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 한인 공포의 1년 보내… 영주권자, 보호 대상→추방 후보 됐다” [트럼프 1년]

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KAGC) 대표가 8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 본사 접견실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합법과 불법으로 나눠서 서류 미비자와 범죄기록 있는 사람을 구분한다고 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엄밀히 구분하지 않아요. 이민자들을 그냥 확 잡아넣으니까 지난 1년간 모두 공포 분위기 속에서 지냈습니다.”

미국 최대 한인 유권자 운동 단체인 ‘미주한인유권자연대(KAGC)’를 이끌고 있는 김동석 대표는 8일 한국일보 본사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재미 한인 중 가장 넓은 미국 정치권 인맥을 지녔다고 정평이 난 김 대표조차 트럼프 재집권 1년은 ‘공포’ 그 자체였다고 회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년 새 거침없는 반(反)이민 정책을 펼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김 대표는 “1기 때는 ‘국토 안보가 국가 안보’라는 어젠다는 있었지만, 핵심 참모들이 준비가 안 되기도 했고 (무리한 정책은) 저지를 했다”면서 “반면 재집권을 준비했을 때는 ‘미국은 안정되고 안전한 백인의 나라’라는 이념이 담긴 공약집(프로젝트 2025)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쓴소리’할 사람들은 백악관에서 사라지고, 배타적 정책을 추진할 로드맵을 미리 짜둔 덕에 대통령 권한을 마구잡이로 휘두를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미국 내 소수집단 중 하나인 재미 한인들의 부담은 클 수밖에 없다. 김 대표는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후 이민자들을 받아들이던 과거의 관용은 사라지고,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시각만 남았다”면서 “이제 미국은 시민(citizen)과 시민 아닌 사람으로 명확하게 갈렸다. 세금은 다 내는데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영주권자는 억울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KAGC) 대표가 8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 본사 접견실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임지훈 인턴기자

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KAGC) 대표가 8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 본사 접견실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임지훈 인턴기자

시민권자인 김 대표는 “과거에는 영주권자가 시민이 되기 위한 ‘훈련 기간’에 있는 사람으로 대우를 받았다면, 지금은 트럼프 행정부가 그어놓은 선 밖의 존재일 뿐”이라며 “미국 시민은 파렴치한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한 보호받지만, 영주권자는 툭 치면 추방당할 수 있는 위기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실제 미 공화당 일각에서는 이중국적 금지 법안까지 언급하며 영주권자들의 입지를 더욱 좁히고 있다.

김 대표는 한인 영주권자들이 미국 내 보호를 받기 위해서는 결국 시민권을 획득해 미국 정치에 적극 관여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미국은 건국 이후 세 번째 내전에 임박한 듯한 모습”이라며 “1860년대의 남북전쟁, 1960년대의 민권투쟁에 이어 이번 내전에서 가장 씩씩하게 싸워야 나가야 할 이민자그룹은 후발 이민자인 아시안계”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주 한인들이 자신들이 살아야 할 미국의 인종적 공정과 평등을 위해서 적극 나서야 할 때다. 흑인, 남미계도 아시안계의 행동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또 “시민권 취득 장벽이 점점 높아지고 비용이 비싸지는 지금, 하루라도 빨리 시민권을 취득해 ‘손님’이 아닌 ‘주인’의 자격을 갖춰야 한다”며 “미국 한인은 이제 여의도가 아니라 워싱턴에서 정치적 힘을 키워야 할 때”라고 촉구했다. 그는 “미국의 납세자로서 시민적 정체성을 갖추고, 보호를 요구해야 한다”며 “우리가 미국에 막대한 세금을 내는데, 왜 우리 커뮤니티를 범죄자 취급하냐, 보호해 주지 않느냐고 당당히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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