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집 살아야 좋다?… 작은 아파트도 얼마든지 행복

평균 주택 면적이 두 배 가까이 늘어났지만 거주자들의 행복도는 크게 높아지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로이터]

집 커져도 삶 만족도 영향 미미

가족과 시간 ‘무형가치’도 중요

집보다 동네 환경과 공간 활용

‘아메리칸 드림’하면 흔히 넓은 교외 주택에서 가족과 함께 사는 것을 상상한다. 하지만 평균 주택 면적이 두 배 가까이 늘어났음에도, 사람들의 행복도는 크게 높아지지 않았다. 최근 신규 주택의 1인당 평균 면적은 약 940평방피트로, 1973년의 550평방피트보다 거의 두배 커졌다. 이는 단독 주택의 평균 면적이 2,400평방피트로 커진 반면, 거주 가구원 수가 2.5명으로, 사상 최저 수준으로 감소한 데 따른 결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의 크기와 삶의 만족도 사이의 상관관계는 미미하며, ‘아메리칸 드림’을 잘못 생각하고 있을 수도 있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지적했다.

■ ‘작은 아파트’ 인생 최고 시절

뉴욕시에 사는 제이 씨와 남편은 약 560평방피트 크기의 작은 아파트에서 두 자녀를 키웠다.

대부분 실내 생활은 작은 침실로 둘러싸인 거실에서 이뤄졌고, 외로울 틈은 거의 없었다. “우리는 단지 그 작은 공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살았을 뿐”이라는 제이 씨는 작은 아파트에서의 생활이 인생 최고의 시절로 남을 것으로 생각한다.

마리아노 로하스 경제학자는 “행복한 삶의 정의에서 주택 면적은 여러 변수 중 하나에 불과하며, 가장 중요한 요소는 아니다”라고 워싱턴포스트와 인터뷰에서 지적했다.

그는 또 “중요한 것은 집의 크기가 아니라 그 안에서 맺는 관계다”라며 “만약 더 큰 집으로 이사하면서 관계가 틀어지면 삶의 질이 망가진다”라고 지적했다.

■ 집인가? 삶의 질인가?

새 집에 들어간 직후 잠시 만족감이 치솟는 경우가 있지만, 얼마 안가 이사 이전 수준의 만족도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일부 경우에는 만족도가 더 낮아지기도 한다. 이는 ‘집에 만족한가?’와 ‘삶에 만족한가?’란 질문에 대한 답이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경제학자들에 따르면 주거 환경과 관련, 사람들은 행복을 좌우하는 우선순위를 정하는데 실수를 많이 한다.

모기지, 통근, 주택 유지비와 같은 주거 비용은 물론 자녀 및 친구와의 시간, 이웃과 교류, 도보 이동 가능성 등 실제로 행복을 결정짓는 무형의 가치는 낮게 평가하기 때문이다.

큰 집 자체가 불행하게 만드는 것은 아니다. 큰 집에 살기 위해 포기해야 하는 것들이 있기 때문에 만족도가 떨어질 수 있다.

■ 큰 집 장점 갈수록 줄어

사회학자들은 주거 환경과 행복과의 관계를 ‘역 U자 가설’(Inverted U)로 설명한다. 이 가설은 가구원 수와 행복의 관계는 직선이 아니라 포물선 형태로 변한다는 것이다. 사회학자들에 따르면 U자 그래프의 한쪽 끝은 혼자 살거나 단 한 명과만 사는 경우로 고립감이나 외로움을 느끼기 쉽다.

반대로 다른 한쪽 끝은 과밀한 거주 환경으로 스트레스, 불안, 우울감이 증가할 수 있다. 사회학자들은 행복감은 이 두 극단 사이에서 적절히 균형을 이룰 때 최고치로 오른다고 설명한다.

멕시코와 유럽의 수만 가구를 분석한 데이터에 따르면, 혼자 사는 사람들은 재정적 삶에 대한 만족도가 가장 높게 나타났지만, 전체적인 행복도 측면에서는 가구원 수가 4~6명인 가정이 가장 행복하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는 집 크기와 관계없이 나타나는 현상이다.

다른 연구에서는 안전과 편안함을 위한 최소 공간 기준을 넘어서면, 더 큰 집이 주는 이점은 점점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큰 집으로 이사했을 때 잠시 느끼는 주거 만족도 상승은 삶 전체의 만족도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오히려 만족도를 떨어뜨리기도 한다는 것이다.

■ 안 쓰는 공간에도 세금

과거에는 거주 공간이 늘면 자유가 늘고, 자유가 늘면 행복도 높아진다라고 여겨졌다.

그러나 큰 집이 주는 만족보다 많은 세금을 내야 한다는 사실이 행복감을 상쇄할 수 있다. 홈 시어터, 포멀 다이닝 룸, 게임룸 같은 편의 시설은 평소 잘 사용하지 않는 공간이 된다. 사용되지 않는 이들 공간에도 재산세가 엄연히 부과된다고 생각하면 행복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큰 집에 살기 위해 먼 교외로 이사하거나 과도한 모기지 대출을 감수할 경우 발생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더 많은 부채, 긴 통근 시간, 유지비 부담, 사회적 교류와 운동 시간 감소 등 여러 불이익이 따른다.

■ 동네 환경

콜롬비아 이세시 대학 웰빙연구센터의 행복도에 조사에 따르면, 빈부가 행복에 큰 차이를 주지 않는다는 사실이 발견됐다.

빈부와 상관없이 주민들의 행복도는 거의 비슷했지만, 통근, 의료, 공원 접근성과 같은 동네 조건을 따로 분석할 때 상황이 달라졌다. 연구팀은 “동네 환경이 행복에 영향을 준다”라며 “사람들이 거주하는 공간 자체와는 큰 연관이 없다”라고 설명했다.

다른 조사에서는 적정 주택 구매 비용과 유지비, 가족과 친구와의 근접성, 공동체 의식이 거주 행복도를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혔다. 집의 설계나 면적 또는 구조는 여덟 번째 순위에 불과했다.

■ 공간 활용도

공간이 얼마나 넓은 지보다, 어떻게 활용하는지가 더 중요하다. 사용하지 않는 방이 많으면서도 가족이 함께 식사하고 교류할 수 있는 공용 공간이 부족하다면, 행복도는 낮아질 수 있다. UCLA 연구팀의 과거 조사에 따르면, 주택의 최대 60%가 거의 사용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구원 위치 추적 데이터를 살펴보면, 가족들은 큰 집에 살더라도 주로 몇 개의 작은 주요 공간에 모이는데, 식사 공간, 주방, 패밀리 룸 등에 자주 모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조사에 의하면 실내 중앙에 공용 공간이 잘 갖춰진 1,200평방피트짜리 집이, 분산된 구조의 3,000평방피트 집보다 가족을 더 행복하게 해줄 수 있다는 것이다.

<미주 한국일보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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