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슬픔도 버거운데… 노년 부부 간 돌봄 증가

노년 부부간 간병을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재정, 정서, 신체적으로 큰 부담을 피할 수 없기 때문에 적절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로이터]

배우자 간병 노년층 증가

‘재정·정서·신체’ 삼중고

전문 간병인보다 큰 부담
자신의 노후는 보장 안돼

 

로리 곤살레스(75) 씨는 간호 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 그러나 현재 그녀는 남편의 전업 간병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자택에서 남편의 목욕과 옷 입기, 거동을 돕고 식사까지 챙긴다. 그년 지난 3년 동안 남편을 집에 혼자 두고 외출한 적이 없다. 곤살레스 씨는 남편의 치매가 앞으로 악화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자신의 척추관 협착증으로 극심한 허리 통증도 나아지지 않을 것이란 사실도 잘 알고 있다. “앞일을 예측하기 힘들지만 신체적, 정신적 건강이 허락하는 한 남편의 간병인으로 여생을 보낼 것”이라며 담담하게 말했다. 곤살레스 씨처럼 고령에도 불구하고 배우자를 간병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데 정서적, 재정적으로 큰 부담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 ‘신체·재정·정서’ 삼중고

고령 부모를 돌보는 성인 자녀들에게 간병이란 재정적, 정서적으로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돌봄을 받아야 할 고령에 자신의 배우자 간병을 맡는 경우에는 또 다른 어려움이 따른다.

‘전국 전국간병연합’(National Alliance for Caregiving)과 ‘미국은퇴자협회’(AARP)가 2025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노년 배우자 간병인들은 사랑하는 사람이 점차 쇠퇴해 가는 과정을 지켜보며 ‘사별 전 슬픔’을 경험한 뒤, 배우자 사별 이후에는 재정적, 정서적으로 후폭풍을 혼자 감당하는 상황에 놓이기 쉽다.

노인 돌봄 전문가들은 고령 간병인들이 자신의 노후 돌봄에 필요할 저축을 소진할 가능성이 크고, 간병 노동으로 인한 육체적 부상 위험도 높다고 지적한다. 평균 수명이 늘면서 고령 간병인 사례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2050년까지 65세 이상 인구는 미국 전체의 약 4분의 1을 차지할 것으로 현재 예상된다.

가족 규모 축소 역시 배우자 간병인 증가 요인이다. 전국간병연합과 AARP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가족 간병인 가운데 배우자(파트너)의 비율은 약 15%로, 10년 전의 10%에서 크게 늘었다. 간병을 맡을 자녀가 없는 노인도 많아 배우자 간병을 아예 의무로 받아들이는 경우도 많다.

■ 전문 간병인보다 높은 부담

USC는 전문 돌봄 인력이 부족한 현실에서 배우자와 형제자매, 자녀 등 가족이 노인 장기요양의 핵심 역할을 담당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노인돌봄전문가들에 따르면 이 같은 의무감은 고령 배우자에게 고립감과 과도한 부담을 안기기 쉽다.

배우자 간병인은 함께 거주하기 때문에 수면 방해에 노출되기 쉽다. 또, 목욕, 옷 입히기, 배변 보조 등 사적인 돌봄을 맡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하루 종일 쉬지 못할 때가 많아, 전문 간병인이 엄두도 내지 못할 정도의 부담은 안아야 한다.

■ ‘운’ 좋아야 정부 혜택

미셸 리델 씨는 2014년 남편이 파킨슨병 진단을 받았을 당시 61세였다. 리델 씨는 당시 두 사람에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알고 조기 은퇴를 선택했다. 진단 초기에는 남편이 비교적 자립적인 생활이 가능했다.

그러던 중 2020년, 남편은 파킨슨병 환자에게 흔히 동반되는 치매 진단을 받았다. 이후 남편은 점차 거동이 어려워졌고 인지 기능 저하를 겪기 시작했다. 어느 날에는 운전 중 페달을 헷갈려 집으로 차량을 들이받는 사고도 일으켰다.

남편은 하루 15종의 약을 복용했고 물리치료, 작업치료, 언어치료를 주당 한 차례 이상 받아야 했다. 체중이 갈수록 주는 것은 물론 샤워 중 균형을 잡아 주고 질식 사고를 막기 위해 음식을 잘게 잘라 주어야 할 정도로 쇠약해졌다. 지난해 12월 병세가 급격히 악화되자 리델 씨는 결국 남편을 요양 시설에 입소시켜야 했다. 리델 씨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운이 좋은 편이라고 위로한다.

주당 약 12시간 남편을 돌봐 줄 재택 간병인을 고용할 수 있을 만큼의 저축이 있고, 해병 출신인 남편은 ‘재향군인부’(VA)로부터 받는 장애 급여가 이들 부부에게 큰 도움이다.

■ 치매 배우자 경우 ‘사별 전 슬픔’

존스홉킨스대 노년 형평성 센터에 따르면 고령 간병인들은 배우자에게 치매가 동반된 경우, 사랑하는 사람의 쇠퇴와 관계의 변화를 지켜보며 일종의 ‘사별 전 슬픔’을 피할 수 없다. 이들 중 일부는 온라인 지원 모임에서 위안을 찾기도 한다. 모임에서 고령의 배우자를 돌보는 데 필요한 현실적인 절차와, 그 과정에서 뒤따르는 복잡하고 고통스러운 감정에 대처하는 법에 대한 조언을 나눈다.

플로리다에 거주하는 카탈린 바름케셀(78) 씨는 과거 늠름한 가장이었 남편 모습이 점점 사라지는 것에 대해 매일 안타까움을 느끼고 있다. 6피트 2인치의 키로 육군 참전용사이자 전 미식축구 코치였던 남편은 올해 91세로, 치매를 앓은 뒤 점점 쇠약해지고 있다.

바름케셀 씨는 “어느 날은 잠에서 깨어난 남편이 치매 이전 정상적인 모습으로 돌아오면 안도의 한 숨을 쉰다”라며 “그러다가 갑자기 그 모습이 사라지고 ‘여기가 우리 집이야? 화장실은 어디야?’ 같은 말을 하면 다시 절망이 찾아온다”라고 안타까워했다.

버지니아에 사는 주디스 네이글 씨는 남편의 간병인이 되며 겪게 되는 복잡한 감정을 주변 사람들에게 설명해 왔다. 그녀는 남편이 2023년 사망하기 전 파킨슨병성 치매를 앓았다고 믿는다.

네이글 씨는 한 지인에게 “분노를 느끼게 될 준비를 하라. 분노를 느끼는 자신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게 될 준비도 하라. 그리고 슬픔을 느끼게 될 준비를 하라.”고 말해왔다. 그녀는 또 “남편을 생각하면 슬프다”라며 “동시에 자기 자신을 위해 슬퍼하고 있다는 사실에 죄책감을 느끼게 된다”라고 배우자 간병인으로서 말로 표현하기 힘든 복잡하고 어려운 감정들을 나눴다.

■ 자신의 노후 보장 안돼

수년에 걸친 간병은 가계 재정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기 쉽다. 비영리 보건정책연구기관 KFF에 따르면 저소득층을 위한 공공 의료보험 제도인 메디케이드가 요양원 거주자 10명 중 6명의 주요 비용 지급원으로 사용되고 있다.

일부 수혜자는 메디케이드 지원을 받기 위해 기존 저축과 투자 자산 규모를 의도적으로 축소하는 경우도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2018년 요양원에 입소한 환자 중 메디케이드 적용을 받지 않았던 사람의 약 16%가 입소 이후 자산을 소진해 메디케이드 수급 자격을 얻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메디케이드 수급 자격을 초과하는 저축이 있어도 문제다. 메이케이드 혜택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모든 자산을 배우자 요양을 위해 써야 하는데 그러면 정작 자신의 노후를 위해 남겨질 돈이 충분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는 장기요양보험에 가입하지만, 이 역시 지급 한도에 제한이 있어 현실적인 해법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미주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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