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부지 LA 렌트 ‘제동’… 4년래 최저 수준 반전

LA 카운티 임대료가 4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LA 한인타운한 아파트에 세입자 유치 팻말이 부착돼 있다. [박상혁 기자]

천정부지로 치솟기만 하던 LA 카운티 렌트비가 마침내 하락세로 돌아섰다. 팬데믹 이후 이어진 고공 행진이 멈추고, 세입자에게 유리한 시장으로의 전환 신호가 나타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제기된다.

4일 LA 타임스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LA 메트로 지역의 중위 렌트는 2,167달러로 떨어지며 4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LA 카운티의 중위 렌트는 2,035달러까지 내려오며 인근 오렌지카운티나 벤추라 카운티와는 다른 흐름을 보였다. ‘LA 메트로 지역의 임대료는 절대 내려가지 않는다’는 통념이 깨지고 있는 셈이다.

이번 하락의 가장 큰 배경은 공급 증가다. 지난해 LA 카운티에는 약 1만5,000세대 이상의 신규 아파트가 공급됐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자재 수급 불균형과 인력난으로 지연됐던 대형 프로젝트들이 한꺼번에 시장에 풀리면서 공실률도 5%대를 넘어섰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공실률이 3% 미만을 밑돌며 ‘부르는 게 값’이었던 상황과 비교하면 상전벽해다. 집주인 입장에서는 세입자를 붙잡기 위해 렌트 인상 폭을 줄이거나, 아예 인하에 나설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됐다.

수요 측면에서도 근본적인 변화가 감지된다. 높은 금리와 생활비 부담이 지속되자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이른바 ‘룸메이트 합치기’나 부모님 댁으로 들어가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또한 원격근무 확산에 따라 굳이 비싼 도심에 머물 필요가 없어진 직장인들의 외곽 이주, 그리고 저렴한 주거비를 찾아 텍사스나 애리조나 등 타주로 이동하는 가구가 맞물리며 LA 도심의 임대 수요가 예전 같지 않다는 분석이다.

시장이 ‘집주인 우위’에서 ‘세입자 우위’로 재편되면서, 임대 시장에서는 과거에 보기 힘들었던 파격적인 혜택도 등장하고 있다. 많은 임대주들이 공실을 채우기 위해 ‘한 달 무료 렌트’나 ‘이사 비용 지원’, ‘보증금 인하’ 등의 프로모션을 내걸고 세입자 유치 경쟁에 나서고 있다. 일부 고급 아파트 단지에서는 무료 주차나 넷플릭스 구독권 등 부가적인 서비스까지 제공하며 세입자 모시기에 사활을 거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흐름을 명확한 붕괴라기보다는 균열로 평가한다. 겨울 비수기의 계절적 요인이 반영됐고, 샌타모니카나 패사디나 같은 일부 인기 지역이나 렌트 컨트롤 적용 주택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렌트 하락이 단순한 계절적 변동을 넘어, 시장의 구조적인 변화를 시사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임대료 상승이 멈추고 협상력이 세입자 쪽으로 이동했다는 사실 자체는 분명한 변화라는 진단이다.

다만 이 같은 하락세가 장기적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고금리 영향으로 최근 신규 아파트 착공 건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어, 2~3년 뒤에는 다시 공급 부족 사태가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한 금리 인하 국면이 본격화될 경우 억눌렸던 임대 수요가 다시 살아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현재의 렌트비 하락은 대규모 신축 물량 공급에 따른 일시적인 조정 국면일 가능성이 크다”며 “세입자들에게는 지금이 더 좋은 조건으로 계약을 갱신하거나 이사할 수 있는 최적의 시기”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신규 주택 착공 건수가 다시 줄어들거나 금리 변동에 따라 시장 상황은 언제든 바뀔 수 있으므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공급 확대 정책이 뒷받침되어야 진정한 주거 안정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홍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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