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하반기 논란이 된 서울 종로구청의 탑골공원 장기·바둑판 철거 조치는 탑골 일대에서 수차례 벌어진 ‘노인 밀어내기’ 역사의 반복이다. 과거 탑골공원 성역화 사업 당시에도 도시 미관을 개선한다며 노인들을 밀어냈는데, 25년이 지난 뒤에도 행정이 노인을 대하는 방식은 변화가 없다. 일탈 행위는 제지하되 노인들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2000년대 초 탑골공원 일대를 현지 조사한 이강원 인천대 일본지역문화학과 교수에 따르면, 노인들이 행정에 밀려 공간을 잃고 이동하는 건 처음이 아니다. 2001년 서울시는 ‘외국인 관광객 유치’ 등을 이유로 탑골 성역화 사업을 추진했다. 공원 내 녹지는 늘렸고, 벤치를 대폭 축소해 불편한 ‘돌의자’로 바꿨다. 탑골 노인들의 체류를 어렵게 하려는 조치였다. 장기·바둑은 금지됐고 탑골의 자부심이었던 ‘이야기터’도 쇠락했다. 이에 많은 노인들이 종묘광장공원으로 옮겨갔는데, 2007년 종묘에서도 성역화 사업이 추진되며 노인들은 또 한 번 밀려났다.

1990년대 탑골공원 행위지도. 이강원 인천대 일본지역문화학과 교수 제공
공원 주변 상인들도 ‘노인 공간 축소의 역사’를 생생히 기억한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시절부터 탑골 외곽에서 구두를 닦았다는 김영빈(73)씨는 “1990년대에도 서울시가 일부 노숙자들을 통제할 자신이 없으니 ‘노인들 문제’라고 퉁쳐서 공원을 폐쇄하는 바람에 애꿎은 노인들만 쫓겨 다니길 반복했다”고 전했다. 탑골에서 장기·바둑판을 제공해온 박손서(74)씨는 성역화 사업마다 노인들이 머물던 곳에 나무를 식재한 점을 언급하며 “노인은 나무만도 못 한 존재”라고 했다.
지난해 탑골공원 노인들을 겨냥한 조치 역시 2023년부터 종로구청이 추진 중인 ‘2차 성역화 및 환경개선사업’의 일환이다. ‘3·1 운동 성지’에 걸맞은 공원경관을 만들기 위한 첫 단계가 장기·바둑판 철거였던 셈이다. 논란이 커지자 종로구청은 뒤늦게 낙원상가 갤러리 한켠에 노인들을 위한 실내 장기·바둑 공간을 마련해 2월 2일부터 운영하기로 했다. 탑골 노인들의 기대는 적지 않지만, ‘빡빡한 통제’가 동반된다면 호응이 크지 않을 거라는 우려도 있다.

지난해 12월 30일 서울 종로구 종묘광장공원 장기·바둑장에서 조용근씨가 집게로 모은 쓰레기를 쓰레기봉투에 버리고 있다. 나광현 기자
탑골 노인들을 배제하지 않으려면 종묘광장공원의 자율 관리 사례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종묘공원 한켠에 모인 노인들은 수십 년째 장기·바둑 기물을 챙겨와 대여해온 김모(71)씨의 관리하에 하루 1,000원을 내고 시간을 보낸다. 돈 내기, 음주와 흡연, 싸움 등 문제적 행위는 김씨뿐 아니라 공원을 이용하는 노인들에 의해 엄격 통제된다. 조용근(72)씨 등 일부 이용자는 매일 장기·바둑장 근처의 쓰레기를 줍고 다닌다. 이륜구 종로구의원은 “탑골공원 장기판에도 지면 나가고, 훈수 두면 안 되는 등 ‘암묵적 룰’이 있었다”며 “새로 마련한 공간에서도 ‘존칭어 사용’ 등 최소한의 규칙만 정해주고 나머지는 어르신들이 스스로 운영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