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가타카’는 유전자 편집이 보편화한 미래 지구에서 이 기술의 은혜를 사서 태어난 아이와 그렇지 못한 아이가 계급으로 나뉘는 현실을 배경으로 삼는다. 이 영화가 나온 1990년대는 유전자 편집 기술이 세상에 선보이던 때이다. 그다지 정교하지 못한 유전자 치료로 희비가 엇갈리기도 했다. 그 뒤로 30년이 지났지만 유전자 치료는 여전히 기술적, 윤리적 제약 때문에 ‘가타카’에서처럼 돈만 있으면 가능한 일이 되진 못했다. 그러나 괄목할 발전을 해온 것도 사실이다.
‘슈퍼컨버전스, 초융합 시대가 온다’는 적어도 기술적 차원에서는 ‘가타카’의 미래를 향하듯 인공지능(AI)과 유전공학, 생명공학이 서로 도우며 기세 좋게 발전해가는 모습을 정리했다. 관련 분야의 미래학자인 저자 제이미 메츨은 나아가 이런 기술 발전이 가져올 나쁜 결과를 최소화하기 위해 국제적 협의와 규제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저자는 금세기를 “AI와 생물학의 재설계 시대”로 정의했다. 인류는 40억 년에 걸친 생명 진화를 이해해 가며 그 통찰을 마이크로칩 설계와 신경망 컴퓨팅, 강화 학습, 유전 알고리즘에 접목하고 있다. 컴퓨터가 고성능이 될수록 AI의 두뇌는 더 뛰어나지고 생명공학 발전 속도는 빨라진다. 이런 선순환의 협력 구조, 저자가 말하는 초융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데미스 허사비스나 제프리 힌턴 같은 컴퓨터 전문가들의 2024년 노벨화학상, 물리학상 수상이다.
저자는 유전자 편집 기술과 생명공학이 지금 어떤 일을 해내고 있으며 앞으로 어떤 일이 가능할지 설명하는 데 책의 대부분을 할애했다. 유전자 편집을 통해 난치병을 치료하고 예방하는 것은 물론 생명체의 설계도 가능해진다. 이 기술로 농업 생산량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으며 대체육, 배양육 개발로 축산업을 근본부터 바꿀 수 있다. 식량 생산의 이런 변화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데도 기여한다.
이런 거대한 변화의 시작점에 서 있는 우리는 산업혁명을 목전에 둔 18세기 농부 같은 처지일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농부의 바람대로 증기와 석탄으로 만들어진 동력이 쟁기질 속도를 높여주고 만 것이 아니었던 것처럼 이 변화가 우리를 어디로 데려갈지 감히 상상하기 어렵다. 기술이 베푸는 혜택에는 유전자 혼란과 생태계 파괴, ‘가타카’에서 보는 불평등 등 최악의 문제가 따를 수 있다. 역사에서 교훈을 얻으며 개발의 핵심 원칙을 명확히 하고 이를 아우르는 국제 규정을 더 촘촘히 만들어야 한다고 저자가 강조하는 이유다.

슈퍼컨버전스, 초융합 시대가 온다·제이미 메츨 지음·최영은 옮김·비즈니스북스 발행·616쪽·2만4,000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