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덴마크령 그린란드 병합 야욕이 미국과 유럽 간 무역 전쟁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면서 달러 자산 가치가 일제히 요동치고 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이어진 북대서양조약기구 나토 체제가 균열 조짐을 보이면서 우크라이나 종전 움직임은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분위기입니다. 서방 세계가 자중지란 상태에 빠지면서 외려 러시아가 전략적 이익을 얻게 됐다는 평가도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습니다. 그린란드를 둘러싼 분쟁이 어떻게 흐르느냐에 따라 글로벌 금융시장과 안보 구도가 완전히 재편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유럽은 최근 그린란드 병합 반대 국가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조치에 강대강 대치 의지를 불태우고 있습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7일 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리고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프랑스, 독일, 영국, 네덜란드, 핀란드 등 미국의 그린란드 병합 의사에 반대하는 유럽 8개국을 상대로 다음 달 1일부터 10%, 6월 1일부터 25%의 관세를 실제로 부과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관세 부과 시기는 그린란드의 완전하고 총체적인 매입에 관한 합의가 이뤄질 때까지로 제시했습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에 17일 성명에서 EU는 덴마크, 그린란드 주민들과의 전폭적인 연대를 표명한다고 우려했습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도 그린란드의 미래는 주민들과 덴마크 국민들의 문제이고 트럼프 대통령은 완전히 틀렸다고 반응했고,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자국 신문 인터뷰에서 미국의 그린란드 침공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시도를 정당화할 것이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으로 만들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협박에 굴하지 않겠다며 반발했습니다. 카야 칼라스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엑스에 중국과 러시아가 신나는 날을 보내고 있을 것이라고 냉소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에 가장 우호적인 유럽 정상으로 꼽히는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도 한국을 방문한 18일 새로운 제재 부과는 실수라고 믿는다고 당혹감을 표시했습니다.
EU는 18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27개국 대사가 참석한 가운데 긴급회의를 열고 지난해 대미 무역 협상 과정에서 마련했다가 보류한 930억 유로, 약 159조 원 규모의 보복 관세 발효안을 논의했습니다. EU는 나아가 무역 바주카포라고 불리는 통상위협대응조치까지 대응 방안으로 꺼냈습니다. 이는 EU나 회원국을 경제적으로 위협하는 제3국에 서비스, 외국인 직접투자, 금융 시장, 공공 조달, 지식재산권 등의 무역을 제한하는 조치입니다. 2023년 도입한 이후 한 번도 사용된 적이 없는 제도입니다.

18일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대로 관세를 부과할 경우 최대 피해국은 독일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독일은 지난해 1월에서 10월 대미 수출액이 1,278억 8,000만 달러, 약 188조 5,000억 원으로 유럽 내 최대로 평가됐습니다. 이어 프랑스, 영국, 네덜란드, 스웨덴, 덴마크, 핀란드, 노르웨이가 그 뒤를 이었습니다.
유럽 국가들의 미국 비판은 이번 주 시작한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도 이어졌습니다. 다보스 포럼의 의제 자체가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계획으로만 쏠린 탓이었습니다. 마크롱 대통령은 미국이 무역을 통해 우리의 수출 이익을 훼손하고 최대한의 양보를 요구하며 공개적으로 유럽을 약화시키고 종속시키려고 한다며 특히 미국이 용납할 수 없는 관세를 영토 주권에 대한 지렛대로 사용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독일의 메르츠 총리는 아예 다음 달 24일에서 27일 기업인들과 함께 중국을 방문할 계획을 잡았습니다. 지난해 5월 6일 취임한 뒤 첫 방중입니다. 또다른 나토 국가이자 트럼프 대통령에게 영토 위협을 받는 캐나다의 마크 카니 총리도 이달 14일에서 17일 중국을 찾아 시진핑 국가주석, 리창 국무원 총리, 자오러지 전인대 상무위원장 등 중국 권력 서열 1위에서 3위를 모두 만난 바 있습니다.

농담 같이 나왔던 6월에서 7월 북중미 월드컵 보이콧 의견에도 점점 힘이 실렸습니다. 유럽에 가장 피해가 적으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타격을 크게 입을 방안이라는 점에서입니다.
분쟁 당사자인 그린란드는 미국의 무력 사용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았습니다. 옌스 프레데리크 닐센 그린란드 총리는 20일 수도 누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이 그린란드를 차지하기 위해 군사력을 동원할 가능성은 작다고 본다면서도 그렇지만 우리는 어떤 상황에도 준비돼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정작 트럼프 대통령은 한 치의 물러섬도 없는 자세로 일관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 트루스소셜에 나토는 20년간 그린란드에서 러시아의 위협을 몰아내야 한다고 했지만 유감스럽게도 덴마크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며 이제 때가 됐고 완수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19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요나스 가르 스퇴르 노르웨이 총리에게 편지를 보내고 내가 8개 이상의 전쟁을 중단시켰는데도 귀국이 나에게 노벨평화상을 주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점에서 나는 더 이상 순수하게 평화만을 생각해야 한다는 의무를 느끼지 않는다고 적었습니다. 지난해 10월 10일 노벨평화상 수상 불발이 직간접적으로 그린란드 병합 시도에 영향을 줬다는 의미로 풀이되는 대목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아가 또다른 명분을 들며 추가 관세도 예고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 취재진과 만나 자신을 계속 비판하는 마크롱 대통령이 가자지구 평화위원회에 참여하지 않는 상황을 거론하며 프랑스산 와인과 샴페인에 2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습니다.
상황이 계속 악화하다 보니 월가에서는 미국과 유럽이 금융을 수단으로 극단적으로 맞붙는 시나리오까지 대비하는 분위기입니다. 블룸버그통신은 19일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에 대응해 유럽 국가들이 미국 자산을 매각할 수 있다는 추정까지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유럽은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외국인이 보유한 미국 국채 가운데 약 40%를 소유하고 있습니다. 금액으로는 3조 6,350억 달러, 약 5,373조 원에 달합니다.
20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실제 덴마크 연기금 아카데미펜션은 미국 국채 보유분 1억 달러, 약 1,480억 원어치를 전량 처분하기로 했습니다.
전통적 동맹 관계에 균열이 벌어지자 글로벌 금융시장은 충격에 휩싸였습니다. 20일 뉴욕 증시에서는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가 1.76%, 스탠더드앤드푸어스500지수가 2.06%, 나스닥종합지수가 2.39% 등 그린란드 갈등에 모조리 급락했습니다. 비트코인 가격도 장중 8만 8,000달러대까지 주저앉으며 1월 2일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글로벌 채권시장에서도 벤치마크 상품인 10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이 장중 4.28%까지 올라 지난해 9월 초 이후 4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채권 금리가 올랐다는 것은 가격은 그만큼 내려갔다는 뜻입니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98.64로 0.76%나 떨어졌습니다.
반면 달러화와 무관한 안전자산인 금과 은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습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날 국제 금 현물 가격은 장중 사상 처음으로 트로이온스당 4,700달러를 넘어섰습니다.
미국과 유럽 간 무역 전쟁이 현실화되면 금융시장뿐 아니라 실물 경기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경고도 잇따랐습니다. 블룸버그 통신은 19일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의 분석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실제로 부과하면 유로존 전체의 국내총생산이 약 0.1%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습니다.
19일 글로벌 컨설팅 업체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유럽 8개국과 미국이 서로 25%씩 관세를 부과할 경우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은 2.6%까지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이는 같은 날 국제통화기금이 내놓은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 3.3%보다 0.7%포인트 낮은 수준이었습니다.
미국과 유럽 간 갈등에 웃는 쪽은 러시아입니다. 19일 로이터통신은 러시아가 미국과 유럽 간 갈등 확대를 반기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우크라이나를 필두로 자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나토가 엉망진창이 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입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SNS에 글을 올리고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는 덴마크를 다시 작게, 유럽을 다시 가난하게와 같다며 멍청이들아, 이 아이디어가 이제야 이해가 가느냐고 노골적으로 조롱했습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0일 SNS에 러시아가 대규모 공격 준비를 마쳤고 현재 실행만 기다리고 있다며 불안을 호소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종전 의제는 그린란드 현안에 밀려 다보스 포럼에서도 사실상 실종된 상태입니다.
현 시점에서만 보면, 미국과 유럽 간 힘겨루기는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우세로 끝날 확률이 높아 보입니다. 냉전 시기를 거치면서 유럽이 경제, 안보적으로 미국에 기댄 부분이 지나치게 커진 까닭입니다. 새해를 맞아 트럼프 대통령이 유발한 지정학적 위기가 아군과 적군을 가리지 않고 이어지는 가운데 금융시장의 불확실성도 그 어느 때보다 커지게 됐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