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모기지 부담… 주택구매 취소율 사상 최고

지난해 12월 주택 구매계약 취소율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캘리포니아의 한 주택 단지 전경. [로이터]

지난해 12월에만 4만건 취소
전체 계약건수의 16.3% 차지

매물 증가에 구매자 선택지↑
유지·보수 문제도 증가 요인

 

지난해 12월 한달 동안에만 4만건이 넘는 주택 구매계약이 취소되며 사상 최고 취소율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상 최고 수준의 집값에다 고금리 상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주택 매물이 늘어나면서 깐깐해진 예비 주택구매자들이 숨 고르기에 들어간 것이다.

29일 부동산 중개업체 레드핀이 발표한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한 달 동안 미국 전역에서 4만건이 넘는 주택 구매 계약이 취소됐다. 이는 해당 월에 체결된 전체 주택 계약 건수의 무려 16.3%에 달하는 수치로, 열 집 중 한 집 이상의 거래가 최종 단계에서 무산되었음을 의미한다.

이 수치가 지니는 무게감은 결코 가볍지 않다. 레드핀이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7년 이후 전 세계가 유령도시처럼 멈춰 섰던 2020년 3월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봉쇄 시기조차 이번 기록 앞에서는 빛을 잃었다. 전 지구적 공포가 엄습했던 당시의 계약 취소율을 근소하게 앞질렀다는 사실은, 현재 미국 부동산 시장이 겪고 있는 내홍이 단순한 경기 침체 그 이상의 구조적 결함에 직면해 있음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이러한 ‘계약 철회 대란’의 이면에는 구매자들의 극도로 예민해진 심리와 시장 구조의 급격한 재편이 자리 잡고 있다.

레드핀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첸 자오는 “높은 주택 가격과 늘어난 매물로 인해 주택 구매자들이 훨씬 더 까다로워졌다”며 “판매자가 구매자보다 사상 최대 폭으로 많은 상황에서, 시장에 남아 있는 구매자들은 선택지가 많아졌고 더 나은 혹은 더 저렴한 집을 찾을 수 있다고 판단하면 계약을 철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2025년의 주택 재판매 거래량은 1995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던 2024년의 성적표보다도 더욱 처참한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 높은 모기지 금리의 압박과 천정부지로 치솟은 집값, 그리고 고점에서 가격을 내리지 못한 채 과거의 영광에 매몰된 매도자들의 고집이 복합적으로 얽혀 시장의 혈맥을 막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지난해 내내 이어졌다. 리얼터닷컴 자료에 따르면 2025년 한 해 동안 매도자들이 매물을 시장에서 회수하는 속도는 전년 대비 50%나 빨라졌다. 팔리지 않는 집을 붙들고 있는 매도자와, 더 떨어질 가격을 기다리는 구매자 사이의 간극은 도무지 좁혀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리얼터닷컴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구매자와 판매자 간 인식 차이가 너무 크다”며 시장의 단절을 우려했다. 오리건주 포틀랜드의 윈더미어 리얼티 트러스트 소속 중개인 조앤 로저스는 “매도자는 여전히 판매자 우위 시장이라고 믿고, 구매자는 구매자 우위 시장이어야 한다고 믿는 교착 상태의 시장”이라며 “결과적으로 누구의 시장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흥미로운 점은 계약 파기의 ‘기술적 수단’이다. 레드핀 보고서는 구매자들이 계약서에 포함된 ‘주택 점검 조건’을 사실상 합법적인 탈출구로 활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점검 과정에서 구조적 문제가 발견됐다는 이유로 계약을 취소하지만, 실제로는 모기지 상환액이 너무 비싸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고 철회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하며 심리적 위축이 실질적 파기로 이어지는 과정을 분석했다. 캘리포니아 새크라멘토에서 활동하는 레드핀 프리미어 에이전트 앨리슨 윌리엄스는 구매자들이 더 이상 서두르지 않는다고 전했다. 그는 “구매자들은 선택지가 많고, 원하는 집을 찾기 위해 협상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판매자가 유지·보수 문제를 해결하지 않았거나 가격이 과도하면 구매자는 언제든 계약을 철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홍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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