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할머니가 손주를 돌보면 인지 기능 저하를 늦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할머니의 경우 기억력과 언어 능력 감퇴를 막는 효과가 뚜렷했다.
네덜란드 틸뷔르흐대 플라비아 체레체슈 연구원 팀은 3일(현지시간) 미국심리학회(APA) 학술지 ‘심리학과 노화’에 영국 노화 종단 연구(ELSA) 참여자 1만여명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손주를 돌본 조부모 2887명(평균 67세)과 돌보지 않은 7395명을 2016~2022년 3차례 추적 조사했다.
조사 대상자들은 설문과 인지기능 검사를 받았다. 설문에서는 1년간 손주 돌봄 여부와 횟수, 종류 등을 물었다. 돌봄 활동에는 함께 놀기, 숙제 돕기, 등하교 시키기, 식사 준비하기 등이 포함됐다. 인지기능 검사는 1분간 동물 이름 말하기, 10개 단어 즉각·지연 회상 테스트 등으로 언어 유창성과 기억력을 측정했다.
분석 결과 손주를 돌본 조부모가 그렇지 않은 조부모보다 기억력과 언어 유창성 검사에서 모두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 결과는 나이와 건강 상태, 교육 수준, 결혼 상태, 자녀·손주 수 등 다른 변수를 보정한 뒤에도 유지됐다. 돌봄 횟수나 종류와도 무관했다.
특히 할머니들은 손주를 돌본 경우 인지 기능 저하 폭이 작았다. 반면 할아버지는 돌봄 여부에 따른 인지기능 저하 속도에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체레체슈 연구원은 “조부모가 손주를 얼마나 자주 돌봤는지, 구체적으로 무엇을 했는지보다 손주를 돌본다는 사실 자체가 인지 기능에 더 중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이전 연구에서도 손주와 여가 활동을 함께 하거나 식사를 준비하는 등 돌봄 활동 빈도가 높을수록 조부모의 인지 기능이 더 좋고 감퇴가 느리다는 결과가 보고된 바 있다. 그러나 손주 돌봄이 조부모의 인지 기능에 미치는 영향과 성별 차이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었다.
체레체슈 연구원은 “이 결과를 재현하려면 추가 연구가 필요하지만, 손주 돌보기가 조부모의 인지 기능에 도움이 된다면 그것은 돌봄의 빈도나 형태보다는 손주 돌봄에 참여한다는 포괄적 경험 자체에서 비롯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