 진행한 인터뷰에서 미국 대통령으로서 자신이 보유한 ‘최고사령관(commander in chief)’ 권한을 제약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자신뿐이라는 발상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실제로 오는 20일 백악관에 재입성한 지 만 1년을 맞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난 1년은 미국 우선주의, 일방주의, 나아가 제국주의적 행태로 점철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와 군사력을 무기 삼아 전 세계를 상대로 패권을 휘두르는 사이, 국제법과 세계질서 원칙은 쉽게 무시됐다.

관세 폭탄 던지며 “미국 해방의 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4월 2일 백악관 경내 로즈가든에서 '미국을 다시 부유하게'라는 행사를 열고 국가별 상호관세를 발표하고 있다. 당시 미국은 한국에 대해 25% 상호관세를 산정했다. 워싱턴=AP 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4월 2일 백악관 경내 로즈가든에서 ‘미국을 다시 부유하게’라는 행사를 열고 국가별 상호관세를 발표하고 있다. 당시 미국은 한국에 대해 25% 상호관세를 산정했다. 워싱턴=AP 뉴시스

전 세계를 놀라게 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첫 번째 행보는 ‘관세 폭탄’이었다. 미국은 해외 국가들이 자국 내 생산품을 지나치게 싸게 미국에 공급하는 반면 미국이 수출하는 상품은 무역 장벽을 높여 수입하지 않는 ‘불공정 거래’를 하고 있다는 주장을 내놨다. 그러면서 취임 한 달도 안 된 지난해 2월 1일 캐나다·멕시코·중국을 상대로 일방적 관세를 부과하며 ‘관세 전쟁’의 서막을 올렸다.

3개월 뒤인 4월 2일에는 우리나라와 유럽연합(EU), 일본 등 동맹국을 비롯한 57개 경제주체에 기본관세 10%에 국가별 관세를 얹어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 승인 없이 행정명령을 내리며 이날을 ‘미국 해방의 날’이라고까지 했다. 이에 세계 각국은 관세 인하를 위해 대규모 대(對)미 투자와 시장 개방을 약속해야만 했다.

특히 패권 경쟁 중인 중국과는 터무니없는 관세 경쟁을 벌였다. 한때 상호 보복과 재보복을 이어가던 미국은 중국에 대해 관세율을 145%까지 올렸다. 중국도 125%의 초고율 관세를 적용하며 강대강 대치를 이어갔으나, 결국 지난해 5월 극적으로 ’90일간 관세 휴전’에 들어갔다. 중국의 무기는 희토류 수출 통제였다. 미국 자동차 및 첨단 산업에 막대한 타격이 예상되자, 트럼프 대통령은 결국 한발 물러섰다.

베네수·그린란드 향해 노골적 야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공개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체포 후 미국 압송 모습. 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공개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체포 후 미국 압송 모습. 뉴스1

중국에 대한 전면전은 어렵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일까. 트럼프 대통령의 시선은 아메리카 대륙과 그 북쪽 그린란드 등 ‘서반구’로 쏠렸다. 특히 노벨평화상을 염원하던 지난해는 주로 관세 등 경제력을 동원했다면 올해부터는 19세기 ‘포함(砲艦) 외교’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군사력 사용을 본격화했다.

백악관은 지난달 5일 공개한 외교·경제·군사 분야 종합 전략 지침인 2025년 국가안보전략(NSS) 보고서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정책은 무엇보다도 미국 우선주의에 기반한다”고 천명했다. 또 “비(非)서반구 경쟁국들이 현재 우리에게 경제적 불이익을 줬다”며 “(우리는) 서반구에서 우월한 지위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9세기 미국 고립주의인 먼로주의에 자국 이익을 위해선 일말의 주저함도 없는 트럼피즘이 더해진 ‘돈로(Donroe·도널드 트럼프와 제임스 먼로의 합성어) 독트린’을 공식화한 셈이다.

돈로주의 현실화의 첫 타깃은 베네수엘라였다. 미국은 새해 벽두인 지난 3일 밤 군대로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 있는 대통령 안전 가옥을 공습,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생포했다. 주권 국가 정상이 사실상 납치돼 미국으로 압송된 것이다. 이어 과도기 베네수엘라를 미국이 운영(run)하고, 베네수엘라 석유를 미국이 넘겨받아 팔겠다고 밝혔다. 서반구 영향력 강화, 중국의 영향력 확대 견제, 미국의 경제적 이익을 동시에 노렸다는 사실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그의 제국주의적 야심에는 동맹국도 예외가 아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날부터 덴마크령 그린란드를 향해 “국제 안보를 보장하기 위해 우리가 통제해야 한다”며 야욕을 드러냈다. 마두로 생포로 세계가 놀라고 있던 9일에는 “러시아나 중국이 그린란드를 장악하게 두지 않겠으며, 안 된다면 어려운 방법으로라도 (그린란드를 차지)할 것”이라며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그린란드를 소유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덴마크는 1951년 미국과 방위협정을 맺은 오랜 동맹이다.

WTO에서 ‘트럼프 라운드’로

12일 그린란드 누크에서 한 여성이 자동차에 쌓인 눈을 털어내고 있다. 누크=AP 뉴시스

12일 그린란드 누크에서 한 여성이 자동차에 쌓인 눈을 털어내고 있다. 누크=AP 뉴시스

미국이 극한의 우선주의와 패권주의를 추구하는 사이, 전 세계 동맹과 국제 질서의 가치는 경시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두로 대통령 체포 나흘 만인 7일 유엔 산하기구 등 국제기구 66곳에서 탈퇴하겠다는 각서에 서명했다. 이튿날 NYT 인터뷰에서는 “만일 미국이 중심이 되지 않는다면 유럽과의 소위 ‘대서양 동맹’도 본질적으로 무용지물”이라며 동맹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태도를 보였다.

자유주의 국제 경제 질서도 마찬가지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지난해 8월 “세계무역기구(WTO) 체제는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미국 주도 자유무역 질서의 종말을 선언했다. 그러면서 기존의 다자주의에서 벗어난 양자·특정국 중심의 통상 협력을 중시하는 ‘트럼프 라운드’를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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