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사·복통 때문에 화장실 들락날락… 꾀병 같은 ‘이 질환’…염증성 장 질환 10년새 2배 증가

고지방 고열량 식사 등 서구식 식습관 증가로 '선진국형 질환'인 염증성 장 질환에 노출되는 젊은이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설사로 화장실에 자주 들락거리고 복통, 식욕 감퇴, 미열 등이 반복적으로 나타납니다. 시도 때도 없이 이런 증상이 나타나 삶의 질은 크게 떨어지는데요. 발병 원인도 아직 밝혀지지 않아 완치가 어려워 당뇨병이나 고혈압처럼 꾸준히 관리해야 합니다.

선진국형 질환인 염증성 장 질환을 김태일 대한장연구학회 회장은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염증성 장 질환은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 등을 말하는데요. 고지방, 고열량 식사 등 서구식 식습관으로 최근 크게 늘어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최근 10년 새 환자가 2배가량 늘어나 7만 명이나 됩니다. 20대에서 30대 환자가 전체의 50%일 정도로 젊은이에게서 많이 나타납니다.

대표적인 만성 염증성 장 질환인 크론병은 입에서 항문에 이르기까지 모든 소화관에 만성 염증과 궤양을 일으킵니다. 주로 소장과 대장에서 발병하는데요. 만성 복통이 대표적인 증상입니다. 배꼽 주위나 오른쪽 하복부 통증이 흔히 나타납니다. 소장이 쪼그라들면 식후 쥐어짜는 듯한 통증이 발생하고 구역, 구토가 동반되거나 설사를 자주 하게 됩니다.

증상은 환자마다 다양합니다. 서서히 나타나기도 하지만 빠르게 진행되기도 하며 응급수술이 필요할 정도로 심각하거나 어떨 때에는 증상이 거의 없습니다.

크론병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017년 2만231명에서 2021년 2만8,720명으로 41%나 증가했습니다. 15세에서 35세 환자가 가장 많아 2021년 환자 2만8,720명 중 30대 이하 환자는 1만9,765명으로 크론병 환자 3명 중 2명은 젊은 환자입니다.

10대 때 크론병이 발병하면 40세 이상 환자보다 증상이 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게다가 복통과 설사에 자주 시달리고 장 염증으로 영양분 흡수가 제대로 되지 않아 체중 감소나 성장 부진 등이 생길 수 있습니다.

차재명 강동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1인 세대가 늘면서 육식과 즉석식품 섭취 증가가 발병률을 높이는 것으로 분석되며 질병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조기 진단된 것도 질환 증가의 원인으로 꼽힌다고 했습니다.

진단에는 혈액검사부터 대변 내 세균 배양 검사, 대장과 위 내시경검사, 캡슐 내시경검사, 영상 검사, 조직 검사 결과를 종합해 내립니다.

차재명 교수는 크론병은 완치하기 어렵지만 위장관 염증을 조절해 증상이 모두 없어진 관해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크론병 증상이 심하지 않으면 항염증제를 먼저 씁니다. 급성 악화기에는 스테로이드제를 사용합니다. 면역조절제는 스테로이드 사용량을 줄일 수 있고 스테로이드를 중단했을 때 유지 약물로 사용합니다. 최근에는 생물학적 제제를 많이 사용하게 되면서 치료 성적이 매우 향상됐습니다.

김태일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크론병을 유전병으로 잘못 알고 있는 사람이 있는데 유전적 소인이 있을 뿐 유전병은 아니라며 면역 불균형 등 다양한 염증 관련 외부 환경 등이 복합적으로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했습니다.

위장관 전체에 만성 염증을 일으키는 크론병과 달리 궤양성 대장염은 대장에만 만성 염증을 유발합니다. 복통과 설사, 혈변, 점액변, 대변 절박증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데요. 대변 절박증은 참을 수가 없어 급하게 배변하는 것을 말합니다. 중증이라면 입원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온몸에 열이 나고 혈변, 구토, 전신 쇠약감 등이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궤양성 대장염은 사망률이 그리 높은 질환이 아닙니다. 다만 환자 중 10명 중 1명에서 2명은 대장절제술을 받아야 할 수 있습니다. 특히 40세 미만에 진단됐거나 염증이 넓고 심하거나 가족력이 있거나 재발이 잦으면 대장을 절제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궤양성 대장염 환자 중 3%에서 천공, 독성 거대 결장 등 심한 급성 국소 합병증이 나타납니다. 20%에게서 중증 궤양성 대장염이 나타나는데 이 경우엔 사망률이 1%로 증가합니다.

궤양성 대장염은 오래 앓을수록 대장암에 걸릴 위험이 증가하므로 증상이 없어도 치료받아야 합니다. 30년간 이 질환이 있으면 대장암 발병률이 9.5%로 증가합니다.

그러면 설사가 잦을 때 궤양성 대장염이나 크론병 같은 염증성 장 질환을 의심해야 할까요. 전유경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설사는 급성 장염이나 과민성대장증후군일 때도 흔히 나타난다며 급성 장염은 단기간 증상이 생긴 뒤 호전되고 과민성대장증후군은 변비와 설사가 번갈아 생긴다고 했습니다. 전 교수는 설사를 오래 하고 점액변, 혈변, 발열, 체중 감소, 만성피로 등이 나타나면 병원 검사를 받는 게 좋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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