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사는 교포들은 이런 걸 다 느끼는 것 같아요. 한국에서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다는걸요. 미국에서 활동하는 배우라 저를 당연히 잘 모르시겠지만 ‘케이팝 데몬 헌터스’로 관심을 받으니 너무 뿌듯합니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서 주인공 루미의 목소리 연기를 맡은 아든 조(한국명 조세진·40)는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구 아셈타워에서 만나 이렇게 말했다. 광고 촬영 등을 위해 한국을 찾은 그는 “6, 7년 전부터 휴가 때면 한국에 자주 오고 있는데 한국이 너무 좋다”면서 “미국에서 나고 자랐기 때문에 한국 문화에 대해 궁금한 것이 많고 올 때마다 늘 새로운 것을 보고 배울 수 있어서 환기되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한국음식을 너무 좋아한다”면서 김밥, 떡볶이, 냉면, 김치찌개, 오징어볶음 등을 끊임없이 나열하고 “족발, 보쌈, 짜장면은 미국에서 비슷한 맛도 찾아볼 수 없다”고 말할 땐 영화 속 루미를 연상케 하기도 했다.
아든 조는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하던 중 2004년 미스코리아에 시카고 진으로 선발된 뒤 배우로 정식 데뷔했다. 한국영화 ‘내 머리 속의 지우개’ 같은 한국 작품들이 자극이 됐다. “한국영화와 드라마를 보며 ‘이렇게 멋진 게 있는데 미국에선 왜 모르지’ 하고 생각했다”는 그는 “미국인이 한국인을 보는 시각을 바꿔 보겠다는 도전”으로 배우를 시작했다. 서양인의 편견에 기반한 전형적인 캐릭터가 아닌, 한국계 미국인의 정체성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었다는 것이다.

넷플릭스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서 루미 역 목소리를 연기한 배우 아든 조. 웨이브나인 제공
광고 모델로 시작해 연기로 보폭을 넓히고 S.E.S.의 노래를 따라 부르던 어릴 적 꿈을 좇아 앨범을 내기도 했지만 어느 것도 쉽지 않았다. 영화와 TV를 오가며 여러 작품에 출연한 뒤 내린 결론은 “내 시간은 지나갔다”는 것. 후배 아시아계 여배우들에게 자신이 얻지 못했던 기회를 주고 싶다는 마음에 연기를 그만두고 제작에 뛰어들기도 했다. 그러던 중 만난 작품이 ‘케이팝 데몬 헌터스’다.
“넷플릭스 시리즈 ‘파트너 트랙’(2022)에서 ‘원톱’ 주연을 맡기까지 정말 어려운 길이었는데 시즌1로 끝이 나면서 ‘실패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미국에서 아시아계 배우가 활동하기엔 너무 어렵다는 걸 느껴 은퇴를 생각했죠. 제작 등 다른 일을 찾아 1년 반 정도 지났을 때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만나면서 내가 연기를 시작한 이유를 다시 기억하게 됐습니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 속 가상 걸그룹 헌트릭스. 가운데 멤버가 루미. 넷플릭스 제공
K팝 가수 데뷔 좌절을 겪은 이재가 루미의 가창을 맡아 ‘골든’으로 다시 훨훨 날아오른 것처럼 아든 조에게도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전환점이 됐다. 그는 작품이 공개된 뒤에야 이재를 실제로 만날 수 있었다면서 “서로 다른 길을 걸어왔지만 상처받고 어려움을 겪었던 점 등 비슷한 점이 많다는 걸 알게 됐다”고 회고했다.
루미 역 연기는 오래도록 인종차별로 받은 상처를 아물게 하기도 했다. 아든 조는 “동양인으로서 20년 넘게 차별과 무시, 폭행, 따돌림을 당하며 언젠가 배우로서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꿈이 있었는데, 루미를 연기하며 치유받는 느낌이었다”고 회상했다.
‘주인공을 맡고 싶으면 네 나라로 가라’는 모욕적인 말을 들을 정도로 아시아계 배우가 무시당하는 환경에서 연기 활동을 이어왔던 아든 조는 최근 들어 업계 내 변화를 실감한다고 했다. “한국계 작가와 감독을 이제 약간 존중해주는 분위기가 생겼어요. ’오징어 게임’처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한국 작품들이나 K팝이 뿌려 놓은 씨앗 덕분에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처럼 한국과 미국이 함께 좋은 작품을 만들어서 한국의 매력을 전 세계에 계속 보여줬으면 좋겠어요.”

넷플릭스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서 루미 역 목소리를 연기한 배우 아든 조. 웨이브나인 제공
‘케이팝 데몬 헌터스’ 이후 아든 조는 두 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자신이 제작에 참여한 영화이자 전소미 등이 출연한 K팝 소재 스릴러 ‘퍼펙트 걸’과 로맨틱 코미디 ‘치프 AF’다. 그는 “매기 강 감독이 저를 믿어 주면서 생각하지도 못한 새로운 길이 생겼다”면서 “인생은 참 신기한 것 같다”며 웃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로 주목받은 뒤로 국내 유명 연예인들과도 친분을 쌓고 있는 그는 최근 200억 원대 탈세 의혹을 받는 가수 겸 배우 차은우가 소셜미디어에 올린 사과문에 “늘 동생을 응원해. 파이팅(Always supporting you dongseng, Hwaiting!)이라는 댓글을 올렸다가 비판을 받기도 했다. 아든 조는 “개인적인 친분에서 나온 위로의 표현이었을 뿐 해당 사안에 어떤 판단을 내리거나 옹호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