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투자사들, 美정부에 ‘보복관세’ 요청…”韓이 중국 기업 보호”

김민석 국무총리가 22일 취임 이후 처음으로 미국을 방문하기 위해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 도착하고 있다. 연합뉴스

쿠팡이 한국 국민 3379만 명의 개인정보를 유출해 논란을 빚은 가운데 이 회사의 미국 투자사들이 이를 국제 분쟁 절차에 붙이겠다며고 나선 데 이어 미국 정부의 직접 개입까지 요구했다.

쿠팡의 지분을 보유한 미국 투자사 그린옥스와 알티미터는 22일(현지 시간) 한국이 쿠팡을 차별적으로 대우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위반했다며 국제투자분쟁(ISDS) 중재 절차에 착수하겠다는 의향서를 우리 정부에 보냈다고 밝혔다. 이들은 쿠팡 사태에 대한 한국 정부 대응으로 주가 하락 등의 손실을 봤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의향서에서 “한국 정부가 자국과 중국의 대기업 경쟁사들을 보호하기 위해 쿠팡을 표적으로 삼았다”고 강조했다.

두 회사는 또 한국이 제한적인 규모의 개인정보 유출을 빌미로 범정부 차원에서 쿠팡을 공격하고 있다며 미국무역대표부(USTR)에 직접 조사를 요청했다. 이들은 USTR이 무역법 301조에 근거해 ‘한국의 부당하고 차별적인 행동’을 조사하고 적절한 무역구제 조치를 실시해야 한다고 청원했다.

무역법 301조는 외국 정부가 미국과의 무역 협정을 위반하거나, 부당하거나 불합리하고 차별적인 행동·정책·관행으로 미국의 무역을 제한할 경우 이에 대응할 권한을 행정부에 부여하는 조항이다. USTR은 청원 접수 45일 내로 조사 개시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한국 정부와의 협의 아래 조사한 결과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지 못하고, 미국의 권리가 침해당했다는 결론을 내릴 경우 관세 부과나 수입 제한 등의 조치로 한국에 보복할 수 있다. 쿠팡 투자자들은 USTR에 한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 미국 내에서 한국의 서비스 제공 제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등을 청원했다.

USTR이 301조 조사 범위를 쿠팡에서 온라인 플랫폼법 등 디지털 분야 규제 전반으로 넓힐 경우 분쟁은 더 심화할 수 있다. 미국 정치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는 지난해 한미 무역 협상 과정에서도 한국이 디지털 규제 관련 합의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무역법 301조 조사를 개시할 수 있다고 반복해서 경고했다.

그린옥스의 창립자인 닐 메타는 쿠팡Inc의 이사회 구성원이다. 미국 기업 쿠팡Inc는 쿠팡의 모회사로 한국 법인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쿠팡은 창업주인 김범석 미국 쿠팡Inc 이사회 의장은 쿠팡Inc의 의결권을 73.7% 소유하면서 사실상 회사를 지배하고 있다. 쿠팡은 창업주인 김 의장이 지난 2010년 8월 유통 스타트업으로 세운 기업이다. 쿠팡Inc는 한국 쿠팡의 실적을 발판으로 2021년 3월 11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했다.

앞서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계정 3379만 개 정보가 ‘노출’이 됐다고 발표하면서 여기에는 이름과 e메일, 전화번호, 주소, 주문 정보 등의 개인 정보가 포함됐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의 강도 높은 조사가 진행되는 사이 김 의장은 두문불출하고 해롤드 로저스 한국 쿠팡 임시대표는 출국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미국 정치권은 여야를 막론하고 쿠팡 사태에 대해 한국 정부를 비판하고 있다. 미국 연방하원 세출위원회는 5일 상무·법무·과학(CJS) 등 관련 부처에 대한 ‘2026 회계연도 예산안’ 보고서를 공개하고 한국의 온플법 입법 동향에 “미국 기술기업을 차별하고 중국 경쟁사에 이득을 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한국에서 검토하는 온플법이 미국 기술기업들을 겨냥하고 있다”며 “중국에 본사를 둔 경쟁사들에 이득을 줄 것이라는 점을 우려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이어 “USTR은 예산안 법안이 제정되면 60일 이내에 해당 법안(온플법)이 기술기업들과 미국의 외교정책 이익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과 이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들을 하원에 보고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또 USTR은 석연치 않은 이유로 지난해 12월 18일 예정했던 비공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공동위원회’ 회의를 갑자기 취소했다.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로버트 오브라이언 전 보좌관은 같은 달 23일 X(옛 트위터)에 “한국이 미국 기술기업들을 표적으로 삼아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무역 관계 재균형 노력을 저해한다”며 사실상 백악관 차원의 대응을 촉구했다. 미국 하원 법사위원회 소속 대럴 아이사 공화당 의원도 지난해 12월 16일 미국 하원 법사위원회 청문회에서 “미국 기업들에 대한 한국 국회의 괴롭힘이 심각한 외교·경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와 관련해서는 22일 미국 워싱턴Dc에 도착한 김민석 국무총리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김 총리는 이날 미국에 입국해 연방 하원의원들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총리 취임 후 첫 외국 출장이다. 1987년 민주화 이후 국무총리가 단독으로 미국을 찾은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김 총리는 이번 방미 기간 JD 밴스 미국 부통령과 만나는 일정도 조율하고 있다. 김 총리는 워싱턴DC에 이어 뉴욕을 방문한 뒤 한국 시간으로 26일 오전 귀국한다. 앞서 여한구 산업통장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도 지난 11~15일 방미 기간 그리어 대표를 만나 온플법 관련 우리 정부 측 입장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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