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포티’에 英BBC도 주목… “나이가 위계인 한국, ‘윗사람 조롱’인 셈”

아이폰 17 프로의 뒷면. 영국 BBC방송은 18일 "오랫동안 젊은 층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아이폰이 (한국에서) 갑작스럽게 '영포티'의 촌스러운 상징으로 바뀌었다"고 전했다. 애플 제공

한국에서 나이가 들었음에도 젊은 패션을 추구하는 40대를 조롱하는 의미로 쓰이는 ‘영포티(Young Forty)’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에 대해 영국 BBC방송도 주목했다. 나이가 ‘사회적 위계’로 작용하는 한국의 현실, 한편으로는 젊은 척하기 위해 애쓰는 중년들에 대한 청년층의 반감을 표현하고 있다는 게 매체의 분석이다.

BBC는 18일 ‘영포티: 한국의 Z세대1가 밀레니얼 세대2 스타일을 풍자하는 새로운 방식을 찾아냈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한국의 영포티 현상을 분석했다. 방송은 “스트리트 패션을 차려입고 아이폰을 들고 있는 중년 남성을 인공지능(AI)으로 생성한 이미지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며 “젊은이들은 이들을 ‘영포티’라고 부른다”고 설명했다.

“아이폰이 모든 것의 시작이었다”

BBC에 따르면 영포티 이미지가 급격히 퍼지기 시작한 건 지난해 9월 애플의 아이폰 17 출시 시점 무렵이다. 젊은이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아이폰이 갑자기 ‘젊은 취향을 고집하는 40대 소비자들’ 탓에 촌스러운 아이템의 상징으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실제 한국의 젊은 층은 여전히 삼성전자 갤럭시 등 다른 회사의 스마트폰보다 아이폰을 선호하고 있지만, 영포티 현상 때문에 이런 경향도 다소 누그러졌다고 방송은 전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퍼진 '영포티' 이미지. 젊어 보이기 위해 아이폰을 사용하고, 나이키 운동화를 신고, 스냅백을 쓰고, 크로스백을 멘 모습이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퍼진 ‘영포티’ 이미지. 젊어 보이기 위해 아이폰을 사용하고, 나이키 운동화를 신고, 스냅백을 쓰고, 크로스백을 멘 모습이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BBC는 특정 세대를 겨냥하거나 조롱하는 밈과 관련, ‘나이를 사회적 위계의 근간으로 삼는 한국 문화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짚었다. 오로지 ‘나이 많다’라는 이유만으로 연장자 대우를 받길 바라는 중년 세대에 대한 냉소적 시선에서 비롯됐다는 얘기다. 방송은 “영포티 밈은 강압적으로 연장자를 공경해야 하는 것에 대한 젊은 세대의 회의감이 커져가는 걸 보여 준다”며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꼰대’라는 단어가 융통성 없고 거만한 연장자를 지칭하는 유행어였다”고 덧붙였다.

“Z세대, 경제적 안정 누리는 영포티 조롱”

다만 ‘영포티 조롱’에는 경제적 부를 축적할 기회를 얻었던 40대를 향한 질시의 시선이 녹아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BBC는 “40대 초반을 비꼬는 농담은 일종의 ‘상류층 조롱’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그들은 경제적 안정과 부동산 호황기에 부를 축적한, 경력의 정점에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반면에 이들보다 늦게 태어난 ‘젊은’ 밀레니얼 세대나 Z세대의 경우 치솟는 집값, 치열한 취업 경쟁에 직면해 있다는 것이다.

영포티 나름의 ‘항변’도 소개됐다. 영포티들은 BBC 인터뷰에서 스스로를 ‘낀 세대’라고 했다. 더 권위적이고 수직적인 윗세대, 평등함을 추구하는 아랫세대 사이에 끼여 양쪽 눈치를 다 봐야 하는 세대라는 뜻이다. 또 국제통화기금(IMF) 외환 위기 시절 유년기를 보냈고, 그 때문에 힘든 취업난을 겪은 건 마찬가지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지승렬(41)씨는 “어릴 적에는 즐길 거리가 거의 없었고, 어른이 되어서야 비로소 즐거움을 누리기 시작했다”며 “그저 오랫동안 좋아했던 옷들을 이제 살 여유가 생겨 사 입는 것뿐인데, 왜 공격받아야 하는 건가”라고 반문했다. 강모(41)씨는 “나이가 들수록 젊음을 갈망하는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젊어 보이고 싶은 마음은 모든 세대가 공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1 Z세대
1990년대 중후반~2010년대 초반 태어난 세대
2 밀레니얼 세대
1980년대 초~1990년대 중반 태어난 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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