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된 AI 데이터센터… 주민들 전기·물 요금 폭탄”

전기와 물 요금이 이미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대규모 데이터센터들로 인한 엄청난 전기와 물 수요는 이들 공공 요금을 추가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자리잡고 있다. [로이터]

실리콘밸리 빅테크 기업들이 인공지능(AI) 패권 경쟁의 승기를 잡기 위해 수백억달러를 쏟아부으며 데이터센터 건설 붐을 일으키고 있지만, 그 화려한 혁명의 이면에서 평범한 가정들은 유례없는 ‘전기료 폭탄’과 ‘수자원 고갈’이라는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 거대 기술 기업들이 앞다퉈 세운 초대형 데이터센터가 지역 사회의 공공 자원을 무서운 속도로 집어삼키면서, 그 막대한 인프라 비용 부담이 고스란히 지역 주민들에게 전가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AI 전쟁의 승자가 누구인지보다, 그 비용을 누가 치르고 있는지가 미국 사회의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20일 CNN에 따르면 데이터센터 인근 지역의 전기요금은 5년 전보다 최대 267% 급등했다. 에너지정보청(EIA)은 지난해 10월 기준 주택용 전기요금이 전년 대비 5.2% 상승했다고 밝혔는데, 데이터센터 밀집 지역의 체감 인상률은 훨씬 더 가파르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전력 인프라다. 노후화된 전력망이 폭증하는 전력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면서 추가 비용이 일반 가정에 전가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미국 북 동부 주지사 연합은 미국 최대 전력망 운영사인 PJM에 전기요금 급등을 완화할 대책을 요구했다. 연방 정부는 데이터센터 운영 기업들을 대상으로 긴급 전력 경매 도입을 촉구했지만, PJM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대표적인 사례는 버지니아주다. 데이터센터 전문 분석업체 데이터센터맵에 따르면 현재 버지니아에는 23개 지역에 561개의 데이터센터가 집중돼 있다. 이 지역은 ‘세계 최대 데이터센터 허브’로 불리지만, 주민들 사이에서는 “AI 혁명의 대가를 왜 가정이 치러야 하느냐”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빅테크의 투자 규모는 천문학적이다. 메타는 2025 회계연도 2분기까지 데이터센터와 인프라에 170억달러를 투입했고, 마이크로소프트는 같은 기간 242억 달러를 지출했다. 아마존 역시 인디애나 북부에만 150억달러 규모의 신규 데이터센터 캠퍼스를 건설 중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0A)는 지난해 기업들의 연간 데이터센터 건설 투자액이 400억달러에 달했을 것으로 추산했다.

컨설팅업체 맥킨지는 데이터센터가 향후 전력망 부담이 적은 외곽 지역으로 확산될 것이라며 덴버, LA, 펜실베이니아 등이 신규 후보지로 부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오하이오주처럼 데이터센터 유치를 위해 판매세 감면 등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주도 늘고 있다.

전력 문제보다 더 심각한 것은 수자원이다. 데이터센터는 서버 냉각을 위해 막대한 수자원을 소비한다. 맥킨지는 웨스트워터리서치 보고서를 인용해 데이터센터 관련 수요로 인해 오는 2030년까지 물 사용량이 현재보다 170%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데이터센터 전력을 공급하는 화력발전소 역시 냉각용 물을 대량으로 필요로 해 지역 수자원 압박은 이중으로 커진다. 특히 인구가 많고 수자원 시설 및 수요가 메가톤급으로 많은 가주의 경우 전기요금 인상에 매우 취약한 구조다.

일부 주 정부는 대응에 나섰다. 오리건주는 데이터센터가 전력망에 가하는 부담에 상응하는 비용을 지불하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고, 마이크로소프트는 데이터센터 인근 지역에서 더 높은 전기요금을 부담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전문가들은 AI 산업 성장 자체를 막을 수는 없지만, 비용 배분의 공정성이 핵심이라고 지적한다. 브래틀 그룹의 라이언 흘레딕 수석은 “모두가 승자가 되는 구조를 만들어야지, 일부 기업만 이익을 보고 지역 사회는 희생되는 방식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박홍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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