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서울 종로구의 한 의원 건물. 계단에는 마운자로 성지라는 안내문이, 카운터에는 마운자로와 위고비 처방 가격이 일목요연하게 적혀 있었습니다. 대기실에는 겉보기에 마른 체형인 여성들이 제법 많았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들과 간호사 사이에는 마운자로 현장 접수할 수 있나요라는 말이 오갔습니다.
19일 서울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새해를 맞아 다이어트를 결심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 가운데 관련 커뮤니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중심으로 마운자로나 위고비를 쉽게 맞을 수 있는 곳이라며 의료기관 명단을 공유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마운자로, 위고비 등 GLP-1 계열 비만 치료제는 애초 당뇨나 고도비만 치료 목적으로 개발한 약입니다. 의사의 진단과 상담을 거쳐 꼭 필요한 경우에만 사용돼야 하지만 일부 병의원에서는 일종의 다이어트 상품처럼 소비되는 추세입니다.
실제 기자가 몇몇 커뮤니티 등을 검색해 보니 처방 가격과 상담에 걸리는 시간, 온누리상품권 사용 가능 여부까지 담은 글을 쉽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뷰티 제품을 다루는 일부 유튜버나 인플루언서는 비만 치료제 사용기를 게시하며 구체적인 처방 주기, 부작용 등까지 공유할 정도입니다. 일부 커뮤니티에는 간편하게 처방받을 수 있는 의료기관의 좌표를 묻는 게시글도 반복적으로 올라왔습니다.
최근 기자가 찾은 종로의 한 의원에서는 5분 남짓 상담으로 처방이 이뤄졌습니다. 몸무게나 체질량지수를 측정하는 절차는 없었습니다. 이곳을 찾은 20대 여성의 키와 몸무게는 각각 165센티미터와 50킬로그램. 체질량지수는 약 18.4로, 일반적으로 저체중으로 분류되는 기준보다도 적었습니다. 그는 의사가 몸무게 확인이나 식습관도 묻지 않고 부작용만 설명한 뒤 맞을지 말지만 선택하라고 하는데 질병 치료보다는 미용 시술 권유 같았다고 했습니다.
이처럼 미용 목적으로 비만 치료제를 찾는 사례가 증가하면서 청소년, 임신부 등 상대적으로 취약한 이들에게까지 무분별하게 쓰일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위고비가 국내에 출시된 2024년 10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12세 미만 아동과 임신부 대상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 점검은 각각 118건과 315건 발생했습니다. 마운자로 역시 출시 후 지난해 말까지 아동과 임신부 대상 점검이 각각 46건과 21건 진행됐습니다.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는 처방 단계에서 환자의 나이나 임신 여부, 병용 금기 약물 등을 자동 점검해 의료진에게 경고를 띄우는 일종의 안전장치입니다. 점검이 발생했다고 해서 해당 약물이 실제 처방 또는 조제됐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그럼에도 비급여 약물의 처방 실태 파악이 어려운 만큼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 점검 여부가 특정 약물의 처방 동향을 짐작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지표인 셈입니다. 게다가 사후에라도 심평원이 처방의 적정성을 판단할 수 있는 구조도 아닙니다.
심평원 관계자는 마운자로, 위고비 등의 미용 목적 처방이나 취약군의 사용을 제도적으로 관리하는 데 현재로서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며, 현행 제도상 이들 약품의 최종 처방 여부와 용량 등은 의료진 재량에 맡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